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의 새로운 놀이문화 '듀프 트렌드'
기존 제품보다 비슷하고 저렴한 제품 발굴이 '힙'한 것
지속되는 경기 불황에 Z세대는 비싼 제품 대신 합리적인 ‘저렴이’ 제품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고가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을 모방한 대체품 ‘듀프(Dupe)’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성인 2200명 중 약 3분의 1이 듀프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Z세대의 50%와 M세대의 44%가 듀프 제품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한국 또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생활·잡화 브랜드 다이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손앤박 컬러밤은 명품 뷰티 브랜드 샤넬 뷰티의 립앤치크 제품과 비슷하다는 SNS 입소문에 품절 대란을 일으켰고, 다이소의 다른 화장품 또한 비슷한 듀프 제품들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중이다.
듀프는 ‘복제하다’라는 뜻을 가진 'Duplicate'에서 유래됐다. 인기 제품과 디자인과 성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한 제품을 의미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개념이었지만 최근 틱톡(TikTok) 등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주류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주로 뷰티 업계에서 고가의 메이크업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저렴한 제품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 패션·액세서리·가정용품 분야까지 영역이 확장된 상태다.
특히 Z세대는 기성 제품의 모조품으로 느껴질 수 있는 듀프 제품 구입에 대해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이다. 그들은 듀프 제품을 부끄러운 것이 아닌 '힙'하고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한다. 특히 자신이 구매한 듀프 제품을 자랑하며 SNS에 공개적으로 공유하기도 한다.
SNS 플랫폼 틱톡에서 이들의 듀프 소비는 ‘#dupe’, ‘#dupefinds’ 등의 해시태그로 수십억 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원본 제품과 듀프 제품을 비교하는 영상을 통해 가격 대비 성능이나 디자인의 유사성을 강조하고 자신이 발견한 듀프 제품을 서로 추천하며 소통하는 방식이다.
SNS에서 시작된 듀프 트렌드는 소비자들의 패턴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고가의 제품보다 저렴한 대체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Z세대의 브랜드 충성도 또한 더욱 감소하는 추세다.
액티브웨어 분야의 경우 CRZ 요가(CRZ YOGA), 할라라(Halara) 등의 듀프 브랜드가 ‘레깅스계의 샤넬’ 룰루레몬(lululemon)을 대체할 수 있는 '저렴이'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룰루레몬의 인기 스타일인 높은 허리 밴드와 심리스 구성 등 유사한 디자인을 선보이면서도 절반 이하의 가격을 내세우며 많은 소비자들에게 접근했다.
틱톡에서는 이미 룰루레몬의 듀프 제품을 뜻하는 #lululemondupe 해시태그가 만 개 가까이 업로드 될 정도다. 이에 대응해 지난 해 5월 룰루레몬은 듀프 제품을 매장에 가져올 시 자사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듀프 스왑(dupe swap)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룰루레몬 CEO 캘빈 맥도날드(Calvin McDonald)는 “이벤트에 방문한 고객의 약 절반 정도가 30세 미만이며 그들은 대부분 룰루레몬을 처음 이용하는 고객”이라고 밝혔다.
일부 브랜드들은 듀프 제품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 정책을 조정하거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명품 브랜드나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명품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내는 유니클로가 그 예시다.
‘르메르맛 유니클로’로 불리는 유니클로 U 라인은 르메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퍼 르메르와 그의 팀이 유니클로와 협업해 기존 르메르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면서도 비슷한 실루엣과 품질을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최근 유니클로는 지방시 출신 유명 패션 디자이너 클레어 웨이트 켈러를 영입해 새롭게 유니클로 C 라인 또한 선보인 상태다.
단순히 값싼 제품 구입을 넘어 하나의 놀이이자 자랑거리가 된 듀프 트렌드. 어두운 경기 불황과 Z세대의 브랜드 충성도가 낮아지고 있는 추세에 한동안 ‘듀프 찾기’는 꾸준한 흐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