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룩이 뜨고 있다”
“밀리터리룩이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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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없는 시대의 갈망디자이너 쇼부터 일반에 확산 ‘붐’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제한된 마케트이기는 하지만 ‘설플러스(Surplus)’라는 장르의 밀리터리 룩이 있다. ‘설플러스’는 ‘나머지· 과잉’등의 의미와 함께 군대 용품을 말하기도 하는데, 이와같은 이미지의 재킷은 아이젠 하워 재킷과 같은 점퍼형의 상의와 스텐드 칼라의 블루종, 그리고 아미 파커와 같은 코트형 재킷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형태가 있다. 최근들어 많은 컬렉션에서도 에폴렛(견장)과 금속 버튼등 실제의 군복과 거의 흡사한 디테일 디자인을 많이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밀리터리룩의 상징인 근복 소재의 튼튼함으로, 고객의 리피트 현상이 느리다는 것이 문제로서 지적되고 있지만, 일단 이세계에 빠져들은 고객들은 계속 신제품을 찾고 구입하는 열광팬이 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원래 군복이라는 것은 국방 예산을 활용하여 테스트 단계를 몇 번이고 거쳐가며 개발하는 것이라 지퍼 하나라도 5만번 이상 개폐 테스트를 되풀이 하고 합격된 제품이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 그러나 상세한 노하우를 정확한 사양서로 만들어 사전과 같이 만든 것을 ‘밀스 펙’이라고 하는데, 해외에서는 이들 상품이 구제품시장을 중심으로 성황을 이루고 있는 기현상을 빗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백화점의 특판코너나, 앞서가는 트랜드 리더들을 중심으로 얼룩무늬의 점퍼와 팬츠가 확산되고 있다. 이것은 이제 특수 패션이 아니라, 일반적인 패션에도 적용되는 현상으로, 이번 SFAA 디자이너 컬렉션에서도 군대용품에서 영감을 받은 옷이 대거 등장, 밀리터리 룩의 패션화는 직업상 기능성과 안정성을 추구한 특수옷의 틀을 벗어나, 옷의 기본으로 회귀하려는 오늘날의 현상처럼 좋은 견본이 되고 있다. 예를들어 디자이너 루비나의 견장변형 디자인이나, 와이드 2중벨트와 부츠등의 아이템 그리고 쉬폰과 가죽을 넘나드는 소재의 다양한 활용은 러프하면서도 소프트한 느낌의 한가운데에 밀리터리적 이미지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각 디자이너마다 조금씩 혹은 많이 채용했던 아이템으로, 이런 디자인적 변화는 진태옥씨의 컬렉션이나 박윤수, 이상봉씨의 컬렉션에서도 주축을 이뤘던 인스피레이션. 그러나 최근, 밀리터리는 군복뿐만이 아니라, 특수한 유니폼이나 작업복에서도 영감이 나오고 있다. 이미지는 트렌치 코트, 그리고 밸벳 재킷과 카고 포켓, 에폴렛(견장)등을 사용한 셔츠 드레스 매니쉬한 더블 밀리터리 코트와 유니폼적인 냄새를 풍기는 피코트등으로 이들의 이미지는 다시 엘레강스하고 클래식하게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리얼클로즈. 즉, 자신이 갖고 있는 옷에 맞추어 코디네이트를 즐기려는 현실감각이 배경에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 아나·스이는 경찰 유니폼의 원단을 사용하고, 소방대원과 같은 검정 바탕지에 두터운 실버 엑센트를 부착한 재킷으로 히트를 기록한 적이 있다. 동시기에 캘빈 클라인은 CK라인으로 줄무늬 베스트에 페인터 스커트(화가들의 작업복 데님)의 워커즈 재킷과 유니온 재킷등, 노동자들의 작업복을 연상시키는 러프한 재킷과 베스트에 맞추어 보이쉬한 옷차림을 제안하기도 했다. 랄프로랑 역시 중세시대의 기사를 연상시켜 실버와 검정 가죽에 스티치를 잔뜩 넣은 갑옷과 같은 재킷을 디자인 했으며, 리챠드 테일러는 파라슈트 소재의 서바이블 재킷 및 밀리터리 룩의 모자와 벨트를 일제히 발표하여 주목을 모았다. 그런의미에서 밀리터리 룩이 갖고 있는 원래의 의미는 ‘생사가 걸린 전쟁터에서 사용된 옷’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밀리터리 룩은 패션이라는 모티베이션을 넘어서 남자들만의 낭만이 새롭게 가미된 이시대의 사람들의 갈망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처럼 우상화될만한 영웅이 없는 고독한 현대인들의 단면만을 상징하는 듯한 하나의 현상처럼… /유수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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