나이키·아디다스 양대 스포츠 기술 파트너 선정
섬유산업의 혁명으로 일컫는 나일론을 개발한 섬유 기술 강국 미국의 세계적 기업에 한국 섬유업체가 첨단 섬유소재 기술을 역수출하는 쾌거가 이뤄졌다. 세계 섬유소재 산업을 이끌어가는 섬유 기술 본고장 미국에 한국의 섬유업체가 로열티를 받고 오히려 한 수 가르치게 된 셈이다. 한국 섬유산업사에 획기적인 선을 긋는 반전의 섬유기술 역사가 펼쳐지는 순간이다.
벤텍스(대표 고경찬)는 지난 9월23일 글로벌 거대기업 인비스타와 스위스 제네바 인비스타 유럽 본부에서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벤텍스는 이번 계약으로 인비스타에 태양광 발열 기술 ‘히터렉스’와 1초만에 건조되는 섬유 ‘드라이존’을 케미컬 상태로 수출해 러닝 로열티를 받게 된다.
‘쏠라볼’은 완제품 형태로 수출된다. 벤텍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히터렉스는 적외선을 받으면 특수한 케미컬이 분자간 충돌로 일어나는 진동에 의해 수 초안에 섬유 온도를 10도 이상 상승시키는 첨단기술이다. 이밖에 자일리톨을 이용한 냉감섬유 ‘아이스필’, 체열반사섬유 ‘메가히트RX’도 잇달아 수출할 예정이다.
인비스타는 세계 20여개국에 지사를 둔 직원 약 1만명이 넘는 글로벌 기업이다. 듀폰으로부터 섬유화학 산업을 인수해 라이크라와 쿨맥스, 써머라이트, 코듀라 등 화학원사와 폴리머, 플라스틱, 산업자재, 화학약품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고경찬 사장은 “이번 계약은 한국 섬유산업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전제한 뒤 “새로운 기술만이 레드오션 시장 탈피와 글로벌화를 이끄는 견인차”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인비스타와 계약은 TBM 프로젝트”라고 덧붙였다. T는 벤텍스의 기술, B는 인비스타의 브랜드 파워, M은 인비스타 마케팅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한편 인비스타는 과거 듀폰 시절 발수제 기술을 사들여 연간 2억 달러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세계 시장을 겨냥한 기능성 제품들도 해외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에 속속 납품되며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미국 나이키의 기술 파트너로 선정된 벤텍스는 나이키가 2016년 리우 올림픽 전략 아이템에 적용하기 위해 선택한 적외선 차폐 냉감 소재 ‘아이스필RX’를 1차로 100만 야드 수출했다. 내년에는 500만 야드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나이키는 벤텍스의 접촉냉감 소재 ‘쿨존’과 광발열 소재 ‘히터렉스’ 오리털 대체 충전제 ‘쏠라볼’을 차세대 전략 아이템으로 결정했다.
독일 아디다스 역시 벤텍스를 기술 파트너로 선정하고 드라이존(1초만에 마르는 섬유), 히터렉스(태양광 발열), 아이스필(냉감), 메가히트RX(체열반사), 파워클러(생체활성화), 쏠라볼(태양광 발열 충전재) 등 벤텍스 핵심기술을 2016년부터 사용할 예정이다. 이중 쏠라볼은 아디다스가 오리털 대체 전략 아이템으로 검토 중이어서 향후 다른 의류 패션 회사들도 이 제품을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벤텍스는 국내 섬유업계 최초로 세계 양대 스포츠 브랜드 모두에 첨단 소재를 수출하는 기업이 되면서 대한민국 섬유산업의 위상을 크게 높이는데 기여했다. 특히 독일 아디다스는 기술 담당 임원이 직접 벤텍스를 방문한 후 바로 본사 이사회에 상정시켜 1주일만에 파트너로 결정하는 등 벤텍스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벤텍스는 작년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변호사와 변리사 8명으로 팀을 꾸린 초대형 의류기업 미국 컬럼비아의 체열반사기술 옴니히트와 대법원까지 가는 특허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를 통해 컬럼비아의 특허 등록을 무효화시키고 벤텍스의 특허를 대신 등록하는 등 완승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