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예술’ 어우러져 ‘평화’ 메세지 날리다
세계적 ‘패션아트 축제’ 한 걸음 도약
패션과 아트가 결합한 아시아 최초의 축제 ‘2010 국제 패션아트 비엔날레’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성황리에 마쳤다.
비엔날레 전시 기간 동안 평일 평균 300명, 주말 약 2000여 명이 관람했으며 ‘패션아트와 문화’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초청작가의 강연도 펼쳐졌다. 지난 11일에는 전시 리셉션이 개최돼 국내외 참여 아티스트 및 각계 인사, 관람객들이 참가한 가운데 퍼포먼스, 패션쇼 및 올해의 작가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축하공연으로 ‘공존’이란 주제를 담아 최복호 디자이너의 옷을 입은 5명의 키다리팀 퍼포먼스가 펼쳐졌고, 홍선미 안무가가 연출한 무용극 및 패션쇼는 지구촌 6대륙의 전쟁과 화합을 담아냈다. 또 전시는 ‘이도 이’, ‘바바라 디아보(Barbara Diabo)’, ‘프레데리크 모렐(Frederique Morrel)’ 등 총 105명의 패션아트작가들이 ‘전쟁과 평화’에 관한 작품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세계적 축제場 열어
국내 처음, 아시아 최초로 개최된 이번 패션아트 비엔날레는 국내외 유명 아 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해 첫 회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작품들이 전시됐다. 시씨 핑크(Sissy Pink), 실파 샤반(Shilpa Chavan) 등 해외작가와 강기옥, 최복호 등 국내 유명 디자이너들도 참여해 전시의 수준을 높였다.
한국패션문화협회 진경옥 부회장은 “이번 행사를 위해 4~5개월 동안 협회회원들이 6대륙으로 나뉘어 다양한 인맥과 인터넷을 통해 유명한 작가들을 개인적으로 컨택해 참여시켰다”고 전했다. 세계 종교지도자 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해 비엔날레를 축하하기 위해 온 인도 종교학자 사라다루 라나드는 “우리가 느끼는 것을 옷을 통해 표현하는 시대가 왔다”며 “비엔날레를 통해 우리 안에 내재된 평화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해 세계가 조화롭게 나아갈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한국패션문화협회 이기향 회장은 “서울에서의 비엔날레 개최는 역사적 요청”이라며 “이번 기회로 복식문화 현대화 및 국제적 기여에 더 노력할 것이며 세계 속의 한국 이미지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 말했다.
패션, 예술을 입다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입는 개념의 패션이란 기존 틀에서 벗어나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예술작품들이 옷이란 형태를 빌어 재탄생했다.
특히 콜롬비아 아티스트 포사다(Mauricio Velasquez Posada) 교수는 관람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여 높은 관심을 받았다. ‘스킨스(Skins)’란 이름의 작품으로 관람객들이 스크린 앞에 서서 움직이면 화면에 실루엣이 나타나 다양한 콜롬비아인들의 피부조각들로 옷을 입은 이미지가 그려졌다.
배준성 화가는 ‘더 코스튬 오브 페인터(The Costume of Painter)’란 제목으로 화가가 그리는 옷, 그 옷을 그리면서 생기는 일, 완성된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모두 한 폭의 그림에 담았다. 금기숙 작가는 와이어와 비즈를 사용해 복잡한 배경에서 검정색 비즈 드레스를 부각시켜 전쟁의 어두움과 혼돈 및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소통의 창구를 잘 표현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올해 최고 작가 선정
올해의 작가상은 한국패션문화협회가 매년 진행하는 행사로 이번 비엔날레 개최를 기념해 특별히 국내외 작가를 함께 선정했다.
심사위원은 홍익대학교 이두식 교수를 필두로 김미진 현대 미술 대학원 부회장, 인스타일 양수진 편집장 등이 참가했으며 국내는 진경옥 교수, 국외는 미국 아티스트 캠벨(J.R. Campbell) 교수가 수상했다.
국내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동명대 패션디자인학과 진경옥 교수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좋은 작품들이 많았음에도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상을 주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국외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미국 아티스트 캠벨(J.R.Campbell) 교수는 “비엔날레에 참석한 것도 영광인데 상까지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전쟁과 평화’란 주제를 해석하기는 힘들었으나 이곳에 와서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밝혔다.
성장 기반 다지다
유명 아티스트들의 높은 참여율로 성공적이라 평가되고 있지만 국내에서 처음 개최된 행사여서인지 국내외 귀빈 관리, 행사 진행 등이 미비해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전시 리셉션 중간에 펼쳐진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자리를 이동할 때는 초청 귀빈들에 대한 자리 선정이 없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패션문화협회 한 관계자는 “후원금 부족으로 비엔날레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적·물질적 제약이 많아 준비위원들의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부족한 점들을 잘 보완해 2년 후에 열릴 비엔날레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도이 디자이너 현장 인터뷰
‘양털·메탈’ 창의적 작품 과시
차세대 안나수이라 불리며 해외에서 더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이도이 디자이너. 그녀는 ‘도이파리스(Doii Paris)’의 대표이자 서울패션위크, 벤쿠버패션위크 등 각종 컬렉션에서 활약하고 있는 실력파 디자이너다.
평소 존경하는 배창범 교수의 권유로 비엔날레에 참가하게 된 이도이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들은 패션을 어떻게 상업화 시킬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그런 것과 상관없이 작품을 마 음껏 풀어갈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또 “외국에서 공부한 후 한국에서 뚜렷한 소속감 없이 활동해 왔지만 함께 참여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소속감이 느껴져 좋았다”고 전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이 디자이너는 ‘전쟁과 평화<사진>’를 주제로 화이트, 블랙, 골드 색상을 넣은 세 가지 여성복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고대시대를 모티브로 당시 사람들의 의복이 정형화 되지 않은 것에 착안해 ‘목자’의 느낌을 표현하려 했다. 양털로 짠 옷감 위에 반짝이는 소재를 가미시켜 고대 시대 사람들이 지닌 인간과 신, 자연에 대한 개념을 함께 담아내고자 했다. 골드는 흙이나 돌같은 느낌이 들도록 표현해 ‘대지’의 느낌을 나타냈으며, 화이트는 ‘신’적인 존재와 막강한 권력을, 블랙은 ‘인간’을 표현했다.
이도이 디자이너는 “메탈로 머리와 몸에 장식을 가미한 것은 전쟁에서 인간이 사용하는 ‘무기’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며 “옛날 율법이 처음 생겨났을 당시 사람들의 평화로웠던 일상이 ‘무력’에 지배됐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