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감· 통제감 프로성취러 지향 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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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정신최적화 ‘바이오해킹’ 영향
몇 년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갓생’흐름
마라톤의 계절이다. 야외활동을 즐기기 좋은 요즘,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는 현상은 마라톤 대회가 무척 젊어졌다는 것이다. 올해 4월 개최된 2024 서울하프마라톤의 전체 참가 신청자 2만 4명 중 2030 세대는 1만3294명으로 66%에 해당했다.
미국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뉴욕시 마라톤에 참가한 20-29세 참가자 수는 2019년 8230명에서 2023년에는 약 1만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보스턴 마라톤에서도 매년 20대 참가자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2024년 대회에는 약 3만명이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마라톤에 참가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몇 달 전부터 대회에 참가신청을 하고 꾸준한 연습으로 체력을 다져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2030 세대는 이왕 달리기를 하겠다면 대회에 참가하여 기록을 만들고, 스쿠버 다이빙을 즐긴다면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다. 실제 빅데이터로도 드러난다. 트렌드 레터 ‘캐릿’에 따르면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생활스포츠지도사’의 언급량이 2021년 대비 2023년 검색량이 2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처럼 2030이 운동하는 모습은 단순히 ‘건강관리’라거나 ‘자기관리’라는 말 정도로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스스로 루틴을 만들고 지키는 것을 ‘갓생(god+生)’이라 부르며 열심히 사는 일상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수준에 도달하고자 하는 ‘프로성취러’를 지향하고 있다. 자신이 달린 기록, 들어올린 덤벨의 무게, 자격증 시험 등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하면서도 고난이도 목표에 자신을 몰아넣음으로써 자신에 대한 통제감과 성취감을 얻고자 한다.
이러한 현상은 운동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바이오 해킹(biohacking)’ 행태로도 나타난다. 바이오해킹이란, 과학 지식과 기술적 시도, 생활습관을 통해 신체와 정신을 최적화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뇌과학을 활용하는 자기계발 채널이 인기를 얻는가 하면, 일에 대한 의욕과 효율을 높이는 방법으로써 찬물샤워를 한다거나 호흡법을 실천하는 등 뇌과학적 지식을 활용하여 도파민을 유도하는 방법을 배우고자 한다.
먹는 것을 관리하는 것도 중시한다. 음식의 칼로리를 계산하거나 닭가슴살과 단백질 보충제를 챙겨먹는 것이 이전의 식단관리였다면, 최근에는 혈당측정기를 휴대하면서 어떤 음식에서 혈당 스파이크(혈당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가 발생하는지, 가정용 염분측정기를 사용하여 염분을 얼마나 섭취했는지를 알아보는 방식으로 기술을 활용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분명 프로성취러의 등장은 몇 년 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갓생’의 흐름 속에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생활이 무너진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단기적 흐름인가 싶었으나 이제는 더욱 적극적이며 진취적인 자기계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요즘 2030 세대가 겪는 ‘쿼터라이프 크라이시스(quater-life crisis)’ 때문이다. 과거 세대에서는 4050 시기에 찾아오는 혼란의 시기를 일컫는 ‘중년의 위기(mid-life crisis)’가 더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사회로 진출하기 전과 사회인이 된 초반 시기에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을 겪는 일이 많아졌다.
경력관리와 경제적 압박은 물론, 결혼과 출산 등 중대한 생애사건까지 개인의 선택에 따르는 불확실한 미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기 자신을 통제하고 명확하게 확인가능한 목표를 달성하며 불안감을 이겨내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2030 세대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함께하고 싶은 브랜드라면 이러한 자기계발의 변화를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2030 세대에게 운동이 필수 여가활동이 된 만큼 헬스 분야의 유명 인플루언서를 초청하여 운동을 배워보는 행사를 개최하거나 마라톤 대회에 후원사가 되어 소장욕구를 일으키는 굿즈를 제공하고 조력자로서 브랜드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