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 판매·음악 제공·까페테리아 운영 등 고객 서비스,각 브랜드 고유 이미지 살려 고객에 라이프 스타일 제안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파리의 봄은 패션 매장의 발랄한 분위기 변신으로 절정을 이룬다.퐁네프 근처에 위치한 6층 규모의 겐조샵 5층에는 최근 겐조 풍의 바&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세느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탁 트인 내부에는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눈길을 모으고 벽면에 가득 들어찬 일본의 스테디셀러 만화책들이 전시돼 있다. 또 일본 음악을 비롯해 샵이 추천하는 음악 CD를 들을 수 있는 장소가 다방처럼 따로 마련돼 편안한 휴식이상의 多문화 공간으로 제안되고 있다.
생제르망에 위치한 '조르지오 아르마니' 매장은 지하층과 1층 그리고 2층이 복층 구조를 보이며 내부 공간이 통합 이미지로 운영된다. 늦은 시간, 거리의 패션 매장이 문을 닫을 때라도 아르마니 레스토랑은 자정까지 이용 가능하다. 남성복 매장 입구와 복층의 레스토랑이 트인 공간이면서 동시에 자연스럽게 분리돼 있는 것이 특징.
마찬가지로 레스토랑의 한 쪽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과 패션 관련 서적 및 잡지를 구매 할 수 있는 공간이 함께 있다.
'겐조'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대형 매장이 각각 브랜드의 컨셉을 살린 인테리어와 음악으로 겐조 왕국, 아르마니 왕국을 제안하고 있다면 '아녜스베'는 좀더 실질적인 휴식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파리 곳곳에 총 8개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는 이 브랜드의 매장 중, 주르 거리(rue de Jour)에 위치한 대형샵에 있는 작은 까페테리아와 휴식 공간은 입구의 낮은 문턱 만큼이나 편안하게 이용가능하다.
넓은 실내는 트여 있으면서 동시에 낮은 두 세 개의 계단으로 분리돼 있으며 천정까지 통유리로 이뤄진 전시 공간에서는 이 브랜드가 기획한 사진 및 미술 전시회가 열린다. 패션 브랜드의 매장 안에서 쇼핑과 작품 감상, 오후의 커피 타임이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당장 쇼핑 계획이 없었다 하더라도 이리 저리 매장 안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브랜드의 분위기에 취하게 된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어느 아마추어 화가의 설명에 따르면 전문 갤러리의 전시만큼이나 패션 매장에서 열리는 전시가 날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마취과에서 일하면서 틈틈히 그림을 그려온 이 아마추어 화가 역시 최근 사진 전시회를 작은 패션 부띠끄에서 열었다고.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잡지를 뒤적이며 차 한잔을 즐기는 공간, 전시를 보고 옷을 고르는 일이 자연스러운 문화 행위로 이어지는 파리의 패션 매장 분위기는 패션과 예술을 사랑하는 파리지엥들이 브랜드 경영자, 샵마스터이며 동시에 고객이자 구경꾼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저작권자 © 한국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