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15)] 캡사이신의 발열과 멘솔의 냉감 기능은 사실일까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15)] 캡사이신의 발열과 멘솔의 냉감 기능은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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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파스 라는 것이 있다. 반대로 차가운 파스도 있다. 근육을 다쳤을 때, 시간이 많이 경과하지 않았을 때는 냉 찜질,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는 반대로 온 찜질을 해줘야 한다. 냉 찜질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고 온 찜질은 반대로 혈류를 좋게 하고 통증을 경감시킨다. 신기하게도 뜨거운 파스를 붙이면 금방 온기와 함께 뜨거운 느낌이 나고 자기 전에 붙이면 작열감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이다.

뜨거운 파스의 성분은 바로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이다. 그렇다면 캡사이신을 패션소재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문제는 뜨거운 파스의 작열감이 진짜인가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체의 냉ㅋ온점은 온도 이외의 화학물질에도 반응하기 때문이다.

추운 날 술을 마시면 온기가 생겨 추위를 덜 타는 것 같다. 과연 알코올이 몸을 덥히는 것일까? 알코올이 열량은 있더라도 그것이 직접적으로 체온을 올리는 기능을 하지는 않는다. 감각을 마비시켜 덜 춥게 만들 뿐이다. 인체가 추위를 느끼는 이유는 저 체온이 되기 전에 몸에 열을 보충하라는 신호이다. 술은 이 신호가 잘 작동하지 않게 만든다. 결과는 동사(凍死)이다. 이것은 마치 자외선 차단 기능이 없는 선글라스와 같다. 일광이 과도하면 눈은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동공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이 신호는 가시광선의 총량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선글라스를 쓰면 가시광선이 차단되고 따라서 줄어든 가시광선만큼 동공이 확장된다. 이때 만약 자외선 차단이 되지 않으면 확장된 동공을 통하여 자외선이 무차별 망막으로 쏟아지게 된다. 끔찍하다. 무식은 예전에는 죄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죄악이다.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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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사이신 온점과 통점 동시에 자극
인체의 피부에는 감각을 위해 냉점과 온점 그리고 통점이 있는데 그 중, 온점을 대표하는 감각에 관여하는 것이 ‘TRPV1’ 이라는 수용체이다. TRPV1은 섭씨 42도 이상의 온도를 감지하고 뇌로 신호를 보내는데 희한하게도 TRPV1이 온도와 관계없이 캡사이신에도 반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온도가 42도에 미치지 못했는 데도 같은 반응을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캡사이신은 온점을 자극하는 동시에 통점도 건드린다.

피부는 온점과 함께 통점의 자극이 보태어져 작열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자극은 접촉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된다. 캡사이신에 의한 작열감은 피부에 결코 이롭지 않다. 통점을 자극한다는 자체가 나쁘다는 뜻이다. 실제로 캡사이신이 피부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면 피부암을 발생시킨다는 연구가 있다. (‘어떤 연구나 논문이 존재한다’라는 것과 ‘어떤 사실이 입증되었다’는 것은 전혀 다르다)

매운 맛을 내는 식물 중에 고추가 아닌 것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생강이다. 생강의 매운 맛은 캡사이신과 비슷한 ‘쇼가올(Shogaol)’이라는 성분인데 캡사이신보다 스코빌 단위(SHU)가 100분의 1정도다. 하지만 이 역시 비슷한 화학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TRPV1을 자극하여 발열감을 느끼게 된다. 온도에 반응하는 감각이 어떻게 화학물질에도 반응하게 되었을까? 이것은 미스터리다.

서양 사람들은 뜨거운 것과 매운 것을 혼동한다. 스코빌 지수를 구글에서 찾아보면 Scoville Heat rating이라고 나오는 것이 많다. ‘맵다’의 영어표현은 ‘스파이시(spicy)’도 있지만 ‘핫(hot)’도 있다. 한글은 매운 것과 뜨거운 것을 결코 혼동하지 않는다.

멘톨, 시원하지만 온도 변화 없다
멘톨(Menthol)을 함유하는 대표적인 식물인 박하는 먹을 때 시원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역시 온도와는 관계없다. 인체의 대표적인 냉점 수용체 중 하나인 TRPM8은 섭씨 25도 이하인 온도에 반응하는데 멘톨이 온도와 관계없이 이 냉점 수용체를 반응시킨다. 따라서 인체는 멘솔에 접촉하면 시원하다고 느끼게 된다. 온도 변화는 전혀 없다. 냉감만 있고 냉각은 없다.

자일리톨, 냉감 발생은 특정조건 만족돼야
멘톨과 전혀 다르면서 냉감을 느끼게 하는 또 다른 성분이 바로 ‘자일리톨(Xylitol)’이다. 당의 일종인 자일리톨은 캡사이신이나 멘톨과는 전혀 다르다. 자일리톨은 상온에서 고체인데 융점이 낮아 25도 정도에서 녹으면서 흡열반응을 일으킨다. 즉, ‘융해잠열’이 발생한다. 따라서 실제로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아이스필(Icefill)’이라는 소재가 자일리톨을 이용한 냉감·냉각 원단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그런데 자일리톨을 소재에 적용하려면 녹여야 한다. 즉 고체에서 액체로 상변화가 있어야 냉감이 발생하므로 외부 온도에서 녹아버리지 않도록 온도 조절이 필요하고 상변화에 의한 흡열 반응이므로 냉감이 지속적이지 않다. 즉, 냉감이 다시 기능하려면 액체가 된 다음 다시 고체로 돌아와야 하는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가워져야 한다. 패션소재에서 조건에 관계없이 상시적인 냉감·냉각을 유발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열전도율이 높은 소재를 이용하는 것이다.

열전도율을 이용한 냉감·냉각은 외부 기온이 체온보다 더 낮은 상태를 유지하는 한, 최초 접촉 후 다음의 접촉에서 100% 기능을 발휘한다는 장점이 있다. 왜 결론은 말하지 않는가라고 불평하는 독자를 위해 한 줄을 추가한다. “캡사이신이나 멘솔을 적용해 발열 또는 냉각 기능을 부여했다고 주장하는 모든 의류는 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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