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넘어가는 6시쯤, 신당역 구석에 위치한 주신당은 언뜻 보면 으스스한 무당집으로 보인다. 얼른 들어가려고 보니 입구를 찾을 수 없다. 고양이는 십이지신에 들지 못했다. 그래서 고양이신은 가장 먼저 손님을 맞는 문 앞에서 웃으며 반긴다.
고양이부처가 앉은 문을 힘껏 밀면 묵직하게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화려한 내부로 들어설 수 있다. 띠별로 마련된 바 의자에 앉으면 웰컴주로 대나무주를 준다. 맑은 술을 마시며 메뉴를 열면 열두띠 칵테일이 가지런히 적힌 부적이 나온다.
시그니처 칵테일은 ‘용’이다.(18,000) 진(gin)에 라벤더차와 꿀, 레몬을 섞었다. 연기에 휩싸인 차주전자로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빛에 비친 투명한 보랏빛이 은은한 단맛을 끌어올린다. 함께 나온 마른안주는 미약한 취기를 깔끔하게 누른다.
천장에 우거진 나무와 불빛은 아래로 내려와 바를 비춘다. 영화 아바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발 밑은 연기가 두껍게 깔려 구름 위에 떠있는 느낌을 준다. 강원도에서 온 더덕 타파스(7,000)와 토마토 타파스(8,000)는 재료가 가진 고유의 맛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비트색 적무돈과 파스타(16,000)는 바텐더 추천대로 주키니(애호박)와 에멘탈 치즈 튀일을 한 조각 올리면 입안에 풍미가 가득 찬다. 지금의 신당은 새 집(新堂)이라는 한자를 쓰지만 과거에는 신을 모시는 곳(神堂)이었다.
동대문 근처에 위치한 광희문은 4소문(四小門)중 하나로 시체가 드나들었다. 무연고시체가 많아 신당에는 귀신을 달래는 무당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사장은 직원들과 함께 논의해 덜 부담스러울 부처와 십이지신을 들이기로 했다.
‘힙지로 갈 필요없는 신당 칵테일바’. 주신당 리뷰 중 하나다. 주신당은 가장 전통적인 요소로 가장 현대적인 감각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사진=정정숙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