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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회씩 꾸준히 패션쇼를 개최하는 I.F.U.N(전국 패
션관련학과 대학생 연합회)의 5번째 정기 패션쇼가 지
난 6일 열렸다.
노스트라다무스의 1999년 8월의 ‘예언’을 테마로 높
은 성곽으로 둘러 쌓인 수도원에 비밀스럽게 모여사는
검은 제의의 수도사들, 흡사 마녀제판의 화형대에라도
오를 듯 붉은 십자가를 온몸에 문신한 작품들은 학생들
의 실험정신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이어 화이트 컬러와 부드러운 소재, Fur, 깜찍하게 달
려있는 천사의 날개 등은 암흑과 재판에 가려진 희망의
빛으로 표현됐고 원시적인 자연색 그룹은 자연을 거스
르지 않고 함께 동화되어 살아가는 것만이 신의 뜻이라
는 계시로 해석됐다.
이번 I.F.U.N 패션쇼는 한벌, 한벌의 옷이 잘되고 못되
고를 떠나 전체적으로 테마해석력이 뛰어난 쇼로 평가
하며 싶다.
쇼를 지켜보는 관람자들을 내내 생각하게 만들고 ‘아
학생들이 자신들의 작품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구
나’하는 감을 느낄 수 있었다.
테마해석력 외에 또 하나 패션쇼에서 주의깊게 살피는
것은 옷에 어울리는 소품의 효과와 디자이너의 정성이
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손끝에서 묻어나
오는 꼼꼼함과 정성은 감동 그 자체로 다가온다.
가느다란 투명실로 하나하나 엮은 니트조끼라든가 기성
슈즈에 타고난 손재주로 재미난 조형미를 보여준다거나
하는 매력적인 코디네이션은 당장 달려가서 손끝으로
확인하며 잘했다고 칭찬을 듬뿍 안겨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내셔널 브랜드 중에도 그러한 ‘손끝에서 묻어나오는
정성’이 좋은 향기처럼 가슴에 와닿는 브랜드가 있다.
린컴퍼니의 「린」의 신상품을 구입한 동료. 새옷을 보
면 왁자지껄 떠들며 만지작 거리는 것이 여자들인 만큼
그날도 이리저리 옷을 뒤적였다.
그런데 아니!하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 꼼꼼한 마무새가
눈에 들어왔다. 더 놀라운 것은 단추가 보이지 않는 스
타일의 셔츠속단추에 값나가는 조개단추를 사용했고 자
켓도 아닌데 실기둥처리를 한 것이 아닌가!
그날의 감동어린 탄성을 그대로 전해들은 업체 관계자
는 ‘기자들 무서워 옷 못 만들겠네’라며 웃었다고 한
다.
기자들 눈만 무서운가. 정작 무서워 해야할 것은 고객
의 눈이 아닐까 싶다. 단 한벌로도 그 브랜드의 전체를
평가하는 것이 요즘 소비자들이 아닌가. 고객들은 작은
정성에 쉽게 감동받는다. 국내 모든 패션브랜드에게서
매일매일 감동받으며 칭찬하는 일로 하루를 마감했으면
좋겠다.
/박세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