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기로에 선 ‘서울·홍콩’ 패션위크, 활로는?
[한섬칼럼] 기로에 선 ‘서울·홍콩’ 패션위크, 활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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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를 살펴보자. 홍콩 섬유의류 수출산업(홍콩 로컬 및 해외 재수출 포함)은 2014년 기준 2347억 홍콩달러(HK$)를 기록했다. 한국 돈으로 약 34조5000억원이다. 한국의류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2010년 한국의 섬유의류 수출은 해외 생산분까지 합쳐 약 300억 달러(약 34조2000억원)였으니 그 사이 국내 수출 감소분을 감안하면 홍콩과 한국의 섬유의류 수출산업 규모는 상당히 대등한 위치에 놓여 있다. 그런 면에서 이달 초 홍콩에서 열린 홍콩패션위크 참관은 서로의 장단점을 비교해 볼 좋은 기회였다.주최측(HKTDC)에 따르면 지난 7일 폐막한 홍콩패션위크는 나흘간 전세계 68개국에서 1만3000여명의 바이어가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11개 업체가 참가해 중국, 홍콩 등 아시아권 기업들과 자웅을 겨뤘고 몇몇 업체는 이번 전시회를 기회로 홍콩 현지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그러나 이번 홍콩패션위크는 거둔 성과에 비례해서 남겨진 과제도 많은 듯 하다. 글로벌 불황을 맞아 참가 업체들이 부스 규모를 줄이고 전시장을 찾는 바이어들도 미주지역 숫자는 줄어든 반면 중국 바이어들 비중은 크게 늘었다. 과거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위상과 다르게 바이어들의 질적 저하가 뚜렷하게 눈에 띄었다.특히 소량다품종과 차별화된 디자인을 무기로 삼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이번 전시회 기간 중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 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EU권에서 활동 중인 모 신진 디자이너의 지적은 이번 홍콩패션위크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전체적으로 바이어 숫자는 적고 전시장을 많이 찾은 중국 바이어들은 그나마 둘러보는 수준에 그쳤다. 가격에 맞는 바이어 찾기가 어려워 내년 참가가 망설여진다.” 한국 참가 업체들도 대체적으로 위와 같은 지적에 동의했다. 한국의 모 디자이너 브랜드 대표는 “우리가 타겟으로 하는 고급 바이어들은 아예 전시장을 찾지 않은 것 같다. 사전에 희망 바이어 리스트를 제출했는데 제대로 된 상담을 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홍콩 섬유의류 수출 한국과 대등
34조원 수출하는 닮은꼴 효자산업
양국, 지척에 놓인 중국 위력에 빈사
변화 따라잡는 기민한 대처 능력 필요
‘컨텐츠·운영방식’ 전면 개혁해야

마치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 섬유패션 전시회가 마주친 문제와 동일한 선상에 놓여 있다는 느낌이다. 기업들 참가 열기는 날로 식어가는데 아시아를 찾는 바이어들은 중국으로만 몰리고 당초 표방했던 국제 바잉 전시회라는 명분은 점점 빛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이다.이번 홍콩패션위크에서도 참가기업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말이 바로 이어서 열리는 ‘심천 국제패션브랜드 페어’였다. 홍콩에서 자동차로 불과 1시간 거리인 심천은 이번 페어에 51개 한국 업체들을 끌어 들였다. 홍콩패션위크 참가 한국 기업이 11개였으니 ‘과연 중국’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한국과 홍콩은 지척에 놓여 있는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위력에 눌려 지내고만 있을 것인가. 아시아 금융과 물류의 중심지로 국제적 트렌드를 잘 읽어내는 홍콩 정부와 업계 정서는 여기서 기민한 변화 대처 능력을 보여준다.홍콩패션위크를 주관하는 홍콩무역발전국(HKTDC)은 오는 9월 패션위크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 플랫폼을 들고 나온다. 홍콩 정부는 앞으로 3년간 패션산업 발전을 위해 5억HK$를 투자하기로 했는데 그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센터스테이지(CENTER STAGE)’다. HKTDC 로렌스 렁 대표의 말을 빌자면 ‘센터스테이지’는 미래 홍콩 패션산업 변화의 시발점(kick-off)이다.행사 기간인 9월7~10일 중 사흘은 기업 및 디자이너, 바이어 등 업계 관계자들만 참가하는 전문 페어로 운영하고 마지막 날에는 일반 대중까지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등 홍콩 시민들이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기획하고 있다. 전시 기간 중 홍콩 전역의 몰(malls), 부띠끄(Boutiques), 호텔, 식당들과 이벤트 프로모션을 개최해 ‘패션 홍콩(Hong Kong in Fashion)’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알았는데 ‘센터스테이지’는 매년 열리던 ‘월드부띠끄홍콩’의 후신이다. 단지, 이름만 바꾼 게 아니라 비즈니스 특화 플랫폼으로 운영 방식과 컨텐츠를 모두 뜯어 고쳤다는 점에서 관심이 간다.

‘서울패션위크’와 ‘프리뷰 인 서울(PIS)’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전시회다. 최근 한류 열풍에 힘입어 많은 해외 디자이너와 바이어들이 K-패션에 대해 새로운 평가를 내리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섬유패션 전시회가 다시금 재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여는 방법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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