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만든 의류용 섬유의 왕 ‘비날론’
북한이 만든 의류용 섬유의 왕 ‘비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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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초로 북한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의류용 섬유가 있다. 바로 ‘비날론(Vinalon)’이다. 
인류 최초의 합성섬유인 나일론이 발명된 지 4년 밖에 되지 않은 1939년이다. 나일론은 석탄으로 만들었는데 이 섬유는 최초로 석유에서 만들었다. 지금은 나일론도 석유로 만든다. 일본의 교토대학 연구진과 서울대학교의 리성기 박사가 주인공이다. 일본은 나일론의 발명 때문에 실크산업에 타격을 받고 있었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대체 섬유를 개발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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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발팀에 한국인 과학자가 있었는데 그가 리성기 박사이다. 이후 그는 북한으로 건너가 북한에서 가진 자원인 석탄으로 비날론을 대량생산 하는데 성공한다.  

북한은 비날론을 ‘섬유의 왕’이라고 불렀고 아이들의 조국 찬양을 위해 만화에까지 등장시켰다. 1976년에 방영된 한 TV 프로그램은 빨간색 옷을 입은 비날론 맨이 나일론 씨와 대결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비날론은 의류소재로서 한계가 드러나고 있었다. 보온 기능이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섬유 일반명(Generic term)에 비닐론(Vinylon)으로 등록된 비날론은 폴리비닐알코올(PVA) 섬유와 포름알데히드 사이의 반응으로 생성된 합성섬유이다. 정식 화학명으로 폴리비닐포르말(PVF)이 된다. 비 섬유 형태의 PVF는 전선 절연재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비닐봉투의 영어 표기는 비닐백(Vinyl bag)이 아닌 플라스틱백(Plastic bag)이다. 플라스틱은 모든 열가소성 수지를 부르는 말이다. 비닐봉투의 소재가 다양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 옳다. 비닐은 원래 비닐계 합성섬유의 하나인 폴리염화비닐PVC 을 부르는 말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봉투처럼 생긴 모든 플라스틱을 비닐봉투라고 부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PVA도 처음에는 의류용으로 개발되었으나 의류소재가 요구하는 각종 까다로운 물성에서 폴리에스터와 나일론에 밀려 FRC나 전선절연재 같은 산업자재로 밀려났다. 
PVF는 PVA에 비해 열에 강하고 내화학성을 갖추어 그나마 의류에 더 적합한 섬유이긴 하다. 하지만 나일론과 비교하여 핸드필이 더 딱딱하고 염색이 어려우며 생산원가도 더 높아 오늘날 북한과 몇몇 국가 외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비인기 소재가 되었다. 

스웨덴 아웃도어 브랜드 피엘라벤(Fjallraven)의 칸켄(Kanken)백 팩 라인은 ‘Vinylon F’라는 브랜드의 비닐론 버전이다
오비스리서치(Orbis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비닐론 섬유 산업은 2016년에 4억4300만 달러 매출을 일으켰고 2023년까지 5억 39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스웨덴 아웃도어 의류회사 피엘라벤은 자신들의 브랜드인 칸켄 백 팩을 비롯한 제품에 비닐론의 한 형태인 일본의 비닐론 F를 사용한다. 이 회사 대변인은 피엘라벤이 자재를 북한에서 조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역사의 초기 단계에서 주체로 상징되는 북한 정부의 공식 이데올로기는 대한민국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독립이었으며 그 목표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이 중공업이었다. 따라서 비닐론 제조는 북한을 현대 산업국가로 발전시키는 초석으로 상징되었다. 이러한 민족주의에 대한 호소로 1961년 동북부 공업도시인 흥남에 비닐론 생산 공장인 비날론 시티가 들어섰다. 비날론 시티는 외국의 도움 없이 건설됐다는 자부심으로 북한의 자랑거리가 됐다. 

비날론 시티의 성공은 한때 소련과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과시하고 주체사상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공장은 1973년에 생산 고점에 도달했으며 두 번째 단지는 1983년에 계획되었지만 더 이상 건설되지 않았다. 2017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비날론 시티를 개편할 계획을 밝혔다. 오늘날 북한사람들은 아무도 비날론을 입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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