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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히딩크의 비밀
“우리나라가 골을 넣었는데, 저 외국사람이 왜 저리 좋아하냐?”
한국 대표팀의 골이 터져 관중들이 환호하는 속에 히딩크 감독이 특유의 골뒤풀이를 하자,이를 TV로 지켜보던 한 할머니가 물었다.
‘저 사람이 우리나라 대표팀 감독’이라는 주위사람들의 설명에, 다시 TV에 집중하던 할머니가 잠시후 도저히 참지 못하고 내뱉으신 말씀.
“암만 봐도 저 양반 한국 사람 아닌 것 같은데….”
물론, 할머니의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명백히 그는 한국을 위해 일하는 외국인이다.
게다가 그는 멋지다.
그 엄청난 붉은 악마들의 함성과 열광의 도가니속에서, 위엄과 위트, 그리고 천진무구함으로 한없이 예쁘고 사랑스러운 전국민적 영웅이 되어 버린지 오래며, 그의 성공 신화가 지금 정치 경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수치로 계산할 수 조차 없어졌다.
또한, ‘강한자는 이기고 약한자는 망한다’는 그의 명쾌하고 간단한 시장 논리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했던 모든 습성과 체제를 한꺼번에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물론, 거대 기업들의 마케팅전법까지 뒤바뀌는 빅뱅의 쇼크를 매일 매일 일깨워 주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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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리더쉽이 기본
빅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강력한 지도자의 등장이라고 한다.
영국의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과 같은 리더쉽이 없다면, 신문 잡지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정작 국민들에게는 진의가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화 세계화’라고 아무리 외쳐 봐야 모두가 납득하지 못하고 매일 먹는 밥이 더 중요했던 것도 이때문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던 ‘지연·학연·기득권’ 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었던 외국인 히딩크가 발견한 ‘위대한 한국의 잠재력’에 대해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익숙했던 타의적인‘동원’이나 ‘선동’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긍정적인 혁명’의 실체를 모두가 경험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모든 것에 이미지가 앞섰던 것이 틀림없다.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하나 내놓고 모두의 기대를 한꺼번에 이루려는 욕심때문에 나중에 결과를 보고 모두가 낙담하거나 불만이 토로하는 시행착오에 항상 노출되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일은 중간층이 하고, 추켜세워지는 것은 사장이였는데, 일이 터지면 말단이 다치는, 마치 위급할 때,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듯한 체제가 계속 반복되어 온 우리에겐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조차 없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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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 알레르기는 치유돼야
사실, 히딩크는 처음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저렇게 하면 망한다.”“언제까지 체력훈련만 하고 있을것인가” “히딩크를 갈아치워라”
그가 끊임없이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그가 외국인이라는 사실도 있지만, 그를 괴롭힌 것은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결과지상주의’와 ‘권력숭배’사상때문이였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가 이나라에서 괴로웠는지, 아무 생각 없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경제 선진국 사람들이 전혀 개의치 않는 사실에 한국인들은 참으로 별스럽다는 생각은 했을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우리는 히딩크의 성공을 보면서, 글로버리제이션이라는 진정한 의미를 생각했으면 한다.
이제 좋든 싫든 세계의 경제 구도는 생산자 주도에서 소비자 주도로 바뀔 것이다.
그것을 인식하지 않으면 아무리 큰 빅뱅도 의미가 없다.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나라의 차를 들여와서 분해해보고 다시 조립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이시기에, 그것을 확실히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전세계의 질문에 히딩크와 월드컵 성공신화가 명쾌하게 대답해준 것이라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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