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어려움은 나누며 극복하고
희망을 더해,
공동체의 목적을 보여줘야
아름다운 ‘행복한 동행’이 돼
‘아들아, 아버지가 부자라고 해서 네가 부자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TV 광고카피 문구가 생각난다. 어느 순간 우리는 평생 일군 재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보다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생각한다. 죽은 후에 재산을 가져갈 수 없다면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돈을 어떻게 쓸지에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다.
2020년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긴 터널을 지나는 동안 여전히 끝은 보이지 않고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함께 경제적 손실만 상당하다. 소상공인이나 영세사업자는 재난지원금으로 근근이 버티거나 일년을 송두리째 빼앗긴 한해였다.
빈부격차는 심해지고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고 일부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에다 빚투까지 하면서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현실에 대한 불안에서 나온 부작용이다. 지구촌 구석구석도 코로나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화석연료로 인해 하늘과 땅속까지 망가지고 있다.
우리가 처해있는 현재의 실상임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고 반드시 이겨내야 할 시대적 사명이다. 삶에서 돈은 중요하다. 없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막상 없으면 불편함을 느끼고 심지어는 불화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이 벌어들인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밝힌 수조 원대의 자산가들도 있다. 빌 게이츠는 전재산의 95%를 워렌 버핏도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초기 로마시대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사례이며 공동체의 목적을 잘 보여준다.
백신이 나오면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사회학자 게리베커(Gary Becker)에 의하면 결혼의 결정은 결혼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혼자 살아갈 때 얻는 것보다 클 것이라는 기대가 전제될 때 가능하다고 했다.
지역사회나 국가도 공동체로 묶여 있는 것이 개인일 때보다 이득이 있어야 공동체의 목적이 성립된다. 범위를 더 확장해 보면 지켜야할 공동체의 절대적 가치와 목적은 우리의 터전인 지구환경을 지켜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온실가스는 대기를 데워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광물 채굴 등으로 비어가는 땅속은 지반을 가라앉힌다.
2040년이 되면 한국의 120배에 달하는 땅이 주저앉을 수 있다는 국제 공동연구진의 시뮬레이션 예측 결과도 있다.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지금은 현재의 어려움에 위로가 되는 이웃이어야 하고 동시에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해결방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다수의 패션관련 기업들이 환경을 위한 협약식을 맺고 있다. 기후 환경과 살기 좋은 생태환경을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기후위기시대에 환경문제는 인류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IMF 2020년 10월 추정치 기준으로 한국의 국민소득은 코로나19에도 불구 30,644달러로 3만 달러를 넘었지만 OECD국가 중 환경오염과 온실가스 배출은 최상위에 올라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것만큼이나 소중한 자산인 지구를 지켜내는 것은 우리가 풀어야할 숙제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는 우리 소설사에서 손꼽힐 만한 아름다운 ‘행복한 동행’이 등장한다. 메밀꽃 핀 달밤의 산길과 달빛을 의지해 그 길을 걷고 있는 장돌뱅이 세 사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갈림길에서 우리는 매번 당혹감과 불안에 사로 잡힌 채,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 초조해하고 망설여진다.
허생원이 평생을 외롭게 떠돌면서도 고통스럽게 느끼지 않았던 이유는 마음 깊숙이 사랑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당장 오늘을 버텨내야 하는 나와 내가족도 중요하지만 코로나로 지쳐가는 주변의 소중한 이웃들과 내가 서 있는 이 땅에 희망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으면 서로 손을 잡고 함께 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