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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는 다른 이야기
「코가 꿴다」는 말이 있다.
서로가 서로의 이해상관이 얽히고 설켜 이러지도 못하
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처음의 의지대로 계획대
로 갈 수가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을때, 사람들은 흔
히 이말을 한다.
만약, 그에 대한 결과 역시 시원치 않았다고 한다면 그
과정과 원인에 대해서 이런 표현이 더욱 간절해 질 것
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처음의 계획과 의도는 창대했지만, 주위상황이 자신을
그렇게 받혀주지 못했다고 흥분하는 사람들도 있고, 처
음부터 계획이 과대망상이였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
다.
그와중에서 자신은 그 주류에 합류하지 않았으므로 당
연한 결과라고 조소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말이 많고 탈이 많아도 확실한 것은 처
음부터 바보는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어디서 어떻게 잘못 되었
기에 서로가 서로의 코를 꿰어 버리게 된 것일까... 분
명한 것은 그 원인과 배경에 대해서 심각히 고려해 보
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변질된 공약과 책임의식
「상대방이 전화를 걸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을때는 나
보다 상대방이 더 급한 경우」라는 글을 언젠가 어느
단편집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모두 다 아쉬울 것이 없을 때는 오히려 아무일이 벌어
지지 않는다. 문제는 내가 아쉬울때 공약했던 약속들이
다.
마치 순진무구한 처녀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듯 눈
물겨운 고백형도 있고, 정치가의 터무니없는 유토피아
적 공약과 같은 것도 있다.
그러나 서로의 칼자루가 바뀌게 되고 약속이 제대로 이
행되지 않는 허탈감에 사로 잡혀가고 있을때 상황은 이
미 빼도 박지도 못하게 고착버리는 경우가 왕왕있는 것
이다.
그리고 자의이든 타의든, 마음이 변했든 주위의 환경이
변했든 처음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는것에 대한 도의
적인 책임의식은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이없는 프로그램 편성
공중파 방송이 대중에게 뿌려대는 파워는 막강하다.
지금 이순간 어느 누구 큰소리로 불만하는 사람이 없다
고 한다면, 그것은 방송이라는 매체를 의식하기 때문이
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다.
그런의미에서 말하자면, 실내 체육관이라고 하는 장소
는 처음부터 패션쇼장으로는 무리였다.
엉성하고 산만한것은 둘째치고, 양옆에 활짝활짝 열려
있는 식당과 화장실 입구를 가려주는 아무런 설치물도
화환도 없었던 A관과 그보다 더 찾기 힘든 위치에 있
는 B관.
이렇게 저렇게 배치는 했지만, 너무나 높고 넓어서 어
설픈 느낌을 주는 쇼장은 모여든 관객들에게 어떤 쇼적
감흥을 주기에도 역부족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될 상황은
프로그램 편성시간.
주지하다시피 서울방송의 SIFAC99는 분명 패션의 대
중화가 캐치 플레이즈였다.
그런데, 남북한 축구결승전도 아닌데, 밤 1시에 보여주
는 패션쇼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패션의 대중화를 선포했던 프로그램이 왜 대중이 모두
잠이 드는 밤 1시와 2시사이에 편성 해야 했을까. 프로
그램을 보는 느낌은 거의 아마츄어 체육대회 녹화방송
정도였다고 하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
돈이 되지 않는 패션(?)
아무튼 결론은 분명하다.
생각대로 장사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정론으로 말하자면, 약속한대로 하고 싶었지만, 상황
이 중간에서 본의아니게 수정되고 바뀌어져 버렸을 것
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1회가 너무나 거창했던데 비해
서, 느껴야하는 상대적인 빈약성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지로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앞으로 패션의 「패」자
도 듣기 싫을 것이라고 진저리를 치는 사람도 있을만큼
그들에게 어렵고 힘든 과정이였을 것임을 인정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를 계기로 앞으로 방송사측에서는 패션은 아
직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이라고 내팽겨칠 수도 있을 것
이다.
각자의 전문을 찾아야.
누구나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
다.
「전문가에게 맡겨달라」는 말은 하지만, 그것이 과연
그것이 사실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시점에서는 누가 컬렉션을 유치하고 주도권을 잡느냐
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의 역할이 업계발전을 위해 어
떻게 활용될 수 있는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합집산의 와중에서 누가 내편이고 남의 편이라며 마
치 편가르기를 하듯 자아도취나 독기에 빠져있는 이들
을 보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보기에도 딱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이제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는 일은 무모하다.
진짜가 될 수 있는 실력이란 피를 통해 다듬어지고 느
끼는 것인만큼, 어떤일에 대한 사명감과 전문성은 몸으
로 익혀 배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분명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