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과반이 ESG 공시의무화 적정 시기를 2028년 이후라고 응답했다. 스코프3 탄소배출량 공시나 종속회사 포함 공시는 반대하거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가장 선호하는 ESG 공시의무화 방향은 ‘거래소 공시’였다.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상장사협의회 등 경제단체가 공동으로 조사한 ‘국내 ESG 공시제도 관련 기업의견’에 따르면 자산 2조 원 이상 125개 상장사의 58.4%는 ESG 공시의무화 도입 시기로 2028년 이후(2028~2030년)를 골랐다. 구체적으로는 2026년 18.4%, 2027년 23.2%, 2028년 19.2%, 2029년 13.6%, 2030년 25.6%이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는 이번 결과에 대해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공시의무화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인한 혼란과 부작용 방지를 위해 많은 기업들이 준비되는 시점인 2029년에서 2030년경에 ESG 공시의무화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원하는 ESG 공시의무화 방향은 ‘거래소 공시’가 38.4%로 가장 높았다. ‘사업보고서 내 공시’라고 응답한 기업은 2.4%에 불과했다. 스코프(Scope)3 탄소배출량 공시에 대해선 반대하는 기업이 56.0%로 절반을 넘겼고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40.0%에 달했다. 오직 1.6%의 기업만이 ‘Scope3 공시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Scope3 이전 단계인 Scope1·2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중대성 판단해 공시하도록 해야 한다’는 기업이 66.4%로 과반을 넘겼다. ‘Scope1·2 의무공시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27.2%에 불과했다.
종속회사까지 포함한 ESG 공시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59.2%로 가장 많았고 ‘공시대상에 종속회사를 포함시키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는 의견도 33.6%에 달했다. ‘공시의무화와 동시에 연결기준 공시를 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기업들은 4.0%에 그쳤다.
이밖에 기후 관련 위험 및 기회가 가치사슬에 미치는 영향을 공시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64%가 반대, 29.6%가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회계공시도 수십 년에 걸쳐 시행착오를 거치며 안착돼 온 걸 감안하면 더 많은 지표를 공시해야 하는 ESG 공시를 기업들이 단기간에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해외사례를 참고해 충분한 준비기간과 함께 기업에 부담되는 공시항목들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