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한 일간지는 안보 위협 인식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는데, 한국인은 기후 변화와 환경문제(51.2%)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51.1%)과 유사한 대한민국의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였다. 특히 30대(52.3%)와 40대(58.2%)는 기후변화를 가장 큰 위협으로 인식하였다. 경제성장으로 부유해졌지만, 이로 인하여 발생한 환경파괴, 기후위기가 이젠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수세기 동안 각 분야의 전문화는 경제적 발전의 주요 동력이 되었고, 우리의 삶은 기술에 종속되게 되었다. 하지만, 기술의 전문화는 세분화된 지식을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큰 그림을 보는 것은 어렵게 한다. 이는 기후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 활동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기후위기가 현실이 된 지금 우리는 책임을 동반한 기술발전을 이루었을까? 지구는 우리가 생활을 영위하는 공동의 집이다. 공동의 집을 보호하기 위하여 기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 및 인식 변화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지 모른다.
따라서, 지구를 병들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응하는 생활 양식, 제조 방식, 소비의 변화가 필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관점 변화로도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는데, 1999년에 발견된 산악인 조지 맬러리가 착용한 의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올 10월 초에는 당시 동료였던 앤드류 어바인 유해도 발견되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에베레스트 산에서 죽은 등반가의 시체가 드러나고 있다. 유명한 영국의 산악인인 조지 맬러리의 시체가 75 년 동안 에베레스트 산의 얼음속에서 잘 보존되어, 발견당시 동상의 흔적도 없고 등산장비와 의류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가 입었던 의류와 거의 동일한 복제품을 제작하여 1924년에 에베레스트를 등반할 수 있는 충분한 기능성을 제공하였는지를 확인하는 프로젝트를 영국의 4개 대학이 공동으로 수행하였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언뜻 20세기 초기 에베레스트 등반가의 복장이 부적절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비교 결과는 꽤 진보적임을 보여주었다. 발견 당시 그는 실크, 양모, 면 개버딘으로 구성된 천연 섬유 의류 7겹을 착용하였고, 양말은 3겹을 신었다. 양모로 된 아이템은 등반가 가족들의 손뜨개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의류를 여러 겹 입는데 사용된 소재는 천연 섬유로 피부 옆에 공기를 가두어 따뜻함을 제공하는데 탁월하였고, 겉감으로 사용된 개버딘은 단단하고 방수 기능이 뛰어나면서 통기성도 우수하였다. 이렇게 착용한 무게 또한 현대식으로 착용한 것보다 무겁지 않았다.
사람이 착용한 의복의 따뜻한 정도를 정량적인 값(단위: clo)으로 나타내는 의복 보온력이 있다. 영국 러프버러 대학교의 조지 하베니스 교수는 맬러리 의류의 의복 보온력 테스트를 수행하였는데, 복제한 의복 보온력은 3 clo 남짓으로 약 -30ºC까지 충분히 견딜 정도라고 하였다. 이는 좋은 날씨에 등산 활동 중에 있을 때, 에베레스트 등반에 충분한 의복 보온력이다. 맬러리는 매끄러운 표면을 가진 실크로 된 의류를 여러 겹 착용하였다.
이는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등산 활동시에 따뜻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의복 간의 마찰력을 줄여 여러 겹을 착용하였지만 움직임이 쉬워 신체 에너지 요구량이 적었음을 알 수 있다. 착용감에서도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현재 아웃도어 의류보다 천연섬유로 구성된 맬러리 의류가 더 우수하였다. 현대의 의류 혁신으로 투습 방수 기능은 편안함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후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는 선택시에 지혜 및 현명함이 더욱 요구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간 활동의 목적에 대하여 생각하며 살아왔을까? 목적에 따라 방향과 결과는 달라지기 때문에, 모든 것의 목적과 의미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관점을 바꾸어 현실을 바라보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받아들이는 것과 더불어 잃어버린 가치와 중요한 목표를 되찾을 때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방향으로 우리 모두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