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기고] 각자만의 토핑을 허하라, ‘토핑경제’
[오피니언기고] 각자만의 토핑을 허하라, ‘토핑경제’
  • 권정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 승인 2024.12.04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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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가리지 않고 꾸미고 선택하는 소비 중요
표준화 경제와 대비, 완성 과정 참여 재미 부여
참여로 이끄는 힘 토핑 소비 다각도로 활용 시작
브랜드 유니클로는 얼마전 잠실 롯데월드몰에 1000평 규모의 초대형 매장을 개점하면서 국내에서는 최초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유티미(UTme!)’를 런칭했다. 다양한 캐릭터를 포함한 800여 종 이미지 중에서 고객이 원하는 대로 골라 티셔츠에 프린팅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일본 여행의 필수 코스처럼 여겨졌던 서비스를 국내에서 만날 수 있게 되어 인기가 높다.  대형 브랜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커스텀 티셔츠가 굉장히 핫한 품목으로 떠올랐다. 사실 티셔츠를 주문 제작한다는 개념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근래에는 친구들끼리 티셔츠를 맞춰입고 여행을 간다거나, 본인의 반려견 사진을 넣어 티셔츠를 제작하는 등 목적도 디자인도 다양해졌다.   심지어 커스텀 문화는 사내에서 입는 워크웨어에도 적용되었다. 현대건설은 최근 워크웨어 브랜드 ‘볼디스트(BOLDEST)’와 협업하여 임직원 전용 스페셜 에디션 ‘MA-1 패딩 점퍼’를 선보였다. 과거 건설회사의 ‘작업복’이라고 하면 멋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였으나 이번 협업 제품은 미 공군 파일럿 점퍼를 모티브로 제작하여 트렌디하며 특히 커스텀 요소가 가미된 것이 인상적이다. 밸크로 패치를 활용하여 회사 로고, 팀 로고, 개인별 장식 등 아이템을 사용자가 마음대로 탈부착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iStock
이처럼 커스텀이 확산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티셔츠뿐만 아니라 신발·가방·휴대폰 등 각종 제품, 식음료·가구·자동차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소비자들이 직접 꾸미고 선택하는 소비과정이 중요해지고 있다. 피자에 비유하자면 브랜드는 ‘도우’에 해당하는 기본 제품을 제공하고 소비자는 그 위에 마음대로 자신만의 ‘토핑’을 얹고자 한다. 피자를 고를 때에도 토핑에 따라 결정하는 것처럼, 본품보다 소비자에게 어떤 선택과 재량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경제, ‘토핑경제’가 열리고 있다.  토핑경제의 신호탄이 된 현상은 ‘꾸미기’ 열풍이다. ‘폰꾸’, ‘다꾸’로 시작된 꾸미기가 ‘텀꾸(텀블러 꾸미기)’, ‘줄꾸(이어폰 등 줄 꾸미기)’, ‘냉꾸(냉장고 꾸미기)’까지 나아가고 있다. 냉장고 꾸미기(#fridgescaping)는 틱톡에서 확산되는 해시태그로 냉장고 겉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냉장고를 열었을 때 보이는 내부 모습을 꽃이나 액자, 소품 등을 활용하여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다. 최근에는 영화, 음악 등 독특한 컨셉을 내세운 냉꾸로 발전하는 추세다.  식음료도 토핑경제를 이끌어가는 분야이다. 지난 여름 ‘아샷추’와 ‘아망추’ 음료가 화제였다. 아샷추는 ‘아이스티에 샷추가’, 아망추는 ‘아이스티에 (얼음 대신) 망고 추가’를 말하는데 SNS에서 화제가 된 레시피를 프랜차이즈 카페브랜드에서 정식 메뉴로 출시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자신만의 음료 레시피를 공유하는 문화가 번지면서 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망추를 가장 먼저 출시한 이디야커피에 따르면 출시 첫날에만 1만 5000잔 이상을 판매했다고 할 만큼 반응이 컸다.  토핑경제는 상품과 서비스를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한 ‘표준화 경제’와 대비된다. 시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소비자들에게 좋은 품질 및 가격은 기본값이 되었다. 따라서 표준화된 상품을 구매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필요하다. 토핑경제는 소비자들이 구매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제품을 완성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자신을 표현한다는 재미를 부여한다.  유의할 것은 토핑경제가 완전히 하나부터 열까지 맞춤 제작(tailored)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부분이다. 토핑소비가 좋은 점은, 기본 바탕은 대중적인 것을 따르되 그 위에 토핑을 얹음으로써 안전하면서도 가성비 높은 차별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브랜드들은 토핑소비를 다각도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갤럭시 탭을 홍보하는 팝업스토어에서 소비자들에게 요즘 유행하는 ‘트꾸(트레이 꾸미기)’를 체험한 뒤 갤럭시탭을 사용하여 자신의 트레이 사진을 편집하도록 했다. 요즘 소비자들이 흥미를 보이는 체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사제품을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브랜드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힘, 토핑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것이 지금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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