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부터 지속된 매출 부진으로 패션과 유통업계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예년과 다른 기후변화로 봄이 실종돼 간절기 아우터들의 판매율이 낮았고 경기악화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영향으로 지난 4월 패션 업체는 물론, 백화점까지 역신장세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재고가 많이 남게 되면서 백화점과 패션업체들은 노세일 기간인 이달에도 대형 할인전을 진행해 매출 진작에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28일 연휴를 전후해 집객력 높이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사진 : 지난 26일 한 대형 백화점 이벤트홀에서 진행된 할인전. 여름 신상품을 비롯, 특가 상품들을 구매하기 위한 고객들이 대거 몰리면서 안전이 우려됐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5일부터 4일간 소공동 본점 9층 행사장에서 ‘원피스 100대 브랜드 대전’을 실시, 총 9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번 행사는 ‘영패션’부터 ‘엘레강스’까지 총 100개 여성복 브랜드로 구성, 기존 백화점 단일 행사 기준으로 가장 많은 브랜드들이 참여했다. 참여 브랜드는 ‘보브’, ‘타스타스’, ‘르샵’, ‘에린브리니에’, ‘라인’, ‘지컷’ 등이며 가격은 2만~4만 원대의 초특가 상품이 주를 이뤘다.
관계자는 “‘미끼상품’으로 불리는 초특가 상품은 집객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서 “초특가 상품은 보통 전체 물량의 20%로 구성되지만 이번 행사에는 40%로 비중을 높여 준비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행사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위축된 소비심리를 회복하고, 협력사들의 재고 소진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했다. 목표액은 8억 원이었으나 이를 상회했다”고 덧붙였다.
롯데백화점은 원피스에 잘 어울리는 구두 12개 브랜드, 란제리 5개 브랜드도 같이 구성해 ‘원피스 풀 코디’ 쇼핑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행사장 전면에 VP존을 설치해 마네킨 전시로 다양한 원피스 룩을 고객들에게 제안했다. 특히 중국인과 일본인 등 외국인 고객들이 몰릴 것을 대비해 통역 사원도 상시 대기 시켰다.
본점장 이완신 상무는 “불경기를 맞아 가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대형 초특가 행사를 지속적으로 준비해 백화점 방문 고객을 늘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25일부터 3일간 본점에서 ‘스테파넬’, ‘톰보이’, ‘르샵’ 등이 참여한 ‘영캐주얼 패션 특집전’을 열어 초특가 상품을 판매, 목표 대비 140%의 매출 달성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동안 ‘남성 쿨가이 패션 컬렉션’도 열어 남성 정장을 19만~24만 원대로 선보였다. 강남점에서는 지난 26일부터 3일간 ‘티백’, ‘마뉴엘레기욤’ 등 30여명의 젊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참여한 신진 디자이너 패션아트페어를 열었다. 또 ‘96NY’, ‘이엔씨’, ‘GGPX’, ‘지고트’, ‘아이잗바바’ 등 유명 여성 브랜드가 참여한 여성복 상품전도 함께 펼쳤다. 특히 이번 행사는 여성 의류 업체들의 어려움을 대변하듯 여름 신상품을 포함한 특가 상품들이 구성됐으며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그러나 백화점들은 집객력 높이기에만 혈안돼 고객들의 동선을 고려하지 않은 장내 구성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대규모로 진행되면서 참여 브랜드수와 물량이 많아 방문 고객들과 행거가 뒤섞이면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26일 행사장을 방문한 고객은 “길목이 한 사람이 지나가기에도 너무 협소한 공간이다”면서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방문했지만 물품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많은 사람이 몰릴 것에 대비해 고객 안전도 고려해 장내를 구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