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르는 ‘거위의 꿈’ ‘이스트로그’ 이동기 디자이너
내가 부르는 ‘거위의 꿈’ ‘이스트로그’ 이동기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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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으로 만든 옷, 고객이 알아주더라

지난 4월부터 약 8개월가량 달려온 ‘거위의 꿈’ 시리즈가 25번째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그들의 이야기를 아주 가까이서 귀 기울여본 결과 화려하기만 할 것 같은 패션디자이너에겐 기쁨보다 좌절이,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에 몸서리치는 날들이 더 많았다. ‘옷을 만드는 일이 시를 짓는 일 같다’, ‘내일이면 뭐 달라져 있겠어요?’, ‘정말 많이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얘기하면 너무 청승맞아질거같아요’, ‘이 인터뷰 기사 20년 후에 다시 보면 흐뭇하려나, 웃프려나’. 1~2시간 사이, 가슴 속 얘기를 진솔하게 해 줬던 디자이너들에게 감사하다. 그동안 거위의 꿈을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

이스트로그의 옷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고고한 학이 허공을 휘가르듯, 도심 속에서 단단한 나무 기둥과 아름다운 단청을 가진 한옥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것에서 새로움을 창조해 내는 이동기 대표(33)는 “제일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게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였다”며 “기복이 심하지 않게 천천히 성장해나가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우리 옷은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디자인입니다’라고 말하는 보통 디자이너와는 달리 이 대표는 ‘우리 옷 따라할테면 따라해보세요’라고 말한다. 아무리 따라해도 이스트로그의 퀄리티와 감성은 절대 베낄 수 없기 때문이란다. 실제로 이스트로그는 모든 제품을 오더베이스에 기반해 자체생산하고 있다. 게다가 원단부터 부자재 하나까지 전부 수입산이다. 아우터와 셔츠, 자켓, 팬츠, 베스트까지 허투루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제품이 없다. 나라마다 특색이 다르다는 수입원단 때문에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인기가 좋다.

그는 “수입원단을 고집하는 이유는 단순하게 퀄리티가 좋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남성복의 역사가 훨씬 오래된 곳이다. 제품을 만들어보면 수입원단을 고집하는 이유를 안다. 그래서인지 온·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9:1정도다. 직접 와서 제품을 보고 퀄리티를 느껴보려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그의 사무실은 요즘 물 만난 고기처럼 바쁘다. F/W 제품이 패션피플들에게 유난히 강하게 인식된 탓이다. 펀테일 파카같은 헤비 아우터는 가격은 비싸지만 매장에서 없어서 못파는 제품이다. 인기제품이라도 리오더를 하지 않기 때문에 남들보다 조금 빠르고, 똑똑하게 구매해야 한다.

그는 “수입원단 특성상 제작기간이 오래걸리기 때문에 리오더 대신 다음 시즌을 제대로 준비하자는 생각”이라며 “옷의 의미와 가치를 알아주는 고객에게 더 명확하고 제대로 만든 옷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스트로그는 무이, 샌프란시스코 마켓, 비슬로우, 비이커 등등 국내유명 편집샵 20곳과 뉴욕, 런던, 토론토 등 세계 곳곳의 셀렉트샵에 가지를 뻗어나가고 있다. 이탈리아 피티워모와 뉴욕 캡슐쇼에는 각각 4번, 8번 참가했다. 깐깐하다고 소문난 해외 바이어가 이스트로그의 성장을 눈여겨보고 있는 이유는 사업확장에만 목숨 걸지 않았던 이 대표의 수완이 한몫했다. 옷쟁이는 옷만 만들자는 그의 뚝심이 오히려 호재를 부른 것이다.

그는 “매시즌 거창한 컨셉을 앞세운 옷보다는 고객이 입고 싶은 현실적인 옷을 만들고 싶었다”며 “디자인부터 제작, 세일즈까지 전 과정을 지켜보고 컨트롤해온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소나무처럼 우직하고 영리한 이스트로그 마니아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 단독 오프라인샵 솔티서울이 지난 8월 런칭됐다는 것. 웨어러블한 감성을 살린 두번째 브랜드 ‘언어펙티드’가 이번 F/W부터 선보여지기 시작한 것. 또 하나는 언젠가 이스트로그의 20주년 기념 파티를 열고 싶다는 이동기 대표의 선언까지. 이만하면 풍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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