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순희 던필드그룹 회장 “저출산 극복하려면 가족의 소중한 가치 알려야”
서순희 던필드그룹 회장 “저출산 극복하려면 가족의 소중한 가치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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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에 자녀양육 지원금 지원등 복지 확대
일·가정 양립하는 사내 문화 조성에 힘써

서울 중구 회현동 던필드그룹 본사 건물 입구에는 ‘함께 걸어온 31년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문구가 적힌 창립 31주년 플래카드가 걸렸다. 창립 25, 27주년때 직원들이 손글씨로 쓴, 회장실 방문 앞에 걸린 축하 메시지 액자는 서순희 회장이 걸어온 길을 보여준다.

서순희 던필드그룹 회장. 사진=정정숙 기자
서순희 던필드그룹 회장. 사진=정정숙 기자

임직원들은 서순희 회장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표현한다. 평소 사재로 기부를 많이 하기로 유명해서다. 작년 서순희 회장은 전국을 돌며 유통망을 확보할 적에 했던 맹세의 기억이 떠올랐다. “훗날 내가 잘 살게 되면 다른 사람을 위해 꼭 봉사하고 기부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작년 시작한 쌀 기부는 제주도 등 10여 지역에 이른다.

서 회장은 본인을 조직의 최전방 현장에 위치한 말단직원이라고 소개한다. 그의 시선은 늘 직원을 향한다. 지난 5월말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개최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형환 부위원장 초청 ‘섬유패션 CEO조찬포럼’ 때  서순희 회장은 섬유패션 업계가 안고 있는 날카로운 질문을 하며 좌중을 압도했다.

그는 본지를 통해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했다. 이 제언은 “회사 절반은 정부의 것이고 절반은 직원의 것이다”라는 그의 신념에서 출발한다. 
서순희 회장은 의류업계에서 맨몸으로 현장을 누비며 유통망을 구축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1980년대 남대문 시장에서 작은 매장으로 시작했다. 남성 캐주얼의 대명사인 ‘크로커다일’, ‘피에르가르뎅’, 감성적인 여성 캐주얼 ‘던필드레이디’ 런칭 등 다수의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는 국내 대표 패션 회사로 키웠다. 현재 한국섬유산업연합회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한국패션산업협회 등의 부회장을 맡으며 업계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는 섬유패션도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섬유패션분야도 요즘 사회 현상처럼 결혼을 아주 늦게 하거나 안 하려는 친구들이 많아 안타깝죠. 제가 할머니가 되고 보니 직원들이 왜 결혼을 왜 안 하는지 더 들여다보게 됐죠. 우리 업계에 여성들이 좀 많이 있잖아요. 요즘 젊은 세대는 아이를 키우면서 얻는 소중함과 행복 등 가족 간 유대 관계보다는 아이를 키우는 것을 단지 고통으로만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미디어나 인터넷 세상에서 부정적 영향을 많이 흡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알게 하고 싶어요. 미디어를 비롯한 정부 등이 사회 인식이 먼저 바뀔 수 있도록 공을 들여야합니다. 사실 이같은 사회 문화적 풍토 조성은 투자가 아니라 의무에 가깝습니다. 그 다음이 주택과 생활 여건 및 지원이죠. ”

-정부는 일과 가정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강조합니다.

“직원 한 명이 10시 출근하는 대신 퇴근을 7시로 해도 되는지 물었죠.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출근해야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어느 날 그 직원이 혼자 늦게까지 일을 하고 있었어요. 굳이 7시까지 퇴근 시간을 채울 필요가 없다고 했어요. 직원들이 아이로 인해 눈치보지 않고 일에 열중하기를 바라죠. ”

서순희 회장은 딸이자 던필드플러스 송재연 대표와 함께 ESG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던필드그룹은 올해 5월부터 초등학교 이하 자녀를 둔 임직원들에게 매달 자녀 1명당 양육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다가족·다자녀 직원 대상 ‘우리 쌀 지원’ 등 육아 관련 복지 제도를 확대했다. 5년 이상 근무한 임직원에게는 주택구입시 무이자 대출 등도 제공한다.

-중소 기업은 육아휴직한 직원 자리를 비워두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거 같아요.

“직원마다 중요한 역할이 있죠. 업무 공백은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우려되는 상황이죠.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은 대체 인력이 더 필요하죠. 현장에서 보면, 탁상공론에 가까운 얘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10년 노하우를 쌓은 직원은 회사의 재산이고 중소기업은 한 명이라도 쉬면 손해를 더 입게 되죠. 회사든 동료 직원이든 큰 손해를 감당해야합니다. 

아이가 태어난 시점부터 100일까지는 엄마가 직장을 나오기는 힘듭니다. 1년 육아휴직을 낸 직원이 3개월 이후 일주일 한번 혹은 몇 시간 만이라도 직장에 나올 수 있도록 유연한 법 적용이 필요합니다. 일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혹은 도움을 줄 것이 있는지 등등. 그럼 ‘그 직원은 복귀할 의사가 있구나’ 생각하게 되죠. 특히 패션업종은 경력이 1년만 단절이 되어도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힘듭니다. 경력 단절 원인을 기업의 책임으로만 몰아서 안 되는 이유입니다.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서 기업이 현장에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이 있어야합니다.”

-또 다른 어려운 점이 있을까요.

“어느 날 점심을 먹고 거리를 지나가는데 아이들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모 은행의 직장 어린이집이었어요. 넓은 공간에 10여명의 아이들이 있었죠. 그때 부러움과 함께 우리 직원들은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현실적으로 중소 기업이 어린이집(유치원 등)을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은행과 학교 혹은 동사무소 등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인근 중소기업 직장인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정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이 직장 근처에 있어야 워라벨이 보장됩니다.”

-업계에 필요한 리더십이나  혹은 바라는 점이 있습니까.

“던필드를 시작할 때 자금이 없어서 협동조합으로 시작했어요.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너무 잘 알죠. 새롭게 시작하는 창업자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이 시대에 맞는 투자지원 창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특히 젊은 후배 경영자들이 주축이 돼 창업자를 끌어주기를 바랍니다. 선배 경영인들은 생산 혹은 유통 등 부문별로 필요한 것을 지원해주고 창업자가 성공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주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랍니다. ”

지금도 현장을 누비고 있는 서순희 회장은 “패션은 칼라든 디자인이든 항상 ‘새로움’이라는 옷을 입는다. 새로운 것이 세상을 리드한다는 의미에서 좋은 업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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