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고부가가치원단 등 사업 재편
기업활력법의 ‘과세이연’제도 도움받아
설비투자 추진 마중물돼 취지 살린 셈
정부, 연관산업 성장 재편프로그램 필요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섬유산업의 눈부신 발전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다가 중국, 인도, 동남아 등 값싼 노동력과 대량 생산 설비 시스템에 밀려서 지금은 과잉 공급 업종이 되다 보니 내수는 물론 수출경쟁에서도 밀려 더 이상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섬유산업은 사양산업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힘차게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는 대한방직의 사례를 통해서 우리나라 섬유산업의 부활을 기대해 볼 수 있다.
69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대한방직의 경우도 70~80년대 우리나라 섬유산업의 선두기업이었으나 국내외 치열한 경쟁과 빠르게 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대한방직은 과잉 공급 업종 지원을 받기 위해 기업활력법 사업재편 제도에 눈을 돌려 ‘친환경’, ‘고부가가치 원단’에 집중해 사업재편 계획을 시도했다. 기존 공장을 매각해 디지털 프린팅 기계를 도입하고 최근에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의류 생산,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원단 사용을 통해 대한방직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대한방직이 기존 공장 매각 시 사업재편 계획의 승인을 받아 기업활력법 인센티브 중 하나인 과세이연의 도움으로 매각 대금의 여력을 확보한 것이다. 이것이 마중물이 돼 원활한 설비 투자를 추진할 수 있었다. 또한 사업재편 계획 3년 동안 꾸준한 이행관리를 통해 지금은 만성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하니 사업재편 제도의 취지를 잘 살린 셈이다.
기업활력법은 요즘과 같은 코로나19, 4차 산업혁명, 친환경 탄소중립 및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 예측하기 어려운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2016년에 제정됐다. 또한 작년엔 100억, 올해는 180억원의 R&D 자금을 조성해 기업의 신성장·원천기술개발을 지원해 신산업 진출을 촉진하고 있다. 섬유산업의 미래를 신산업의 시각으로 볼 수 있는 혜안을 갖고 사업재편 제도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기업활력법을 활용한 사업재편의 성공 여부는 대한방직과 같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핵심역량으로 고객이 원하는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달려 있다. 대한방직의 경우 원단을 만드는 핵심역량은 최고 수준이다. 기존 전략은 비용우위 전략을 통한 원가경쟁이었다면, 사업재편 전략은 ‘친환경’, ‘고부가가치 원단’을 통한 웰빙시대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투자 대비 수익을 극대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다.
대한방직의 사업재편을 통한 성공은 원단 시장을 시작으로 국내 패션 디자이너의 국내 시장에서의 위상 증대와 더불어 해외 시장 진출에 마중물이 될 수 있다. ‘BTS’와 ‘오징어 게임’ 등을 통해서 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이러한 틈을 타서 국내 패션 시장도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 진출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업재편은 기업 중심의 사업재편도 중요하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구조의 사업재편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은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선두기업 또는 지속적으로 R&D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대한방직은 2가지 조건을 모두 갖췄기 때문에 성공했지만 현재 사업재편을 신청하는 기업은 2가지 조건 모두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GVC 관점에서 봐도 개별기업에 대한 사업재편도 중요하지만 개별기업과 연관산업이 동시에 성장할 수 있도록 산업 단위의 사업재편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관련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업을 형성하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사업재편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