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개인·집단 가치관 바꾸는 메신저 역할 하죠” - 이옥선 오픈플랜 디자이너
“패션은 개인·집단 가치관 바꾸는 메신저 역할 하죠” - 이옥선 오픈플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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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생산·해외홀세일로 환경 영향 최소화
플라스틱 프리 99%, 비건 100% 소재 사용
오픈플랜은 이옥선 디자이너가 이끄는 비건, 플라스틱 없는 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다. 
오픈플랜은 이옥선 디자이너가 이끄는 비건, 플라스틱 없는 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다. 
오픈플랜은 면·리넨 자켓 등 안감을 폴리에스테르에서 벰버그로 교체하고, 단추는 너트 단추를 쓴다. 이 과정을 거쳐 비로소 플라스틱 프리 99%, 비건 100% 옷이 완성됐다. 런칭 초반에는 쓰고 남은 슬리핑 스탁 원단을 사서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오픈플랜 이옥선 디자이너는 환경 오염 주범으로 낙인 찍힌 패션이 이 시대에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한다. 세상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지속가능한 패션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디자이너는 20여년 동안 내셔널 브랜드 데무, Y&K, 타임 및 디자이너 브랜드 아웃스탠딩 오디너리 등에서 디자이너와 해외 홀세일 담당자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오픈플랜을 구상했다.

-지속가능 패션 오픈플랜을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요.
“환경 문제에 항상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쓰레기 문제에요. 2010년부터 디자이너 브랜드 ‘아웃스탠딩 오디너리’를 운영하며 재고는 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더욱 실감났습니다. 환경 오염 주범이라고 지목되는 패션계 종사자로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이전까지 예쁜 것, 외적으로 아름다운 게 패션이라고 느끼고 말았다면, 진정한 아름다움은 뭘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부터 패션 업계에서 지속가능 움직임이 일어나는 게 보였고, 2017년 오픈플랜을 만들었습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저도 뭔가 할 수 있겠다고 느꼈어요.”

-오픈플랜은 어떤 방식으로 지속가능을 실천하고 있나요.
“오픈플랜은 비건, 플라스틱 없는 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입니다. 사실 비건은 쉬운 편이에요. 동물성 소재 대체 플라스틱 소재들은 시장에 이미 많이 나와 있으니까요. 최근 많은 회사가 지속가능 소재라며 다양한 플라스틱 신소재로 만든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을 마치 새로운 무언가를 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로 여기는 것 같아요. 

적어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소재로 만든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런칭 초기부터 면, 텐셀, 리넨 등 자연 섬유를 사용하고 너트 단추를 사용합니다. 지금은 더 나은 소재를 고민하는 단계죠. 유기농 면 100%, 보태니컬 다잉(천연 염색), 생지 사용 등으로 폐수 발생을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협력사 공정 임금 지불·지역 생산도 중요한 이슈예요. 지역 기술자들과 가깝게 있으면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통도 원활하고 지역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처음부터 플라스틱 프리 99%로 시작한 건 아니에요. 2020년 폴리에스테르 안감을 벰버그로 교체하면서 플라스틱 프리에 가까워졌죠. 아직도 심지에 사용하는 스트레치 안감, 케어라벨, 봉제 실 등에서 폴리에스테르를 사용하고 있어요. 케어라벨에 리넨을 시도해봤지만 퀄리티 유지가 어려워 다시 돌아왔어요. 런칭 초반에는 다른 디자이너나 원단 회사들이 쓰고 남은 슬리핑 스탁 원단을 구매해 제품을 만들기도 했어요.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지만 판매 후 컬러 유지, 형태 변형 등 우려되는 지점들이 생기더라고요. 요즘엔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헬싱키 패션 위크, 코드 넥스트 파리 지속가능 전시장 참여 등 해외 진출에 적극적입니다.
“오픈플랜은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목표로 시작했어요. 아웃스탠딩 오디너리를 운영하며 국내 플랫폼 유통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위탁 판매 구조 문제뿐만 아니라, 디자인 측면에서도 소비자에게 노출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패스트 패션을 따라 가야했어요. 플랫폼을 통해 소규모 신진 브랜드에게 창구가 많아진 건 긍정적이지만 재고 문제는 그대로 브랜드 몫입니다.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 홀세일에 주력했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경험이 있었어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아웃스탠딩 오디너리 운영 당시 바이어들과 쌓아 놓은 관계가 먼저 있었죠. 이들과 관계를 지속하며 해외 리스트를 늘려가고 있어요. 매년 중국, 홍콩, 유럽 등 작은 부티크 바이어를 중심으로 거래합니다. 90% 이상이 해외 물량이에요.”

-패션브랜드로서 환경 이야기에 적극적입니다. 현시대에 패션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 옳고 그름을 얘기하는 게 편하지 않아요. 내가 몸담고 있는 일이 ‘쓰레기’ 꼬리표를 얻은 게 슬픕니다. 그러나 패션은 의복 기능뿐만 아니라 가치관을 바꾸는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어요. 1920년대 발목을 드러내는 옷이 만들어진 이후 여성들의 옷차림이 바뀌고 가치관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젠더리스 룩이 사회에 평등의 메세지를 전달해요. 지속가능 패션이 환경 보호 운동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결국 사용자(소비자)의 선택을 결정하는 건 디자인이에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작년에는 ‘옷을 안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어쨌든 옷을 만드는 것 자체로 환경에 피해를 주니까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할 일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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