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80) 달 먼지와 우주복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80) 달 먼지와 우주복
  • 안동진 교수 /
  • 승인 2024.12.04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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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1964년, 달에 첫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곤란한 문제에 부딪혔다. 달은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아 무거운 우주복을 입고도 점프하듯 걸을 수 있었고 표면은 사막의 고운 모래처럼 부드러워 먼지가 풀썩풀썩 날렸다.

문제는 이 달 먼지가 지구의 그것과는 전혀 달라서 우주복은 물론 모든 장비에 한번 달라붙으면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큰 골치였다. 달 먼지 입자는 예리하고 날카로워서 쉽게 떨어지지 않았으며 우주복에 붙은 먼지를 털면 옷이 찢길 정도였다. 장비에 달라붙은 먼지는 기계장치를 고장 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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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먼지와 다른 달먼지
대개 모서리가 둥그런 입자인 지구의 먼지와 달리 달먼지가 날카로운 이유는 바로 풍화작용의 차이이다. 지구의 모래나 암석은 오랜 비바람으로 수많은 마찰을 일으켜 표면이 마모되어 둥그런 모양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가 없는 달은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지 않는다. 즉, 풍화작용이 전혀 없다.

우리가 달 표면에서 보는 모든 것은 운석 충돌의 결과로, 운석이 한꺼번에 녹아 유리로 변한 다음 표면의 광물을 산산조각 낸다. 그 결과 수십억 년이 지나도 날씨변화에 의해 닳지 않고 정전기나 태양풍에 의해 모든 것에 달라붙는 극도로 마모되고 미세한, 전하를 띤 먼지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충격으로 한번 공중으로 떠오른 먼지들은 수년 동안이나 공중에 머무를 수도 있다. 

1960년대 초, 달에 연착륙한 서베이어 7호와 그 이전의 여러 서베이어 우주선은 해가 진 후에도 달의 지평선 위로 낮게 빛나는 황혼 빛이 지속되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을 보내왔다. 또한 대기 안개가 없는 무공해 상태라는 예상과 달리, 땅과 하늘 사이의 먼 지평선은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1972년 달 궤도를 돌던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들은 달 일출이나 달 일몰 전 약 10초 동안 ‘띠’, ‘깃발’ 또는 ‘황혼 광선’이라고 부르는 광선을 반복해서 보고 스케치했다. 

안개의 정체는 달 먼지였던 것이다. 달 먼지의 유해성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달 먼지에 노출되면 급성 및 만성 노출로 인해 건강에 큰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달 먼지가 지구 먼지보다 화학적 반응성이 높고 비표면적이 크며 가장자리가 뾰족하고 날카로운 입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화학적 반응성이 있는 입자가 폐에 침착되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규폐증과 유사한 더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해결책은 연잎효과 코팅 
해결책에 대한 단서는 지구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연잎 효과(Lotus Effect)다. 연잎 표면은 매끄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나노구조로 되어있어 자정작용(Self-Cleaning)이 가능하다. 연잎 표면의 왁스 성분으로 인한 발수작용으로 구형을 띠고 있는 물방울은 굴곡진 표면 위에서 연잎 과의 접촉이 거의 없는 상태로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머물러 있다.  

스마트 머티리얼 솔루션은 5년 동안 ‘기능성 표면 텍스처’를 연구했다. 2021년 5월에는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나센트 센터의 치하오 창 교수와 협력하여 달에 있는 우주선 부품의 먼지 저감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위한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나사(NASA)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들은 연잎과 같은 나노구조를 원단 표면에 코팅으로 처리하면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착안을 하였다. 표면과의 접촉 면적이 줄어들면 반데르발스 힘(Van der Waals force) 같은 접착력이 줄어들어 미세한 충격에도 먼지가 떨어져 나갈 수 있다. 물론 먼지 사이즈와 나노 구조의 크기에 따라 거꾸로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으므로 구조면의 적절한 나노 사이즈를 찾아야 한다. 

그들의 첫 연구는 일단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매끄러운 표면은 기울여도 먼지가 그대로 있는 반면 나노 구조 표면은 먼지들이 쓸려 내려갔다. 액체가 아닌 고체입자의 연잎 효과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이 기술은 의류의 물리적 방오기능을 강화하여 발수제나 발유제 같은 케미컬 사용을 최소화하고 잦은 세탁 때문에 단축되는 의류의 수명을 늘리는 한편, 물 사용의 전격 감소로 수자원을 보전하여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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