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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도 준치’라는 우리 옛말이 있다. 국어사전에서
는 준치를 청어과의 몸길이 50㎝ 정도이고 밴댕이 비슷
한 맛이 좋은 바닷물고기로 표현하고 있다.
요즈음 섬유산업 모습을 보면 준치를 빗댄 우리 선현들
의 옛말이 결코 거스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어떤 위험에 봉착할 때는 필연이
든 우연이든 위기를 돌파하는 매개체가 항상 있었다.
경술국치를 당해 나라를 잃고 난 뒤 전 국민의 애국심
이 나라를 구했듯 97년 換亂의 위기를 벗어나게 한 것
도 결국 국민의 힘 덕분이었다.
지금 재계가 구조조정(빅딜)의 와중에서 그룹간 이해갈
등을 증폭시키는 등 그 어느때보다 극심한 내부분열 양
상을 나타내고 있다.
재계가 정부의 개혁정책에 맞서 변변한 논리 한번 펴보
지 못하고 있는 것도 결코 이와 무관치는 않다. 재계가
화합이 안돼 단합된 힘을 과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
다.
그런데 재계가 국면 돌파용 화합의 기수로 섬유업체 대
표를 선택했다. 주인공은 김각중 경방 회장이다.
재계가 김 회장을 위기 돌파의 매개체로 삼은 것은 숨
은 의도가 있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재계의 화합을 이
끌어 낼 적임자는 평가다.
김 회장이 전경련 회장단 가운데 최연장자이고 원만한
성품을 갖고 있는 것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각중 경방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대행으로 추
대된 것은 비록 재계의 숨은 뜻이 있다손 치더라도 섬
유업계에 시사하는 것은 크다. 역시 위기극복은 섬유산
업이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를 확인하듯 최근 국내 경제계의 이슈는 섬유산업이
다.
섬유업체 대표가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장 자리를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3대 경제 단체장을 맡은 섬유업체 대표는 김각중 경방
회장·김상하 삼양사 회장·김창성 전방 회장 등이다.
그리고 경제 3단체의 장 姓이 모두 金氏라는 것. 그래
서 “경제계에도 3金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정치 판을
빗댄 話頭도 무성하다.
전경련·상의·경총·중기중앙회는 국내 경제계를 대표
하는 4대 기구다.
그런데 섬유업체 대표가 한·두곳도 아닌 3곳 단체장을
맡게 됐다. 재계의 뜻이 우연이든 필연이든 위기극복의
일환으로 본다면 섬유산업이 매개체임을 자연스럽게 확
인해준 셈이다.
지금 섬유업체 대표가 단체장을 맡은 3대 경제단체는
재계를 대표하는 구심점이다. 그리고 재계는 섬유인 출
신을 단체장으로 섬기는 트로이카 체제를 열고 있다.
트로이카 체제의 구심점은 면방업종 두 곳 그리고 화섬
업종 한 곳이다.
김각중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
장을 김창성 경총 회장은 한국방직협회 회장을 지내는
등 탁월한 경영능력이 돗보이는 섬유인이다.
그리고 김상하 상의 회장은 지난 88년 이후 대한상의
회장을 맡아오고 있다.
이를 놓고 或者는“세기말의 변덕인가 아니면 새 천년
을 앞둔 필연인가”말한다.
섬유업체 대표가 재계를 좌지우지하는 3대 경제단체장
을 맡자 4백만 섬유·패션인이 환호하고 있다.
오늘 한국 경제발전의 기수인데도 불구 그 동안 斜陽産
業으로 분류된 汚名을 벗는 계기가 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섬유산업은 국가경제 발전을 주도해온 국내최고 효자산
업이다. 60년대 헐벗고 굶주림에서 벗어나게한 것은 섬
유산업이다.
70년대 국내산업체제를 중화학 위주로 탈바꿈시킨 역할
역시 섬유가 벌어들인 외화덕분이었다.
그리고 97년 換亂을 극복한 주역 가운데 섬유산업은 그
중심에 서 있었다.
국내 산업에서 섬유산업의 역할은 이같이 막중한데도
최근 그 뜻은 상당히 희석되고 있다.
4백만 섬유·패션인들의 의식부족도 있고 섬유산업을
보는 域外者의 편견도 가세했다. 그러나 지금 재계의
최고 구심점에 섬유업체 출신 대표가 포진하고 있다.
김각중 회장·김상하 회장·김창성 회장 3人은 섬유업
계서도 보수적인 섬유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3人의 특
징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치밀함이다. 그리고
주력인 섬유산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외곯수 섬
유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많은 섬유인들이 섬유로 돈을 벌어 사업다각화의 꿈
을 키웠건만 성공한 섬유인은 손가락 꼽기도 힘들 정도
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원칙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3人은 달랐고 지금 국내 재계를 대표
하는 구심점으로 우뚝 서 있다.
현재 3人의 의미는 4백만 섬유·패션인들에게 뜻하는
바가 크다.
특히 새 천년을 앞둔 세기말 시점에서 섬유인 출신 3人
이 경제계 대표가 된 것은 섬유산업의 앞날을 비추는
예광탄 이다.
재계가 위기극복을 위해 섬유업체 대표를 선택했듯‘새
천년 한국 경제를 리드하는 산업에 섬유·패션산업은
아니다’라는 명제 자체가 語不成說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