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섬유 쓰레기도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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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공장 버리는 원단 재활용하면 최소 300억 이상 가치
​​​​​​​매년 대구 중견 직물 공장 한 개 세우는 효과
추석을 며칠 앞둔 작년 9월 말, 봉제 공장이 밀집한 창신동 골목 어귀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관내 폐기물 수거 업체가 공장들이 밖에 내 둔 원단 조각을 담은 포대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종로구청 청소과 담당자와 마찰이 일어난 것.
종로구 담당자는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 또 이를 수거하는 업체가 따로 있는데 허가 받지 않은 업자가 무단으로 실어가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공장주와 폐기물 수거 업자는 “쓰레기가 아니라 재활용 물품이므로 수거가 용이하게 포대자루에 담아 내 뒀고 이를 허가 받은 폐기물 수거 업체가 가져가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는 주장이었다.

양측의 다툼이 계속되자 급기야 경찰이 개입했고 경찰 중재하에 이날 원단 포대 자루는 폐기물 업자들이 수거해 갈 수 있었다. 최근들어 창신동에서는 이런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폐제품을 분해해 재활용하는 기술의 진보로 거리에 나뒹구는 쓰레기들이 소위 ‘돈’이 되면서부터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서울에서 배출되는 섬유제품 쓰레기 얼마나?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에는 약 2500여개 안팎의 봉제 공장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공장들은 통상 1장에 1860원 하는 100리터 쓰레기 봉투를 사용하고 있다. 서울봉제산업협회 차경남 회장은 “전체 공장들 중 재활용 가능한 원단 조각을 모아 배출할 수 있는 곳은 약 1500곳 정도이며 이들은 월 평균 20여장을 쓰고 있다. 각 공장마다 연간 약 40~50만 원쯤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폐원단 조각을 재활용하지 않고 모두 종량제 쓰레기 봉투에 버리면 약 6~7억 원이라는 큰 돈이 된다. 일부 재활용되는 원단들이 있지만 지금 창신동에서 나오는 원단 조각들은 대부분 쓰레기로 분류돼 그냥 버려지고 있다.

이 지역 쓰레기 수거 관허 업체인 평아실업에 따르면 종로구에서 나오는 하루 쓰레기 양은 약 35톤 가량. 연간 약 1만 톤의 쓰레기가 나오는 것으로 추산된다. 평아실업은 종로 1~6동, 창신동, 숭인동, 연건동, 이화동 등 종로구 섬유 제품 쓰레기가 나오는 지역 대부분을 커버하고 있다.

이 회사 김옥단 대표는 “100리터짜리 쓰레기 봉투가 하루 1500개쯤 나가는데 봉투 한 개당 실제 무게는 30~32kg이다. 계절적 차이가 있어 일정하지 않지만 연간 1만톤이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구의 제품 쓰레기는 대부분 봉제업체에서 나오므로 특별한 정부 통계가 없는 한 이는 버려지는 폐원단 양을 추산할 수 있는 실제치에 가장 근사한 값이다. 가장 많은 제품 쓰레기가 나오는 곳이 창신동이고 숭인동, 이화동이 그 다음이라고 한다.

서울시로 넓혀보면 중랑구, 성북구도 섬유 제품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곳이다. 서울시 통계에 의하면 2011년 제품쓰레기 배출량은 중랑구 1200톤, 성북구는 3200톤이다. 그러나 실제 배출량은 이보다 훨씬 크다.

서울봉제산업협회와 한국의류시험연구원, 서울대 패션신소재연구센터가 공동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연간 종로구 1만6000톤, 중랑구 2만 톤, 성북구 2만 톤, 중구 2만 톤, 기타 지역 3만 톤의 섬유제품 쓰레기가 나오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의 전체 섬유 제품 쓰레기 양은 연간 10만6000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섬유제품(원단조각) 쓰레기 재활용 경로
리텍스는 쓰레기 종합재활용 경기도 최대 허가업체이다. 주로 섬유류를 재활용하고 있고 현재 성북구 연간 3100톤을 포함해 서울시 6개 구청과 계약을 맺고 섬유제품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리텍스는 섬유제품 쓰레기가 입고되면 1차(폐섬유), 2차(불순물) 분류를 거쳐 무게를 잰 다음 가공업체로 보낸다. 모든 과정은 기관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분류가 끝난 쓰레기는 가공업체에서 폴리와 나일론은 수지화 해 녹여, 칩으로 만든 다음 플라스틱 봉이나 자동차 바닥용 시트, 방음·흡음제 등으로 재탄생시킨다. 면은 압축해서 재생섬유로 만들거나 중국으로 수출한다. 나머지는 고형화연료로 만들어 기름이나 석탄 대용으로 사용된다. 주로 세멘트, 제지공장, 나염공장에서 연료로 쓰고 있다.

리텍스는 허가 업체지만 대부분 섬유제품 쓰레기는 이쪽 업계에서 일명 ‘개미’라고 부르는 무허가 불법 업체가 수거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불법 매립으로 인한 환경 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 통상 남양주, 의정부, 양주 등의 하우스에서 분류 작업을 거쳐 일부는 재생섬유가 되고 대부분은 소각용으로 쓰이고 있다.

리텍스 이치성 이사는 “작년 기준 남양주의 불법 무허가 업체 숫자는 약 260여 개 정도로 추산된다”며 “서울 전체로 보면 양주, 고양, 시흥 등지까지 합쳐 약 400여 업체는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활용의 경제적 효과
서울시에서 배출되는 섬유제품 쓰레기는 대부분 종량제 봉투(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려지고 있다. 연간 10만6000톤이 버려지므로 100리터 봉투(약 30kg)로 환산하면 약 353만 장의 쓰레기 봉투가 사용된다. 여기에 봉투 한 장 값인 1860원(종로구 기준. 구청마다 쓰레기 봉투값이 다르다. 성북구는 1장에 2400원)을 곱하면 총 65억7200만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들 쓰레기 처리 비용은 얼마나 들까? 이들 제품 쓰레기는 재활용되는 양은 극히 적고 대부분 매립 또는 소각 과정을 밟고 있다. 리텍스 이동춘 대표는 “전체 섬유제품 쓰레기 중 50%는 소각, 20%는 매립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30%는 무허가업체(개미)가 수거하므로 매립, 소각 어느쪽으로도 통계를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역시 정부 통계가 없어 벌어지는 현상이다.

매립에는 톤당 1만8000원, 소각은 15만 원(사설과 국공립마다 다름)의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소각비용은 (10만6000톤)X(50%)X(15만 원)=79억5000원, 매립은 (10만6000톤)X(20%)X(1만8000)=9억5400만 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를 기초로 서울에서 배출되는 섬유제품 쓰레기 수거 및 처리 비용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30%를 제외하더라도 (봉투값)+(소각비용)+(매립비용)=154억7900만 원에 이른다. 그러나 쓰레기를 재활용할 경우에는 또다른 부가가치 효과가 있다. 분류후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가공공장으로 넘기고 가공공장에서 재생섬유나 연료로 만들어내면 각 단계마다 일반 제품처럼 부가가치가 커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가공공장으로 팔리는 섬유제품 쓰레기 가격만 환산해 본다. 가공공장 이후에는 각 사용처마다 제품의 가격과 생산 단계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재활용 업계에 따르면 전체 섬유제품 쓰레기 중 20~30%는 재생섬유, 나머지 70~80%는 고형화 연료로 재활용 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분류가 끝난 제품 쓰레기는 kg당 재생섬유용은 약 150~200원, 고형화연료용은 약 100원에 가공공장들로 팔린다.

역시 30%를 제외한 나머지 섬유제품 쓰레기의 1차 부가가치 효과를 계산하면 재생섬유용은 31억8000~63억6000만 원, 고형화연료용은 74억2000만 원~84억8000만 원이 된다. 1차 단계에서만 최소 116억6000만 원~137억8000만 원의 부가가치 효과가 생기는 셈이다.

■재활용의 사회적 가치
영세한 봉제공장들의 경제적 부담과 지자체의 쓰레기 배출량을 줄임과 동시에 환경 보호에도 일조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소각 또는 매립에 따른 환경 및 토양 오염을 줄일수 있고 영세 봉제업체의 폐기물 처리 비용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리텍스 및 성우실업 등 섬유종합 재활용업체들은 재활용 방안이 열리기만 하면 쓰레기 처리 비용을 보전함으로써 봉제업체들 비용을 상당부분 절감하는데 기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여기에 경제적 효과에서 보듯 섬유제품 쓰레기 재활용은 줄잡아 수백억 원에 이르는 파급 효과가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기존 산업과 달리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제도만 정비해도 당장 해결하고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제품 개발이나 전시회 지원, 산업 구조 합리화 같은 돈드는 사업과 달리 기존에 있는 시스템들을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제도적 장치만 손보면 되기 때문이다.

■정부도 필요성 느끼고 제도화 움직임
작년 10월5일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실 산업환경과 회의실. 이 자리에는 지경부와 서울시, 각 구청 및 서울봉제산업협회, 자원순환협회 등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섬유 자원 재활용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정책이 모색됐다.

이날 참석자들은 봉제공장에서 나오는 원단 조각의 재활용 필요성에 공감했고 지식경제부와 서울시는 업계 의견을 받아들여 적극적인 정책 추진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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