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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르네상스 호텔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살롱화 11개 업체 사장단이 한 자리에 모여 침체된 제
화업계의 발전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이례적인
행사가 열린 것이다.
지금까지 살롱화 업체들의 모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
만 참석 업체수가 매우 적은 것은 물론 모임을 가져도
기껏해야 2회정도에 그치고 친불친(親不親)으로 만나
사적인 이야기에만 국한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모임은 그 자체로 큰 성과였다.
특히 업체 사장들이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할 지라도 타사 방문시 디자인 개발실은 출입하지 않는
것이 동 업계의 불문율임을 떠올린다면 이번 모임에서
제화업계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 시즌별 1회, 연 4회
에 걸쳐 공동 패션쇼를 개최하자는 의견이 만장일치로
합의 된 점은 굉장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모임은 이같은 가시적인 성과외에 백화점이나 타
협력업체에 관련업체들의 요구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
는 언로(言路)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제화는 의류에
따라가는 코디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다
는 점, 점차 기승을 부리는 카피의 원천봉쇄, 무조건적
인 고객의 환불요구에 대한 일괄 대처 등에서 부가가치
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IMF이후 로드샵이 무너지고 백화점 매출에만 전
념해 있는 제화업계의 전후사정을 살펴볼 때 백화점
횡포에 대한 대처는 차치하더라도 제화 패션쇼를 통해
전반적인 패션트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도를 높여
로드샵을 부활시킬 수 있는 하나의 기점이 될 수 있다
는 점에서 모임에 대해 거는 기대는 실로 크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에못지 않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친목회 수준에서 머무르다가 올해 안에 흐지부지 될 것
이라는 확신부터 업체간 담합 우려까지 제화업계의 모
임에 대한 주위의 반응은 모임에 참석한 업체를 제외하
고는 대부분 부정적일 정도로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
다.
모임에 참가한 업체들은 단체를 발족시키기도 전에 이
같은 평가가 나왔다는 점에 예의 주시, 단체 운영에 적
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지금껏 제화업계는 자기 살 길만을 중시, 대표적인 모
래알 업계로 대변돼 왔다.
그런 제화업계가 이번 모임의 발족을 통해 얼마만큼 성
숙한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해 본다.
/허경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