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크·수잔팡·민주킴... 글로벌 패션계 새 지평 열어
예술· 상업성 적절히 믹스된 독보적 세계관 돋보여
'로크',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최초 H&M 글로벌 콜라보레이션
패션계에 아시안 파워의 물살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지난 3월 글로벌 패션 브랜드 H&M과 디자이너 브랜드 로크(rokh)의 협업 소식이 전해졌다. 특히 이번 소식은 H&M의 글로벌 콜라보레이션 기획 중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최초로 협업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로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황록은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를 졸업 후 셀린느의 디자인 팀으로 시작해 현재는 런던과 파리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한국 출생 디자이너다.
2016년에 자신의 이름을 본떠 런칭한 브랜드는 설립된지 불과 2년 만에 한국인 최초 2018 LVMH 스페셜 프라이즈를 수상할 정도로 높은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이후 황록은 2019년부터 파리 패션위크를 통해 그만의 독보적인 세계관을 선보이면서 국제적 브랜드로 발돋움한다.
현재 로크는 네타 포르테, 파페치, 센스 등을 비롯해 120개 이상의 국내외 셀렉샵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로크는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클래식룩에 실험적인 해체주의적 디테일을 결합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독보적인 컨셉츄얼함은 로크가 수많은 해외 브랜드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가 됐다.
특히 황록은 고객이 옷을 입을 때 느끼는 편의성을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로 설정해 웨어러블하면서 시즌이 지나도 오래입을 수 있는 컬렉션을 선보이고자 한다. 이러한 클래식함에 옷의 움직임을 부각시키는 플리츠·쉬폰 등 소재의 적극적 활용과 스트랩·버튼·아일렛 등 부자재의 세밀한 디테일로 고객이 직접 착용 시에만 발견할 수 있는 재치를 함께 선사하기도 한다.
영원한 타임리스(Timeless)를 추구하는 그는 브랜드 런칭 후 첫번째로 공개한 컬렉션의 더플코트를 브랜드의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내세우면서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끊임없이 덧붙여지는 그의 발걸음에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앤아더스토리즈와 협업 발표한 중국 출생 디자이너 ‘수잔팡’
아시안 파워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달 12일 글로벌 패션 브랜드 앤아더스토리즈와 협업을 발표한 중국 출생 디자이너 ‘수잔팡’이 있다. 규모가 날로 커져가는 중국 패션 시장 속에서도 독보적 컨셉을 선보이며 인기를 누리는 수잔팡의 협업에 전 세계 패션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수잔팡은 지난 2017년 브랜드를 설립해 세계 4대 패션 위크인 런던 패션위크에서 매년 수준 높은 런웨이를 선보이는 런던 기반 여성복 브랜드 디자이너다.
그녀는 특유의 몽환적인 색감과 실루엣을 선보인다. 컨셉츄얼한 특징 탓에 수많은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사랑을 받는다. 최근 가수 아이유가 자신의 월드 투어 콘서트 ‘H.E.R’ 포스터에서 수잔팡의 드레스를 착용해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상상한 모든 것을 현실로 재현하는 독창성이 특징인 수잔팡은 다른 브랜드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혁신적인 소재, 독특한 실루엣을 입체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을 강력한 무기로 삼았다. 이번 앤아더스토리즈 협업 또한 3D 프린팅을 활용한 투명 꽃잎 초커와 실제 물방울처럼 정교한 비즈 장식으로 초현실적인 정교함을 선보였다.
이처럼 수잔팡은 환상적인 꿈의 모습과 이를 실제로 구현시킨 대담함에 패션업계의 선구자로 자리매김 중이다.
'민주킴'만의 한국적 감성 과시, 진정한 아시안 파워
한국 출생 디자이너 ‘민주킴’ 또한 아시안 파워를 강하게 내세우는 중이다.
그녀는 전 세계 패션 디자이너들 중 최고를 선발하는 넷플릭스 서바이벌 시리즈 ‘넥스트 인 패션’에서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우승 혜택으로 25만 달러의 상금과 글로벌 럭셔리 플랫폼 네타포르테 입점권을 따내면서 해외에서 높은 조명을 받았다.
아방가르드한 오트쿠튀르와 로맨틱한 룩을 전개하는 민주킴은 매 시즌마다 일러스트를 그려 직접 원단을 개발한다. 민주킴이 선보이는 모든 컬렉션은 그녀만의 브랜드 정체성이 매우 강하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전통 신화인 바리데기를 모티브로 한국적인 무드를 재치있게 풀어내 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서양이 바라본 전형적인 동양의 오리엔탈리즘에 국한하지 않고 민주킴만의 한국적 감성으로 이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진정한 아시안 파워의 저력을 보여줬다. 민주킴은 자신의 해외 고객들이 우리나라의 전통성을 그녀만의 방식으로 느낄 수 있도록 지난 2021년 북촌에 한옥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기도 했다.
패션 약소국이라 불리던 아시아에서 걸출한 디자이너를 여럿 배출하면서 아시안 파워의 저력이 점차 강해지는 중이다. 아시안 파워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우리 또한 한국 패션 산업에 대해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