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17)] 발수 가공의 두 얼굴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17)] 발수 가공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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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사나 원단에 가해지는 가공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는 기능, 두번째는 감성이다. 감성이 목적인 가공의 예는 부드러운 표면감을 위한 피치(Peach)나 유려한 빛이 나는 광택가공 같은 것이다. 뻣뻣한 폴리에스터 원단을 실크처럼 부드럽게 휘감기게 하는 폴리에스터 감량가공은 소비자의 촉각과 시각을 통해 구매력을 촉발하는 대표적 감성가공이다. 

모든 아우터웨어(Outerwear)에 기본으로 들어가는 가공이 있다. 바로 발수. 발수가공은 대표적인 기능성 가공으로 보인다. 물을 떨어뜨리면 흡수되지 않고 은색 구슬로 자켓 위를 구르는 물방울들이 소비자의 구매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발수기능 없는 자켓은 아무도 사고 싶지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팩트이다.

발수효과, 방수기능과 상관없다
그러나 소비자가 인식하는 ‘발수효과’라는 개념은 실제로 발수가 아니다. 그들은 눈으로는 발수 현상을 보면서 대뇌에서는 방수기능으로 인식한다. 발수와 방수의 개념과 차이를 모르는 현대인은 더 이상 없다. 사실일까.

구글 이미지에 워터프루프가공(waterproof)라고 쳐보면 99% 아니, 모든 검색 결과가 발수에 대한 이미지로 나타난다. 소비자는 발수현상을 보고 방수 처리된 원단이라고 확신하지만 발수기능은 방수기능과 아무 상관없다. 즉, 발수효과가 방수기능을 갖춘 원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발수기능이 방수능력, 즉 내수압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는 거의 없다.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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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의 방수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어렵다. 방수시계는 물로 가득찬 유리관 속에 시계를 넣어 보여줄 수 있다(그조차도 실제 방수 능력과는 상관이 없다). 원단은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도 방수 능력을 소비자에게 보여줄 길이 없다. 동영상은 괜찮은 방법이지만 소비자에게 방수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결코 짧지 않은 동영상 시청을 권할 것인가.

아웃도어 발수, 옷 적시지 않는 지연 효과
유일한 대체 방법은 발수효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극적인 발수효과 이미지는 충분히 소비자를 감동시킬 수 있으며 그것은 즉시 원단의 방수능력으로 치환돼 소비자를 현혹한다. 전문적인 아웃도어(Outdoor)에서 원단의 발수기능은 방수력에 도움조차 되지 않는다. 비가 올 때 단 몇 분간 옷을 적시지 않는 지연 효과가 있을 뿐이다. 

발수효과는 물을 밀어내는 소수성(Hydrophobic)에 기인한 분자간 화학적인 힘으로,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는 ‘모세관력’ 같은 물리적인 힘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약하다.

발수가공은 방수기능을 보완하거나 도와주는 기능성 가공이 아니라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마케팅용 감성가공에 더 가깝다. 그렇다고 판매자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들은 방수 자켓이라고 광고하면서 발수현상을 소비자에게 보여줄 뿐이다.

고맙게도 소비자들은 스스로 그것을 방수능력과 연결지어 인식하며 알아서 속는다. “사람들은 마치 속고 싶어 안달하는 순한 암소를 닮았다.”(리처드 도킨스 동물행동학 박사 옥스포드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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