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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류·PET직물 수출업계에서 수출을 주도하는
개미군단의 역할이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수출호조를 보이고 있는 의류업계는 개미군단 역할이
부활되고 있으며, PET직물업계 개미군단도 초주검 불
황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생존전략 대책마련을 강도높게
구사하고 있다.
의류업계의 경우 올들어 동남아 및 극동 지역을 제외한
미국 및 유럽 지역 수출 경기가 호황을 이루자 국내 섬
유 수출의 근간을 이루던 섬유 수출 개미 군단이 과거
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연 수출 실적 1∼2백 만달러 규모의 중
소 수출 기업체 및 보따리 무역상들로 2∼3명의 직원을
두고 사장이 직접 영업을 뛰는 초기 6∼70년대의 소규
모 오퍼상 형태를 띠고 있다. 이들 개미군단은 IMF를
맞아 수출 부문에서 일하던 임직원들의 퇴직이 늘어나
면서 더욱 뜨거운 창업 열기를 발산하고 있다.
올 7월까지 코오롱 상사에서 섬유 수출 본부장을 지낸
노일영 사장이 대표적 전형. 노사장은 몇 년전부터 적
자에 허덕이던 섬유 수출 본부장직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이임 1년만에 이 부문 전체 실적을 흑자로 전환시키는
큰 공을 올렸다. 그러나 IMF 이후 사내 대폭적인 구조
조정의 바람이 불어닥친 지난 7월 자진해서 사표를 내
고 한달간의 공백기간을 가진 뒤 영빈섬유를 설립했다.
창업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노사장
은 이렇게 얘기한다. 『아직 일을 할 수 있는 시기인데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한 뒤 무엇보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섬유부문에서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다행히 모기업과 주변 노사장의 은덕을 입은 관련 업체
들이 모두들 팔걷고 영빈섬유를 돕겠다고 나섰으니 전
화위복의 계기가 된 셈이다.
영빈섬유처럼 창업에 나서는 개인사업자들외에 내수에
서 수출로 전환을 시도하는 기업들도 부지기수.
삼성 물산은 IMF가 한창이던 올 1월 수출을 담당하던
S이사를 K이사로 새롭게 경질했다. 對日 수출에만 의
존하던 섬유류 수출 사업 본부를 확대 개편하려는 발빠
른 움직임이었다.
반면 PET직물업계는 비수기가 장기화되면서 그간 수
출을 주도해왔던 개미군단 중소업체들이 수출에 어려움
을 겪고 있다.
그러나 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적인 영업으로
수출활로를 모색해 나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이들 대부분 업체는 연 500만∼700달러 매출액으
로, 싸구려 베이직 아이템보다는 자사만의 특화된 아이
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옵셔어오더 및 직수출을
고집하는 등 직물업계의 튼튼한 하부구조를 형성해 왔
다.
또한 홍콩, 두바이에 대량 물량공세로 전술을 펴고 있
는 직물대기업들의 전형적 영업형태와는 달리 꾸준한
신제품 개발을 통한 다품종 소롯트로 마진 우위의 영업
형태를 취해 왔다.
그러나 시황이 전반적으로 침체 국면을 면치 못하자 특
정 시장을 공략하던 이들 중소업체들도 휘청거리고 있
지만 철저한 바이어관리, 품질 및 A/S 우선, 지속적 신
제품 개발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중이다.
각양각색의 다양한 팬시아이템을 자랑하는 팬시텍스는
불황국면을 맞아 신제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
으며, 로랜코퍼레이션은 일본 침체에 따라 호주 영국
캐나다시장쪽으로 눈을 돌리는 영업을 펴고 있다.
일본을 고집하고 있는 호산섬유는 일본경기 장기 바닥
세에도 불구 새로운 아이템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는
등 바이어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쟁업체 난립으로 수출 시장 질서만 어
지러워진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대세는 이미 개미군단
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개미군단은 오
히려 수출가 정상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대세론
이 힘을 얻어 가고 있기 때문.
이와관련 PET직물업체를 비롯 의류협회 및 수출 관계
자들은 『장기적으로 보나 단기적으로 보나 매우 바람
직한 현상』이라며 개미군단의 부활을 반기고 있다.
<정기창. 박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