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니즘의 파워
메이지유신으로 일본이 처음 서구문화를 받아들일 당시, 후꾸자와 유우기찌라는 대신은 일본의 장래를 위해 언어를 영어로 통일해야 한다는 「일본어 폐지론」을 들고 나와 사람들을 황당하게 만든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비굴하리만큼 뜨거웠던 개방에의 열망과 억세게도 좋은 국운덕택에 10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아시아속의 유럽으로 성장했으며, 이젠 스스로 자신들이 아시아인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려는 그옛날 후꾸자와 유우기찌의 후손들의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다.
확실히 황금의 나라(Zipangu)와 자포니즘이라는 타이틀은 매력적이였다.
게이샤들의 화려한 색채와 동양적 눈매, 과장된 헤어스타일을 묘사한 저급 풍속화들은 19세기 유럽인들에게 너무나 생소한 충격이였으며, 그들의 밑바닥 문화는 단박에 예술의 한코드를 차지해버리는 상품으로 포장되었다.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서 일본의 정통다도나 스시를 모르면 지식인의 화제에 끼지도 못할만큼 서구의 하이클라스적 고급 문화로 자리잡았다니,‘모로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말을 그대로 실현시킨 그들의 방법론은 확실히 정당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다.
반복되는 역사의 시나리오
두말할 것도 없이 도쿄의 젊은이들은 유럽의 스트리트 패션을 동경한다.
그들의 상품을 구입하고 각종 패션지에서 소개하는 매장 정보와 거리의 풍경에서 유럽의 최신 트랜드를 캐치하는데 혈안이 되어 왔다.
그러나 그것을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 폐단에 대한 우려보다는 오히려 무한한 상상력과 자유로 인해 만들어지는 패션 감각을 특유의 마케팅전략으로 이용하면서, 최근 유럽과 도쿄간의 파이프에 역류현상 마저 일고있다.
다시말해, 유럽에 도쿄의 스트리트 패션을 동경하고, 일본 상품을 찾는 유럽의 영 스트리트 매니아들이 등장한 것이다.
그들의 얼을 뻬놓고 있는 것은 에비스 진즈에 G쇼크 시계, 無印良品의 소품들…
각종 도쿄 스트리트계 브랜드의 옷과 소품을 모으면서, 쿨하고 이국적인 일본스타일을 연출해 가는 데 심취하는 유럽인들.
물론, 그들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일본제라든가 일본의 브랜드라는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심플하고 합리적인 판단하에 ‘디자인이 좋아서 산다’는 정당함으로 물건을 팔아내는 것이다.
라이프 스타일의 가장 기본인 의복의 침략이 그나라 사람들의 정신을 지배하는데 있어 가장 유효한 수단이라고 하면, 그들의 정서에 맞게 디자인할 수 있다는 일본의 파워는 그들의 것을 자유롭게 접해 보면서 나오는 새로운 아이디어임을 시사하는 하나의 주요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어차피 개방할껀데…
그런데 지금, 국내에는 난데없는 일본 대중문화 완전 개방문제가 과열되고 있다.
‘시기상조다’, ‘너무 늦었다’로 논란을 벌이는 한쪽에서 경제침체로 시무룩했던 매스컴들은 마치 난리라도 쳐들어 온 듯 일본문화특집의 과당경쟁이 한창이기도 하다.
물론, 그런 사소한 일로 법썩을 떤다는 것이 국가적 자존심문제라고 호들갑을 자제해달라는 비아냥 거리는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제식민통치라는 과거사로 감정의 응어리가 남아있고, 그로인해 유독 일본 대중문화에만 빗장을 걸어잠궈온 우리에게 있어 작은 이슈는 아니지만, 세계 문화 교류 차원에서 문호를 여는만큼, 감정적 대응은 자제해야 하며, 또, 과잉흥분도 불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어차피 개방이 기정사실이라면, 그것에 대해 의연히 대처하는 의식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생력’
80년대 후반 런던에서는 꼼므 데 갸르송과 요오지 야마모토, 그리고 ZEN(禪)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일본의 음식점이 인기를 모았던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 런던에는 다시 제 2차 일본패션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97년 가을에 파리에서 보수적인 런던으로 발표의 장을 옮기고, 셀렉트 숍에서 팬매를 개시한 코스케 쯔무라, 런던 멘즈 패션 위크에 참가한 이래 런던에서 발판을 굳히고 있는, 신이치로 아라카와, 차세대 일본인 디자이너 브랜드도 연이어서 유럽시장에 상륙해서 전세계를 장악해나갈 만큼 일본패션은 분발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대부분이 전통의상을 버리고, T셔츠와 진즈라고 하는 어메리컨 캐주얼로 갈아입어버린채, 서양문화에 동화되어 버린 지금, 영국계와 미국계는 괜찮고, 일본계는 안된다고 하는 이론은 너무나 시대착오적이다.
거리에 넘치는 햄버거 하우스에서 맥도널드를 먹고, 금방이라도 고막이 터져버릴듯한 락음악을 선호하며, 울긋불긋한 염색머리에 불쑥 커버린 사람들...
황인종인지 백인종인지 구분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피부 색깔뿐이라는 요즘, 난데없는 일본대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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