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이라도 금속 버클이 있는 벨트를 착용하면 가끔 맨 살에 닿는 버클의 냉기 때문에 섬찟하고 불쾌할 때가 있다. 금속은 왜 언제나 차가운 것일까? 인체는 피부의 냉점, 온점 그리고 통점 등을 통해 사물의 정보를 받아들인다. 너무 뜨겁거나 차갑거나 인체에 손상을 일으키는 위험한 것들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아이스크림은 확실히 차갑다. 목구멍의 차가움에 이어 두통까지 밀려온다. 하지만 버클의 온도는 사실 전혀 낮지 않다.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 주위 다른 사물들과 똑같은 온도이다. 그런데 피부는 왜 경고를 보내는 것일까?
차갑게 느끼는 이유는 온도가 아닌 열전도율 때문
피부의 냉점은 이 사물의 열전도율이 매우 높다는 위험신호를 대뇌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열전도율이 높은 물체는 그것의 온도가 인체와 차이 날 때 신속하게 열 교환이 일어나게 한다. 즉, 차가운 것은 인체로부터 빠르게 열을 빼앗아가고 뜨거운 것은 반대이다. 열전도율이 높을수록 열의 이동속도는 빠르며 피부는 더 차갑거나 뜨겁다고 느낀다.
열전도율을 적용한 의류
열전도율이 높은 소재는 여름옷에 적합하다. 마 소재가 바로 그렇다. 반대로 울(wool)처럼 열전도율이 낮은 소재는 겨울 옷을 만들기 좋을 것이다. 우리는 물리학과 ‘기초해부생리학’을 공들여 배우지 않았지만 감각은 제대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열전도율이 높은 면직물은 아무리 두꺼워도 겨울에 따뜻하지 않다는 사실도 잘 안다.
여름철, 알루미늄의 효용
얼마전, 독일의 아디다스는 이 사실을 응용한 제품을 출시하였다. 여름 티셔츠에 작고 둥근 금속 알루미늄 조각들을 붙여 냉감 셔츠로 판매한 것이다. 이른바 알루미늄 도트(Aluminum Dot)다.
왜 하필 알루미늄일까? 디자이너가 열전도율을 적용한 냉감 의류를 만들고 싶다면 당연히 열전도율이 높은 소재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 소재는 대개 금속이다. 은이 금속 중 가장 높다. 그리고 구리, 금, 알루미늄으로 이어진다. 왜 알루미늄을 선택했는지 자명하다. 가성비 때문이다. 싸고 성능이 좋은 물건은 없다고 하지만 여기 좋은 사례가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임에는 틀림없다. 실제로 알루미늄 조각 부분에 피부가 닿으면 언제라도 차갑다고 느낄 것이다. 아주 더운 날씨에는 유효하다. 알루미늄 덩어리가 클수록, 피부의 냉점이 많이 모여 있는 부분에 배치할수록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그럼 티타늄은 어때?
한편, 신제품 개발이 어려운 패션소재의 한계때문에 타 브랜드를 베끼는 풍조가 만연함에 따라 아디다스가 출시하자 즉시 유사 제품이 출현하였다. 이 회사는 알루미늄 대신 티타늄을 사용했다. 알루미늄을 그대로 베낄 수 없고 그보다는 더 상위 소재로 업그레이드된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소비자에게 알루미늄보다 더 고급으로 인식되는 금속을 채택한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로 보이는가? 둘 중 하나이다. 그들은 아디다스가 알루미늄을 선택한 고귀한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혹시 그들의 과학적인 기반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면 소비자를 바보로 생각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기 티타늄이라는 금속을 소개한다. 가볍지만 견고하다. 밀도가 낮지만 1650도 고열에 견딜 수 있으며 불활성이어서 인체에 무해하다. 그리고 따뜻한 금속이다.
티타늄을 따뜻한 금속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금속 치고는 열전도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들은 적용해서는 안되는 유일한 금속을 냉감소재로 사용한 것이다. 티타늄은 냉감이 아니라 보온 소재로 사용할 만한 금속이다. 그들은 바보이거나 거짓말쟁이, 둘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