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가 채 가시지 않은 초봄, 도쿄 레인보우 브릿지 근처의 오픈 카페테리아에 들러 식사를 했다.
인공의 바다가 광할하게 펼쳐진, 그리고 현란한 밤풍경속에서 흑인 웨이터의 세련된 접객을 받다보니, 문득 일본이 아닌 유럽영화의 한 장면에 끼어들은 듯한 착각이 문득 이는 순간이였다. 그리곤 기분이 좋아진 김에 커피와 케익, 그리고 칵테일까지 추가 주문해가면서 문득 자신이 순전히 자기애에 빠져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자기만족에 사는지도 모른다.
일상생활과 아무런 관계없는 연예인들의 패션을 따라 입어보는 것도 퇴근길에 빵집에 들러 유명한 프랑스 빵을 사거나 한아름의 꽃다발을 주문해 보는 것도 모두 자기애가 만들어내는 시장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런 자기애가 만들어내는 잠재 소비시장은 그어떤 마케팅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무한 가능성 바로 그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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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패션산업의 급진전
패션 역시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옷이라면 뭐든지 걸치기만하면 됐던 시대에서 유명브랜드의 제품, 혹은 유행하는 옷, 개성이 넘치는 옷등등 그때마다 사람들의 기호에 맞춘 옷들이 팔리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게다가 일시적으로 탤런트나 수퍼모델의 패션에 집중하기도 하는가 하면, 하다못해 립스틱 컬러의 히트에 맞추어 옷과 구두의 판매세가 뒤바뀌는 현상도 심심치 않게 일기도 한다.
적어도 시장은 자기애라는 이름으로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이라는 업종만으로는 분류할 수 없는 다양성으로 기존의 전문점의 형태를 뒤바꿔놓는 이른바 패션 전문점 혁명의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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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운영식 매장 등장
그런의미에서 이제 단순히 물건의 기능성 뿐만이 아니라, 그 상품의 캐릭터를 통해 이미지와 기분을 사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기존의 매장운영방식으로는 대처할 수가 없다는 것을 감지한다.
또한, 앞으로는 캐릭터성이외에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등으로 형성되는 이미지, 혹은 그것을 이용한 상품들을 구성한 점포등이 유망업종으로 부상할것이라는 것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가령 패션과는 각종 메이크업숍을 비롯하여, 패션, 구두, 백, 액서사리등을 총 통합으로 움직이는 전문점의 예를 들어보자.
가령 예를들어 체형 관리숍의 관리사가 ○○메이커의 바디수트가 좋고, 컬러와 이미지적으로는 △△브랜드가 좋다. 왜냐하면…”이라며 꼼꼼하게 패션을 설명할 수 있고, 머리색 피부색 직업과 얼굴형등의 특징을 고려해가며 거기에 맞는 옷까지 어드바이스해 주는 전문 어드바이저가 있는 매장. 이런 매장의 매상은 더블이라고 한다.
거기에는 일반 판매원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한 설득력이 있었으며, 이것은 베이비와 아동복을 감각있는 소아과와 산부인과의 간호사들이 판매하는 것과 같은 신뢰감과 무엇보다도 자기애를 자극하는 고도의 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식의 연장선상에서 실제로 지금 일본에서는 각종 수입옷과 카페를 복합운영하는 점포들이 번성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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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빛나는 지혜
사실, 지금은 남과 여의 역할이 나누어져 온 시대와는 달리, 요즘에는 맞벌이가 늘고 육아를 포함한 가사 노동을 서로 분담하게 되면서 패션에 있어서도 남녀를 구분하는 것이라곤 오직 사이즈뿐이라는 다소 과장된 표현도 나오는 시대다.
이럴 때 트렌드 섹스숍의 출연은 이제 급진적인 발상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사람은 위기에 직면하면 아주 주관적인 기존의 경험으로 판단하기 마련이다.
매상이 떨어지면 일제히 세일에 들어가고, 사람을 줄이고 코스트다운을 시도하려는 기존의 경영방식을 답습할 수 밖에 없는 요즘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적어도 모두가 자신의 레벨업된 라이프 스타일을 꿈꾸는 시대. 패션 전문점의 일대 혁명기를 감지해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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