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68) 세상을 바꾼 천재의 비극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68) 세상을 바꾼 천재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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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론 발명가와 영국 수학자의 소름끼치는 공통점은?

88년 전 발명된 어떤 플라스틱은 지금도 인기리에 사용되고 있고 인간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소재가 되었으며 미래에도 당분간 이를 대체할만한 더 나은 것이 나타나기 어렵다. 이 경이로운 플라스틱은 인류 최초로 만들어진 인공 고분자인 나일론이다. 

1935년, 듀폰은 석탄, 물, 공기로 만들어진 합성섬유를 최초로 발명하고 시장에 내놓았다. 나일론은 경쟁관계인 폴리에스터보다 더 가볍지만 더 질기고 고 채도의 아름다운 색으로 염색되며 촉감도 뛰어난 합성섬유이다. 나일론은 가장 우수한 보온의류인 다운자켓에 최적화 되어있고 가벼워짐의 무게를 덜 수 있음은 물론, 특유의 소수성으로 장비와 의류를 땀에 젖지 않게 만들어 치명적인 동상으로 비롯되는 수많은 탐험가와 등산가들의 생명을 구했다. 

캐로더스

나일론 발명한 천재 캐로더스의 불행한 죽음   
하버드의 화학자였던 캐로더스(Wallace Hume Carothers·사진)는 나일론을 발명한 천재이다. 그는 이 위대한 발명 직후에 자살로 그의 생을 마감하였다. 이유는 자신이 이룩한 것이 별로 없고 아이디어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캐로더스는 지병인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1937년, 겨우 41살의 나이에 청산칼륨을 탄 레몬주스를 마시고 생을 마감하였다.

그가 레몬주스를 선택한 이유는 그것이 청산을 몸에 가장 빨리 퍼뜨리기 때문이었는데 스스로를 죽이는 방법에 자신의 화학지식을 활용했다는 사실이 슬프다. 그는 유서조차 남기지 않았다. 짧은 생애동안 그가 발명했거나 핵심적 역할을 한 것은 나일론 외에도 폴리에스터, 네오프렌 그리고 PLA가 있다. 캐로더스가 발명한 것들보다 더 많이 사용되는 새로운 의류소재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오늘날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위대한 발명에도 불구하고 노벨상을 받지도 못했다. 노벨상은 죽은 사람에게는 수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1937년에 수여된 노벨 화학상은 ‘탄수화물과 비타민C에 대한 연구’였다.

전쟁 영웅이기도 했던 영국 수학자 앨런튜링, 안타깝게 마감한 생 
2차 세계대전을 연합국의 승리로 이끈 배경에 앨런 튜링이 있었다. 영국의 50파운드 지폐에 그의 얼굴이 실려 있다. 영국의 수학자이며 캠브리지 대학교수이기도 한 그는 컴퓨터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으로도 알려져 있다. 

튜링은 전쟁영웅이었지만 게이로 체포되어 화학적 거세를 당하거나 감옥을 살던가 둘 중 택일을 해야 했다. 도저히 감옥에 갈 수 없었던 그는 화학적 거세를 선택했지만 굴욕에 못 이겨 자살을 하고 만다. 그가 선택한 자살 방법은 청산을 주입한 사과를 먹는 것이었다. 그가 먹다 남긴 사과 이미지가 애플의 로고가 되었다는 숨은 얘기도 있다. 

나라를 구한 전쟁영웅에게 죽음보다 더한 가혹한 처벌을 내린 영국정부는 튜링의 초상을 화폐에 실음으로써 가장 숭고한 방법으로 깊은 사과와 유감을 표현한 셈이다. 

iStock

 놀라운 사실은 두 천재의 닮은 생애이다. 동시대를 살았던 그들은 각각 41살에 우울증으로 자살하였으며 죽음의 고통을 덜기 위한 방법으로 청산+과일을 선택했다. 비극적인 묘한 공통점이다.

하버드와 캠브리지 교수로 세계적인 명문대학 교수였다는 점도 닮았다. 전쟁과 대공황으로 얼룩진 격동의 20세기초, 인류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놀라운 발명으로 세상을 바꾼 위대한 두 천재의 슬픈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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