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풍 패션소품 인기 지속, 70년대 중국무드 신유행 풍조 확산
프랑스 대통령 자크 시라크의 숨겨진 연인이 일본 여자라는 소문이 공공연한 비밀이 된 것은 오래전 일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로 스모를 지목하면서 세간에는 그의 일본 사랑에 대한 여러 말들이 떠다니곤 했다. 다행히 국가 원수의 이 특별한(?) 취향은 파리지엥 특유의 다문화 수용의 개방적, 적극적 경향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듯 하다.
올 봄에도 파리 곳곳에는 일본과 중국,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의 이미지들이 도시 곳곳에 넘쳐난다.
퐁네프 다리에 인접해 세느강을 내다보고 있는 파리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백화점 사마리텐느(Samaritaine)는 'Japon Expo'로 2005년의 봄을 시작했다. 2층 여성복 매장에서는 일본 패션 브랜드의 제품이 선보여졌고 건물 7층에 마련된 특별 행사장에서는 일본의 전통 공예품을 비롯해 캐릭터 상품, 가구, 서적 등이 전시 판매됐다. 노년층이 주 고객이라는 이 백화점에는 각 부스마다 몰려든 젊은 파리지엥들 덕분에 오랜만에 활기가 넘쳐났다.
백화점뿐 아니라 가두 매장에서도 아시아 바람은 계속된다.
파리의 주요 패션 거리 마다 속속 문을 열고 있는 편집 매장 'HAPPY'는 7,80년대 중국 분위기의 소품과 의상들을 사려는 여성들로 넘쳐난다.
이 곳에는 다소 촌스러워 보이는 중국풍의 담요, 보온물병, 커튼 등의 소품을 비롯해 한자 문양을 이용한 드레스 등도 판매되고 있다. 매장 전면 유리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인형은 어린 시절 집집마다 구비돼 있던 못난이 인형과도 닮아있어 반갑기까지 하다.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선물의 집'류의 매장에서는 중국의 낡은 사진엽서가 인기를 모으고 있고 이소룡의 쿵푸 영화를 모티브로 한 관련 용품들이 불티나게 팔린다.
한편, 우리의 경우에는 영화가 패션보다 앞서 진출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올드보이'의 성공에 이어 올 봄에는 우리 영화 '바람난 가족', '빈집' 등이 주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주요 개봉관에 걸렸다.
내년에 우리는 한불 수교 120주년을 맞이한다. 영화와 미술,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우리 패션이 파리 거리를 수놓는 즐거운 상상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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