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컬쳐’가 요즘 패션업계에 큰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1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 미국 대표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의 협업은 럭셔리와 매스 시장의 벽을 완전히 허물어버렸다. 이 두 브랜드의 만남은 전 세계 패션 피플들을 열광 시키며, 쇼 직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온라인 피드(feed) 전체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2004년, 스웨덴 SPA 브랜드 ‘H&M’이 명품브랜드 ‘샤넬’과 협업했을 때 패션업계는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 저가 SPA 브랜드가 명품과 손잡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들은 연일 화제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자 이마저도 식상해졌다. H&M이 매년 겐조, 발망 등 명품 브랜드와 협업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인기는 예전만 못한 상태다.
이후 패션브랜드들은 신선한 만남을 찾아 SPA 브랜드에서 스트리트 패션으로 옮겨 갔다. 신호탄은 ‘베트멍’이 쏘아 올렸다. 베트멍은 짧은 기간 동안 파리는 물론 전 세계 패션계를 사로잡은 현재 가장 핫한 브랜드다.
소매가 무릎까지 내려오는 맨투맨,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듯 한 오버사이즈 제품 등 이들의 주류 문화를 비꼬는 자유로운 스트리트 무드는 글로벌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급기야 베트멍은 17S/S 컬렉션을 통해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챔피온’과 협업한 제품도 선보였다. 스트리트 감성 가득한 두 브랜드의 만남은 전 세계적으로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처럼 명품브랜드와 스트리트 컬쳐의 만남은 필수 아닌 필수가 됐다. 럭셔리 브랜드라 할지라도 나이를 먹어가며 식상하고 지루하다는 이미지가 쌓였고, 이러한 위기의식이 업계 전반에 퍼졌기 때문이다. 노후화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과감한 혁신을 통해 잠재적 고객인 20·30대를 잡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해외 명품브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의 수십 년 역사를 쌓아가는 브랜드들 또한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고인 물은 반드시 썩기 마련이고, 썩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물이 꼭 필요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