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모아 살림살이 마련하고 아이들과 함께 살아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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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여성새로일하기센터’ 1년, 현장에서 일어나는 작지만 큰 변화들
취약계층 여성 50명 취업하고 40개 공장 환경개선

취약계층 여성 봉제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세워진 봉제여성새로일하기센터(이하 새일센터)가 문을 연지 이달로 1년이 됐다. 작년 8월 업무를 시작한 새일센터는 민·관이 힘을 합친 (봉제) 특화형 센터라는 점에서 정부에서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대표 조길수) ‘마음과마음’ 재단이 매년 4억원, 향후 5년간 총 20억원을 지원하는 사회발전기금을 바탕으로 여성가족부 지도·감독하에 서울봉제산업협회(회장 차경남)가 위탁·운영하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여성가족부와 작년 4월 사회적 취약계층 여성 자립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총 50억원을 출연, 같은해 9월에 ‘마음과마음’ 재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올 1월 열린 새일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조윤선 前 여성가족부 장관은 “기업이 사회에 공헌한다는 점에서 의미있고 소중한 일”이라며 “국가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지원하는 이번 (특화형) 1호 센터가 모범적 선례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새일센터는 크게 2가지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사회 취약계층 여성을 대상으로 한 봉제엔지니어 양성 및 취업 지원과 ▲여성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사업체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작년 8월 시작된 제1기 사업 기간 동안 새로일하기센터는 총 50명의 취약계층 여성을 봉제공장에 취직시켜 줬고 40개 업체의 환경개선사업을 지원했다.

■실질 취업 유지율 100%
본지가 새일센터에 확인한 결과 이중 45명이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취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도 포기한 5명은 가정폭력피해 여성을 구제하는 여성쉼터 출신 취업자가 쉼터를 바꾸거나 거주지를 이동함에 따라 비자발적 사유로 중단한 것으로 확인돼 실제 취업 유지율이 거의 10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창신동에서 여성복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기일 사장은 “봉제학원을 통해 취업한 사람의 이직률은 보통 80%에 이른다”며 “센터에서 추천한 사람은 이직이 거의 없어 안정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1명이지만 앞으로 3명은 더 채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취약계층에 직업을 갖게 해 주고 봉제 인력을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그 어떤 정부지원사업보다 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취약계층 여성 취업사업의 특징은 고용주뿐만 아니라 취업자에게도 직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돈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사업주는 취업자 1인당 5개월간 급여 중 30만원, 3개월간 4대 보험료 13만원을 지원받는다. 취업자에게는 5개월간 10만원을 줘 출퇴근 교통비로 쓰게 하고 있다. 즉, 1명이 취업하면 고용주와 취업자에게 약 240만원이 지원되는 것이다.

■올해 지원내용 대폭 강화
취업 최우선 순위는 가정폭력피해 쉼터 여성이지만 결혼 이민자(다문화 가정), 한부모 가정, 6개월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경력단절여성 등도 수혜 계층이다. 제1기 사업 취업자 50명 중 쉼터 출신은 13명이었다. 이들은 여성쉼터나 사회 기관을 통해 추천을 받아 새일센터에서 취업을 연계받는다. 취업 전 직무 및 소양교육을 받고 사업주와 협의 후 봉제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

새일센터는 제2기 사업에는 취업 인원을 70~80명 선으로 늘릴 계획이다. 김현주 팀장은 “작년은 사업 초기라 사무실과 집기 등 초기 투자비용이 많았지만 올해는 이 비용이 절약돼 수혜 계층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원 프로그램도 강화된다. 새일센터에는 봉제 교육을 위한 장소와 설비가 없어 직무 및 소양 교육만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단기 실무 정도는 가르쳐 현장에 적응하는 시간을 앞당기는 방법을 찾고 있다. 또 마음과마음 재단과 협의해 취업이 유지되면 성과급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한 봉제공장 사장은 “이들은 기술을 습득하려는 욕심은 많은데 일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어(쉼터 출신 여성은 귀가 시간과 주말 이틀을 포함한 공휴일 휴무가 정확하게 지켜져야 한다) 사전에 봉제 기초 교육 정도는 마친 후 취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업체 환경개선사업도 성과
봉제공장은 대부분 노후된 다세대 주택을 개조하거나 임대료가 싼 건물 지하에 들어가 있다. 그러다보니 일반 오피스와 달리 화장실은 옥외에 별도로 떨어진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정을 모르고 방문한 사람은 가끔 곤혹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다. 여성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이런 시설을 청결하고 편히 쓸 수 있게 하는 일이 사업체 환경개선사업이다. 새일센터는 지금까지 40개 사업장을 지원했다.

한 곳당 150만원 한도에서 화장실을 비데로 교체하거나 보조작업대를 설치하고 봉제용 안전의자 등을 보급하는 일에 총 60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10%는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며 올해는 10곳을 늘려 총 50곳을 지원할 계획이다.

센터는 사후 관리사업으로 취업이력제도 및 사업장 역량 강화 사업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취약 여성계층은 주거 문제로 취업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사업체가 밀집한 지역에 보육실을 만들고 아울러 자립관을 설립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추진 중이다.

■ 새일센터 지원으로 자립에 성공한 김연희씨
“취업 후 쉼터 나오고 생활안정 되찾아”

취약 여성계층은 취재가 까다롭다.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려 인터뷰는 물론 사진 촬영도 안되는 등 제약이 많았다. 김연희(가명, 46세, 사진)씨 역시 새로일하기센터와 사업주 협조를 얻어 설득한 끝에 어렵게 인터뷰와 사진 촬영 허락을 받았다. 가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신분 노출이 될 경우 또다시 가정폭력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취재 중 만난 한 봉제공장 사장은 “전에 일을 잘해 눈여겨 보던 사람이 있었는데 전 남편이 일하는 곳을 알아버렸다고 나간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봉제공장 사장은 “개인정보 보호? 전혀 없다. 나중에 다 찾아 내더라”며 “그래서 쉼터 여성들은 4대 보험도 가입하지 않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연희씨도 가정에 문제가 있어 작년 수녀원이 운영하는 여성쉼터에 들어왔고 새일센터를 통해 취업에 성공했다. 1남 1녀와 함께 살고 있다는 그는 봉제 공장 취업으로 비록 월세이긴 하지만 자녀와 편히 쉴 수 있는 자그마한 집 한칸을 마련해 행복하다고 했다.

“집을 나올 때 옷만 갖고 나왔는데 취업을 하고 나서 생활이 안정됐어요. 약 1년간 월급을 모은 돈으로 지난 6월 쉼터를 나와 월세집을 얻고 냉장고도 사고…지금은 살림살이가 늘었어요.” 의지할 곳 없어 사회기관에 의탁하는 삶을 살았던 여성이 봉제공장에 취업해 일자리를 얻음으로써 자녀 2명과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게 된 것이다.

“우리 같은 사람은 일자리가 별로 없어요. 신분 노출 걱정 때문에 아르바이트도 못합니다. 가정폭력은 정신과 언어, 신체 폭력이 동반되는데…고통스러운 일이에요. 취업 후에는 생활이 많이 안정 됐습니다.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도 없고…동료들이 이해해 주더라고요.”
그는 처음에는 실밥만 따다가 점차 기술이 늘어 미싱을 다루게 되면서 월급도 올랐다. 왜 봉제였을까? 앞으로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기술을 배우면 나이가 들어도 일을 할 수 있잖아요. 막내가 고등학생인데…이 아이가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일 해야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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