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은 캐시카우 창출을 위해 총 역량을 집중한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의 라이프스타일형 판교점을 지난 21일 오픈했다. 체험형 매장을 늘린 몰링(대형복합쇼핑몰)화된 백화점이다. 프리미엄 아울렛과 다양한 복합쇼핑몰 등 유통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쇼핑뿐만 아니라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있어야 찾는 소비자의 집객력을 최대화 한다는 전략이다.
판교점은 영업면적(9만2578㎡)이 수도권에서 가장 큰 롯데 본점(7만㎡)보다 25% 넓다. 분당 상권에 있는 AK분당점과 롯데 분당점보다는 각각 2.4와 3배 가량 크다. 현대백화점은 분당·용인 상권뿐 아니라 서울 강남권과 안양 등 경기 남부 전역으로 상권을 넓혀 쇼핑과 문화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수도권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내년 8000억원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김영태 현대백화점 사장은 “판교점의 압도적인 하드웨어와 MD 경쟁력 및 문화와 예술을 접목한 마케팅을 통해 기존 백화점과 차원이 다른 쇼핑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기자는 지난 19일 프리오픈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둘러봤다. 교통편은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내리면 5분 안에 도착해 편리하다.
판교점은 천장과 내벽은 하얀 색을 사용해 깔끔하고 중앙은 뚫린 오픈형이다. 고객이 지나 다니는 통로가 기존 백화점 보다 2배 넓어 보였다. 옷보다 맛을 더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 소비자로 인해 대형쇼핑몰이나 아울렛 식음매장이 점점 중요해진다. 판교점에서 자랑하는 것이 바로 식품관(1만3860㎡)이다.
현대 식품관은 국내 최대 식품관 신세계 센텀시티(8600㎡) 보다 1.6배 큰 규모로 축구장 2개를 합친 것과 유사하다. 유명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통해 유명세를 탄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와 뉴욕 브런치 카페 사라베스 키친 및 덴마크 대표 음료 체인점 ‘조앤더주스’가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총 900여 개 브랜드(식품 포함)가 판교점에 입점했고 15개 현대백화점 점포 중 브랜드 수가 가장 많다. 현대백화점 목동점(750여 개)보다 150여 개가 많다.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멀버리 등 46개 해외명품 브랜드는 경기 남부 상권에 처음 선보였고 프랑스 의류 잡화 브랜드 이치아더와 프랑스 컨템포러리 캐주얼 브랜드 디자인 바이(Loft design by), 이탈리아 여성복 브랜드 울트라시크 등 37개 브랜드는 국내 최초로 입점했다.
1층은 IWC, 태그호이어, 제니스, 오메가 등 7개 해외 유명 시계 브랜드를 모아 별도 존(Zone)을 운영하고 있다. 2층은 수입의류, 컨템포리리, 구두, 핸드백 브랜드가 모여 있다. 공공집기를 사용한 보더리스(브랜드별 경계를 없앤 매장구성) 매장이지만 고객이 브랜드를 알 수 있게 브랜드별 경계는 살렸다. 바닥 뿐만 아니라 공공집기에 대리석을 사용해 고급화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판교점은 가장 많은 구두 전문관이 입점했다. 2층 뿐만 아니라 3, 4층에 구두 브랜드가 있고 2층은 27개 구두 브랜드가 입점했다. 판교점에 오면 유명 브랜드부터 신생 브랜드까지 모든 구두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층 끝에 위치한 여행테마 트래블갤러리는 여행사 모두투어네트워크와 카페, 가방, 책 등 여행 관련 상품을 한 곳에 볼 수 있는 편집숍이다. 반대편에는 뉴욕에서 브런치 맛집으로 유명한 사라베스 키친이 들어섰다.
판교점은 이처럼 각 층마다 특별한 테마가 있는 라이프스타일 매장들이 마련돼 있다. 곳곳에 고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많다.
5층은 비이커와 에피그램 등 패션과 접목한 라이프스타일 매장과 현대어린이책미술관, 야외 회전목마, 스포츠 브랜드 등이 들어섰다. 가족 단위 고객이 한 층에서 쇼핑, 문화, 식사를 즐기고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남성패션과 영화관이 들어선 6층은 CJ E&M이 운영하는 격투기 케이블TV 채널 XTM과 제휴한 라운지가 눈에 띈다. 이 라운지에서는 자동차 프로그램 ‘톱기어’ 등 남성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돼 있다. 남성전용 휴게실 조성 비용만 3억원 정도다. 그 외 남성 캐릭터샵, 이발 면도를 할 수 있는 바버샵 등도 남성고객을 잡기 위해 즐길 수 있는 매장으로 꾸몄다.
성남시에서 온 40대 주부는 “브랜드가 많고 다닐 수 있는 통로 공간이 넓어 복합쇼핑몰같은 느낌이다. 반면 너무 많은 브랜드가 있어 혼란스럽기도 하다. 곳곳에 있는 유명 식음 매장은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자주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강화 인터보그 대표는 “쇼핑몰 뿐만 아니라 마트, 백화점이 라이프스타일 형태로 가고 있다. 판교는 가족단위 고객이 많은 상권이다. 유통이 살아남으려면 지역과 밀착된 MD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이 많아지면서 체험MD 위주로 가야 고객이 찾는다. 매장 기능이 바뀌고 있고 문화와 철학,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매장위주로 바뀔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