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주의 미학 담고 웨어러블한 경계 옷 추구
-‘발로렌’은 무슨 뜻인가.
“발로렌(VALOREN)의 발로(VALORE)는 ‘가치’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여기에 앤드(AND)를 뜻하는 N이 합해져 ‘발로렌’이 된 것이다. 브랜드 로고의 오른쪽 끝에 있는 │는 마우스 커서가 깜빡이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확장성’을 의미한다. 정리하자면 옷의 가치를 함께 나눈다는 뜻이다.
우리는 저렴하게 주고 산 옷은 아무렇게나 빨래통에 던지는 한편, 비싸게 주고 산 옷은 꼭 드라이클리닝에 맡기는 등 열심히 관리한다. 비싼 옷은 소재가 좋기 때문에 쉽게 해지지 않는 것도 있지만 관리를 잘 하면 당연히 오래 입을 수밖에 없다.
즉 옷의 가치는 만드는 사람과 입는 사람의 정성으로 탄생된다. 또, 옷의 가치를 알고 입는 사람 또한 가치있는 사람이 된다. 이처럼 발로렌의 옷을 만드는 사람들, 입는 사람들 모두 브랜드의 가치를 알았으면 좋겠다.”
-브랜드 런칭 스토리가 궁금하다.
“2022년 SS 시즌 발로렌을 런칭했다. 브랜드를 운영하기 전에는 15년 동안 단체복 유니폼 업체를 운영했다. W호텔, 반얀트리, 힐튼 등 유명 호텔과 항공사 등 많은 기업의 유니폼을 제조, 납품했다.
유니폼은 만들어지는데 들이는 정성과 노력에 비해 부가가치가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호텔, 항공사 업계가 힘들어지면서 B2B에만 의존하는 것은 어려워졌다.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노력한 끝에 ‘발로렌’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했다.”
-브랜드를 런칭하며 어려움은 없었는가.
“2022년 SS 컬렉션 영상이 나왔으나 추구하던 브랜드 방향성과 맞지 않았다. 그때부터 브랜드의 콘셉트와 색깔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내가 좋아하는 옷을 만들고 싶었으나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영감의 원천을 얻고자 어릴 때 살았던 동네에 갔다. 다녔던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한 달 동안 구석구석 찾아가서 어릴 때 어떤 생각을 했고 무엇을 하고 싶어했는지 생각했다. 또 지금의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패션에 대해 공부했다.
그 결과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메종 마르지엘라처럼 색깔이 뚜렷한 해체주의 미학을 드러내면서 유니크하지만, 어떤 T.P.O(시간·장소·상황)에서도 어울리는 웨어러블한 옷이다. 남성이 주 타깃이지만 유니섹스한 옷을 지향한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방향성이 뚜렷한 룩을 선보이고 있다.”
-‘발로렌’의 시그니처 아이템은 무엇인가.
“‘재킷’이다. 기존의 남성 재킷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해체주의 성격이 강해서 평소에 입고 다니기 힘든 것, 아니면 너무 올드한 느낌이 나는 것이다. 지나치게 튀는 옷도 입기 부담스럽지만 남들이 다 입는 평범한 옷도 만들고 싶지 않다.
이번 컬렉션의 시그니처 착장은 안에 입은 옷과 밖에 걸친 옷의 지퍼가 하나로 연결된 테크니컬하고 유니크한 재킷이다. 지퍼 라인을 살리기 위해 많은 시행 착오를 거친 끝에 탄생했다. 발로렌만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옷을 만들 때 가장 신경쓰는 것은 무엇인가.
“소재다. 디자인은 카피하기 쉽지만 소재는 그렇게 하기 힘들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훌륭한 셰프가 있어도 재료가 신선하지 않으면 좋은 음식을 만들지 못한다. 소재나 부자재 같은 사소한 디테일이 옷의 가치를 좌우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원부자재에 대해 공부하고 희소성있는 것을 찾아 다닌다.”
-앞으로 유통 전략은 어떻게 되는가.
“올해 FW 시즌에는 주력 백화점과 편집샵, 팝업스토어 등 오프라인 유통 진입을 시도한다. 오는 10월에는 패션코드 참석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고 내년에는 해외 홀세일을 통해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