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Google) 이미지에 하이브리드 재킷(hybrid jacket)이라고 치면 다음(사진1)과 비슷한 수많은 사진들이 나온다. 패딩 앞판에 팔 혹은 등판까지 니트로 되어있는 간절기용 재킷이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이런 그림(사진2) 같은 오류 때문이다. 구글 이미지에 하이브리드 동물(hybrid animals)이라고 치면 몸과 머리가 각각 다른 종으로 만들어진 저런 사진이 가득 나온다.
이런 극단적인 동물은 물론 사진 조작이지만 놀랍게도 이런 상상 속의 생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도 있는데 바로 포마토 같은 것이다. 이런 생물을 키메라Chimera 라고 한다. 키메라는 전혀 다른 다수 종의 유전자가 한 몸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생물이다.
포마토(Pomato)는 이름 그대로 감자(Potato)와 토마토(Tomato)가 결합된 식물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토마토인데 뿌리는 감자인 그야말로 환상적인 식물이다. 물론 인간이 잡종교배를 통해 창조한 것이다.
키메라 동물은 아직 상상이지만 하이브리드 동물은 서로 다른 종의 동물이 교잡하여 생긴 실존하는 동물이다. 말과 당나귀의 결합인 노새가 유명하지만 사자와 호랑이의 결합인 라이거(Liger), 타이곤(Tigon)도 있다.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유행시킨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전기와 휘발유라는 전혀 다른 두 종류의 에너지로 가동되고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자동차와 똑같이 생겼지만 사실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엄밀하게 키메라 자동차라고 불러야 옳다. 두 가지 구동방식이 섞인 것이 아닌 완전히 독립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는 유전자 재조합이 아니라 자연 생식에 의해 만들어지므로 하이브리드 동물이 되려면 각각의 동물이 지닌 염색체 수가 같아야 한다. 즉, 같은 고양이과 동물인 사자와 호랑이처럼 매우 유사한 동물끼리만 가능하다. 그래야 정자와 난자의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을 구분하는 방법은 뭘까? 하이브리드는 상이한 종의 유전자가 섞여 전혀 다른 새로운 유전자를 가진 동물이 된 경우로 잡종일 뿐, 겉으로 보기에 그냥 완벽한 하나의 생물이다.
반면에 키메라는 각각의 독립된 유전자를 한 몸에 가지면서 유지하고 있는 경우이다. 따라서 포마토처럼 겉으로 보기에도 두 가지 상이한 생물의 유전자가 섞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븐(직물)과 니트처럼 전혀 다른 기능과 외관을 지닌 두 가지 원단으로 만든 재킷을 우리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 키메라 재킷이다. 이 재킷의 외관은 누가 봐도 생소한 우븐과 니트의 조합이다. 패션 역사상 이런 조합은 없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런 재킷은 수명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우븐과 니트의 가장 큰 차이는 내구성이다. 데님처럼 거의 평생 사용이 가능한 직물에 비해 니트는 한 시즌이나 두 시즌이 최대이다.
그나마 화섬으로 만든 니트 제품은 보풀(Pilling) 때문에 두 시즌 입기도 어렵다. 그래서 니트 제품이 저렴한 것이다. 키메라 재킷은 우븐이 지닌 내구성이라는 최대의 장점을 말살해 버린다.
값비싼 제품이지만 어쩌다 팔에 생긴 단 하나의 덴싱(올 풀림) 때문에 제품의 전체 가치를 상실한다. 키메라 재킷은 겉으로 보기에는 첨단 디자인으로 보이지만 가격은 우븐이고 내구성은 니트인 치명적 문제가 있다.
따라서 후진국 시장에서는 인기를 얻기 어렵다. 문제는 의류 쓰레기를 증가시키는 수명이 짧은 의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의 판매 지속성은? 현명한 소비자가 판단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