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1)] 유태인들에게는 팔 수 없는 원단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1)] 유태인들에게는 팔 수 없는 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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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털과 베 섞은 옷 금지하는 율법
이집트 노예 시절의 트라우마 속설
실제는 물과 불처럼 상극의 소재

신명기 22:11(Deuteronomy 22:11)
“Do not wear clothes of wool and linen woven together.”
울과 린넨이 함께 제직된 원단으로 된 옷을 입지 말 것이다. 유태인들의 모세5경에 있는 내용이다.
“You shall not wear a garment of divers sorts, as of woolen and linen together.”
영어 성경에는 이렇게 되어있다.
한글판 성경은 이렇다.
“양털과 베 실로 섞어 짠 것을 입지 말지니라.”

베 실은 우리말로 삼을 말한다. 삼은 곧 헴프(Hemp), 대마를 의미한다. 안동포가 바로 삼베이며 대마가 원료이다. 린넨(Linen)과는 엄연히 다르다. 한국판 성경을 번역한 분이 섬유에 대해 잘 몰라서 이런 오류가 생긴 것이다.

이것은 구약성서의 신명기 22장 11절에 있는 구절이다. 왜 유태인들은 자신들의 율법에 이런 희한한 금지를 하게 되었을까? 

‘샤트네즈(Shatnez)’는 히브리어로 울과 마가 혼용된 원단을 말한다. 이는 토라(Torah, 모세5경)의 신명기 편에 언급된 것이 그 유래이다. 레위기의 11장 11절에도 나온다. (나는 기독교인이나 유대교인이 아니다.) 

하나의 옷에 울과 마가 같이 있는 원단을 금지하며 동시에 다른 동물 종의 잡종 교배와 이종의 식물을 함께 경작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린넨은 나일강 유역에서 경작되는 대표 식물이며 울은 유태인들의 대표 농(축?)산물이다. 린넨은 면이 나오기 전에 가장 많이 사용되던 식물성 섬유였다.

이집트의 노예로 수 백년 살았던 정신적 트라우마 때문에 금지한 것이라는 속설이 있고 제사장들에게만 이런 옷을 허락함으로써 경찰복을 일반인들이 입을 수 없는 것처럼 금지된 특수복으로 규정한다는 얘기도 있다. 아무래도 후자 쪽이 더 설득력 있는 주장인 것 같다. 일종의 신성함으로 금지한다는 것이다. 

나는 조금 다른 의견을 주장하고 싶다. 알다시피 린넨은 대표적인 여름 섬유이며 울은 그 반대이다. 따라서 둘을 섞는다는 것은 마치 물과 불을 섞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로의 장점을 상쇄시키기 때문이다. 이 원단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울 것이다.

물론 세상에 두 소재만 존재한다면 가을이나 봄에 입기 위해 둘을 섞을 수도 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둘을 섞은 원단이 거의 없는 것이다. 물론 일부 고가인 원단으로 럭셔리 브랜드 춘하복에 사용하기도 한다. 

둘은 또 다른 이유로 서로 극단적인 소재이다. 린넨은 레질리언스(Resilience)가 가장 나쁜 소재다. 즉, 구김이 심하다. 울은 반대로 레질리언스가 가장 양호한 소재다. 100% 린넨 소재는 여름 양복으로 시원하겠지만 구김 때문에 망설여진다면 냉감을 약간 양보하더라도 구김이 덜 가는 울로 이를 상쇄할 수도 있다. 착용자로서 구김은 매우 성가신 문제이기 때문에 개선된 레질리언스는 이를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물론 얼마만큼을 섞느냐 하는 것은 고도로 어려운 문제이다. 

이런 원단은 각 소재를 선염하여 제직한 것들이다. 이런 교직의 솔리드(Solid) 염색은 매우 까다롭다. 세탁은 당연히 드라이클리닝이다. 또 다른 용도는 울에 멜란지(Melange)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울의 염색은 기본적으로 탑 다잉(Top dyeing)이므로 면의 멜란지처럼 PET를 섞어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린넨이 섞인 멜란지는 면의 그것과는 매우 다르게 보일 것이다. 특히 린넨은 터프(Tough)하거나 빈티지(Vintage)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고 실크와 마찬가지로 특유의 광택으로 모직 원단을 고급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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