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연구개발(R&D)투자와 인력은 오히려 늘리고 있다. 각 기업들이 경제위기 뒤에 다가올 성장의 기회를 잡는 데는 연구개발능력이 크게 좌우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올 하반기 채용 규모를 애초 500명으로 계획했으나 실제로는 2배 늘어난 1000명으로 결정했다. 늘어난 500명은 대부분 R&D인력으로 휴대폰 사업에 집중됐다.
LG디스플레이는 LCD산업 불황으로 감산과 함께 설비투자를 축소하고 있지만 연구개발 인력은 현재 350명에서 40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경제위기에 따른 경영효율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R&D투자와 인력은 예외로 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R&D투자를 10%정도 늘려 잡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최근 “삼성은 생산비용 때문에 라인 등에 대해 전략적 고민을 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R&D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R&D 투자와 인력 확충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1조1500억여 원에 달하지만 R&D 투자는 지난해 전체 투자액(4995억원)을 넘었을 정도다. 올 연말까지 올해 연간 매출액 중 10%가량을 R&D 투자로 사용하고 현재 2800여 명인 연구소 인력도 2012년까지 전체 직원 중 20%인 3600여 명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그룹도 생산라인의 잔업과 특근을 중단하는 등 경기침체 후폭풍이 불고 있지만 R&D 인력은 오히려 강화하는 추세다. 현대·기아차는 신규·경력으로 선발한 100~200명을 연구개발 분야에 배치할 계획이다. 특히 차세대 자동차의 핵심기술인 친환경과 전자·전기 부문 R&D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SK그룹은 2010년까지 ‘저탄소 녹색기술’에 1조원을 투자하고 신사업 진출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만큼 R&D 인력을 추가 보강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