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플/마플샵 박혜윤 대표 - “한 장만 주문해도 만들어 드려요”
■ 마플/마플샵 박혜윤 대표 - “한 장만 주문해도 만들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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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제조 융합한 소량 생산시스템 구축

마플은 소량 주문제작 상품을 생산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600여종에 달하는 상품을 보유한 마플은 최근 개인이 판매자로 활동할 수 있는 마플샵도 오픈했다. 티셔츠와 폰케이스, PVC카드, 캐리어, 자수양말, 가방, 샌들을 다룬다. 1장 주문도 곧바로 처리 가능하다. 박혜윤 대표는 IT와 제조업 사이 거리를 좁혀 효율적인 소량주문생산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개인맞춤형 소량생산은 이미 해외에서 커다란 사업 카테고리다. 국내에서는?
“10년 전 미국에서는 개인이 디자인을 등록해 상품을 제작하는 사업 모델뿐 아니라, 자신이 판매자가 되는 형태도 하나의 사업 카테고리로 자리잡았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개성을 표현하는 인구가 많아서 성공했다고 본다. 마플을 시작했던 12년 전, 미국에는 이미 매출 1000억을 달성하는 기업이 있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은 1조 매출을 올린다.

미국에서는 IT와 제조가 합쳐진 경우가 대다수다. 마플도 정직원 5~60명이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백엔드(웹사이트에서 입력된 내용을 직원이 처리하는 과정)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국내 제조영역에서는 아직 이 정도로 제조 사무화 프로그램을 개발한 곳이 드물다.

IT전문 CTO와 함께 자동으로 업무를 할당하는 백엔드를 개발했다. 단계별 업무내용과 스케줄이 자동으로 배분된다. 각 직원 모니터에 뜬 작업 내용이 달라, 본인이 맡은 일에 집중하면 된다.

한국은 높은 봉제와 프린팅 기술력에 비해, 저작권과 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아직 갈 길이 멀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훨씬 나아졌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려면 5년 정도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명함사이즈가 약 9cm다. 명함을 들고 크기를 재보라고 한 적도 있지만 힘들었다.

보통 ‘예쁘게 해주세요’라고 부탁한다. ‘예쁘게’의 기준이 무엇인가. 디자이너가 상담하는 시간을 줄이고, 소비자가 자신의 디자인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원하는 상품을 고르고, 원하는 위치에 자신이 디자인한 이미지와 텍스트를 마음대로 배치할 수 있다. 상품 사이즈별로 실측을 제공해 실제 상품이 어떨지 미리 알 수 있다.
원하는 상품을 고르고, 원하는 위치에 자신이 디자인한 이미지와 텍스트를 마음대로 배치할 수 있다. 상품 사이즈별로 실측을 제공해 실제 상품이 어떨지 미리 알 수 있다.

-어떻게 마플을 시작하게 됐나?
“마플의 전신은 오프라인 개인맞춤형 상품 가게였다. 홍대와 이태원에서 디자이너가 1대1 상담을 해 소량 맞춤생산했다. 한 사람당 업무량은 최대 20건이었다. 1대1 상담의 한계다. 이렇게 해서는 매출을 늘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소량주문생산을 맡아줄 공장이 없었기 때문에 패브릭 디지털 프린팅 장비까지 구입했다. 실패였다. 빠르게 사업 방향을 바꿔 온라인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모습(프론트엔드, 백엔드)의 기초를 갖추게 된 건 2017년이다.”

-마플을 운영하면서 현장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IT와 제조의 연결이다. IT는 제조업을 이해하기 어렵고, 제조업은 굳이 IT와 손잡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더라. IT업종은 현장에서 제조업이 필요로 하는 요소를 모르고 있었다.

국내에서 IT는 단순히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프론트엔드(사이트, 앱)와 배송시스템을 구축하면 끝이라는 인식이 있다. 특히 주문제작 분야가 그렇다. 고도몰이나 카페24, 스마트스토어 모두 ‘카톡 상담’을 달라고 한다.

사이트에 완제품을 올리고, 뒤에서는 열심히 상담 중이다. 마플 오프라인 스토어와 다를 바 없다. 그런 방식으로는 매출을 늘리기 어렵다. 마플의 경우, 소비자는 모니터를 보며 텍스트나 이미지 배치를 결정한다. 현재는 모든 상품 사이즈마다 어떻게 배치될지, 실측 사이즈를 좌측에 표기한다.

제조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시장 규모를 키우겠다고 말하지 않더라. 제조단가는 낮고, 새로운 기술에 투자할 생각은 없다. 젊은 세대가 들어와 IT를 접목하기 힘든 환경이다.

이제는 제조업이 겪는 어려움을 알게 됐다. 일단 단가가 70~80년대 수준이다. 예를 들면 라벨 하나 붙이는데 50원, 나염 한 장에 500원이다. 공장은 매출이 없는데 세금 신고하기가 싫다. IT 측에서는 공장 등록과 세금계산서 발행을 요구한다. 그러나 마플이 나서서 영세공장을 단합시키기에는 투입해야 하는 에너지가 너무 컸다.

마플이 개발한 백엔드를 열어 영세공장을 투입할 생각은 있다. 지금은 소량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장비를 갖추는 게 낫다. 공장들은 주로 한 분야의 전문 장비만 갖추고 있다. 마플이 운영하는 디지털프린트, 전사, 실크스크린, UV프린트(에어팟 케이스)를 모두 한 공장에서 장비를 갖추기 어렵다. 대량생산이 효율 측면에서 매력적이라는 점도 이해한다.”

-전(全) 스트림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완성되면 주문제작 시장도 안정적으로 규모를 키울 수 있을까?
“훨씬 일하기 수월해진다. 리스트만 정리해도 인맥 찾아 전화를 돌리지 않아도 된다. 대개 온라인에서 전화번호를 검색하기 힘들다. 전화를 통해 소개 받아도 각자가 ‘(옷을) 잘 만든다’는 기준이 다르다. 전문 분야에서 ‘내가 원하는 퀄리티’로 만드는 공장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개인 사업자가 플랫폼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걸 감당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시장규모는 서비스나 상품을 돈을 지불하고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야 커진다. IT업에서 근무하는 사람 입장에서 수요가 크지 않아 보인다. 정부 차원에서 감당하는 게 맞지 않은가.”

-소량주문제작 시장이 서서히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SPA양산방식의 몰락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본다. 오프라인은 이제 체험형 공간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교환, 환불하면 그만이라 굳이 직접 입어보고 사려는 사람도 적다.

온라인 시장이 발달하면서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을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된 점도 주효하다. 가게에 가서 사게 되면 직원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해 사게 될 때가 많다. 반대로 제작자는 미리 재고를 쌓아둘 필요가 없어 윈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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