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불거지는 인테리어 리뉴얼
물량 확보 등 현안 문제들 해결에
본사와 대리점주, 한 발씩 양보하고
소비 변화에 협력 대응해야 할 때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현장의 최일선에 있는 패션의 가두 대리점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 서울 강북의 아웃도어 매장은 2011년 개업한 후 작년 폐업했다. 코로나 이후 30~40% 매출이 줄었다. 폐업 당시에는 본사에 납부할 미수금이 1억여원에 달했다. 미수금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을 염려한 사장은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산 초입에 위치한 몇몇 매장도 문을 닫았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오프 상권에 대한 소비심리 위축과 임대료 상승 및 본사 인테리어 리뉴얼 요구의 영향으로 경영이 더 악화돼서다. 온라인 시장이 커지고 고객 소비 습관이 바뀐 것도 한 몫 했다. 이처럼 코로나 시기에 가장 큰 피해자는 패션 가두점주인 소상공인들이다.
점주들은 코로나로 인한 영향과 함께 본사의 인테리어 리뉴얼 압박과 상품 축소가 폐업을 하게 된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의류대리점은 본사 상품을 위탁받아 판매한다. 점주는 본사와 계약한 일정 수수료를 받고(제외하고) 판매한 대금을 본사에 입금하는 식이다. 스포츠 아웃도어 대리점의 경우, 계약 초기 본사에 현금 담보 3000만원~5000만원, 부동산 담보가 1억~2억여원이 설정된다.
통상적으로 본사는 대리점에 인테리어 재시공(리뉴얼) 요구를 5~7년에 한 번씩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포츠 및 아웃도어 업체의 경우 인테리어 재시공이 안될 경우 매장을 빼라는 통보를 하기도 한다. 코로나 시기인 재작년과 작년 아웃도어 스포츠 기업들은 몇몇 대리점에 대형 매장으로 이전을 요구하거나, 2~3년 운영한 매장에 계약 해지를 요구해 논란이 됐다.
이와 같은 본사와 대리점주 간 갈등이 최근까지 이어지기는 경우도 있다. 아웃도어 A 대리점주는 “최근 바닥과 천장을 뺀 부분 인테리어 비용을 알아보니 2억원 가까이 든다”고 전했다. 이는 코로나 이전 전체 리뉴얼 비용에 가까운 금액이다.
그는 “통상 25% 수익을 가져가는 대리점주로서 인테리어를 자주할 경우 수익을 얻기가 어렵다. 특히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면서 본사가 자사몰이나 온라인 플랫폼에 물량을 몰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장을 운영하기 위해 인테리어 리모델링과 인건비 등 추가 비용은 늘어나는데, 수익과 직결되는 상품 물량은 줄고 있는 추세”라고 울분을 토했다.
스포츠 브랜드 B 점주는 본사와 인테리어와 관련해 2년여 소송 중이다. 코로나 시기인 작년 본사가 2년여 만에 대형 매장으로 이전을 요구에 불응하면서 계약이 파기됐다. B점주는 “2년여 매장을 운영하면서 인테리어 비용으로 1억5000여만원을 들었다. 매장 문을 닫으면서 인테리어 비용을 다 날린 셈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점주는 “계약서상에도 1년 후 재계약한다는 불공정한 문구가 있어 재계약을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유경쟁 시장 논리를 내세우면 달리 할 말이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 거래 계약서는 최소 4년간 계약 갱신 요청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이 계약서는 권고사항으로 구속력이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의류 대리점은 본사하고만 거래하는 전속거래 비중이 90% 이상으로 매우 높다. 그만큼 본사가 우월적 지위에 놓여 있다.
대리점은 코로나 19영향으로 타격도 가장 크게 받은 업종이기도 하다. 작년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매출액 손실률이 월평균 25%를 넘는다고 발표했다. 현장 체감도는 더 높을 것이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힘들다. 시위를 하기보다는 묵묵히 본인 일을 하는데 더 열심이다. 그래서 때로는 소통 창구가 거의 없다.
의류 대리점은 패션 산업 생태계의 실핏줄이며 경제의 근간이다. 본사와 대리점주는 상생 협력에 나서야 할 때다. 지역상권의 대표인 가두 대리점이 무너진다면 그들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기업과 더 나아가 국내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