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32)] 외계동물의 착색 방법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32)] 외계동물의 착색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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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다양한 색을 띠고 있는데 이들의 색을 결정하는 것은 대부분 안료이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인간의 피부색을 결정하는 것은 멜라닌 이라는 단백질 색소의 양이다. 멜라닌은 검은 색이지만 백인의 푸른 눈동자도 멜라닌이 관여돼 만들어진다. 물론 여기에는 구조색 이라는, 표면의 텍스쳐(texture)로 인해 색을 만들어내는 기전이 홍채에 관련된다. 
대부분의 동물색은 안료에 의해 결정된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홍학의 아름다운 핑크색도 카르티노이드라는 안료에 기인한다. iStock
그에 반해 원단을 착색하는 방법은 대부분 화학염색이다. 안료가 끊임없이 보충되는 살아있는 생물과 달리 1회의 착색으로 세탁이나 일광 등 퇴색을 야기하는 모든 외부 환경으로부터 가능한 오래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강한 내구력을 갖추기 위해 동원되는 각종 화학물질들로 인하여 서스테이너블리티(Sustainability)가 지배하는 새로운 세계에서 화학염색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5000만종 지구 생물 중 가장 외계인에 가까운 종은 어떤 동물일까? 바로 문어나 오징어 같은 두족류(頭足類)이다. 곧잘 외계인으로 묘사되는 그들의 모습은 미래 인류가 어떻게 진화할지 보여주는 모델인지도 모른다. 특히 그들이 피부에 만들어내는 발색은 경이롭다 못해 위업에 가까운 놀라운 능력이다. 두족류가 피부에 순간적으로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색 변화는 컬러 TV가 색을 만들어내는 것과 똑 같은 원리로 작동되기 때문이다.  컬러 TV는 빛의 삼원색인 RGB 세 가지 다이오드를 스크린 전면에 촘촘하게 깐 다음 이들 각각을 적절하게 섞어 원하는 색을 만들어낸다. 예컨대 R과 B 두가지 다이오드가 켜지면 보라색이 되는 식이다. 다이오드들은 매우 작은 점으로 되어있고 이를 화소라고 부른다. 전기 신호에 의해 작동하는 각 삼원색 화소들의 비율을 통해 수십만가지 색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두족류의 피부는 3가지 색소포(Chromatophore)의 수축과 팽창으로 다양한 색이 나타난다. 빨간색, 초록색, 그리고 파란색 대신 갈색으로 된 3가지 색소포를 가지고 있는데 컬러 TV의 3가지 RGB 다이오드와 똑같이 작동한다. 다이오드는 전기 신호에 따라 켜지고 꺼지지만 두족류는 신경 신호에 따라 색소포 주머니가 수축하거나 팽창하면서 점멸하는 작동 방식이다. 이른바 생물학적 스위치인 셈이다. 주머니가 팽창하면 색이 나타나고 수축하면 색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컬러 프린터의 발색과도 같다. 컬러 프린터는 색의 3원색에 검은색을 추가한 CYMK 단지 4가지 토너를 가지고 작은 점을 종이 위에 찍어 수십만 컬러를 만든다. TV와 프린터, 둘 다 삼원색에 해당하는 작은 점을 이용해 점묘화법으로 조색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결과물에서 다른 점은 영상과 사진이라는 차이이다.  섬유에서는 디지털 프린터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디지털 프린터가 나오기 전에는 전사 프린터의 원색분해 라는 방법으로 동일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작은 점으로 색이나 특정 패턴을 만들어내는 Stipples(점묘) 기법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즉, 이 방법 말고는 프린트로 찍을 수 없는 모티프가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의 얼굴사진 같은 매우 정교한 패턴이다. 

스크린이나 동판에 음각 또는 양각으로 패턴을 새기는 방법으로는 초상화처럼 미세한 음영이 필요한 정교한 패턴을 구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스티플(Stipples) 기법은 점의 크기를 조정해 정교하고 세밀한 어떠한 패턴이라도 구현할 수 있으며 특히 서서히 색이 바뀌는 옴브레(Ombre)나 물감이 번지는 듯한 효과가 나는 수채화 그림도 쉽게 표현할 수 있다. 두족류 피부의 발색도 스티플 기법을 이용한 것이다. 미래의 서스테이너블(Sustainable)한 원단 착색은 이런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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