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추구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는 현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늘날 한국 사람들이 명품을 선호하는 성향은 세계 상위권이라 볼 수 있다. 국내 브랜드 시장이 주춤한 시기에도 호황을 누리는 명품 시장의 매력과 국내 시장의 문제점을 파악해 보도록 한다.
명품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으면 ‘훌륭하여 이름이 난 물품이나 작품’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즉, 명품은 특별하게 만들어진 작품 또는 훌륭한 물건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품 자체보다는 브랜드에 주된 초점이 맞춰져 값비싼 외국 제품을 일컫는 말로 주로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명품의 의미가 확대돼 하나의 특별한 물품이 아니라 감성브랜드를 뜻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대량생산 방식으로 찍어내는 물건인데도 브랜드만 좋으면 명품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패션 명품의 특성은 사전적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제품 자체가 갖는 뛰어난 품질로 대표되며 고가격과 브랜드명을 들 수 있다. 실제로 명품들이 고가격이 아니라면 그것들의 희소성이나 독점적인 특성을 잃게 될 것이다. 명품 소비자들은 고가의 제품을 살 수 있는 집단에 속한다는 우월감을 얻고, 고가를 지불할 수 있는 능력으로 부를 전시하는 효과를 보인다. 우수한 품질과 오랜 기간을 두고 판매되는 전통 있는 브랜드명 이어야함은 물론이다. 이들로 미루어 명품이란 수요자의 감성과 일치하고 고품질, 세련된 디자인, 고가격, 유명브랜드, 희귀성 등으로 특징 지어진다. 소비자의 감성 생활은 정신적 풍요로움으로 그들의 패션생활이기 때문이다.
명품산업, 왜 뜨는가?
기업들이 앞다투어 명품 산업을 확장시키는 이유는 바로 높은 수익성 때문이다. 일단 명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면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 대중적인 상품에 비해 월등히 높은 부가 가치를 올릴 수 있다.
명품소비 실태
상당수의 젊은 세대들은 명품에 열광한다. 명품을 사기 위해 몇 달치 용돈을 모으기도 하고, 몇 달 동안 아르바이트도 한다. 명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참으로 대단하다. 젊은 직장인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루이비통 핸드백 을 사기 위해 한 달치 봉급을 모두 투자한다.
일각에서는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계를 하기도 한다. 일명 ‘명품계’다. 자연히 이런 부류에 들게 되면 자신이 의도했건 아니건 명품에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명품을 사기 위해 사채를 얻어 쓰고, 명품을 구매할 때 사용한 카드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었다는 등의 뉴스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며, 지금도 가끔씩 보도가 되곤 한다.
이밖에 명품에 관한 뉴스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된장녀에 관한 이야기, 가짜 명품 사기사건 등이 있었다. 또한 최근에는 된장녀에 이어 귀족녀가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명품중독 또한 심각한 현상이다. 경제적 여건이 부족한데도 너도나도 명품열풍에 휩쓸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생, 심지어 중고생들조차 명품계에 돈을 붓느라 힘든 아르바이트를 마다하지 않는다. 갚을 능력도, 의사도 없는 젊은 여성들이 백화점이나 명품점에서 카드를 그었다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명품을 사기 위한, 또는 명품족을 겨냥한 범죄도 끊이지 않는다. 이 모두가 도를 넘은 명품선호가 빚어내는 그늘이다.
명품인기 원인과 한국사회 특성
1) 소유 욕구의 재생산
명품 구매를 경험해본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 구매가 1회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지속된다. 왜냐하면 명품을 구매했을 때 자신이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하던 찬사를 들을 수 있었기에 이 찬사를 다시 한 번 경험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욕구로 새로운 명품, 새로운 브랜드, 새로운 모델을 계속해서 찾아다니며 그것을 구매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리고 그 제품을 사게 되면 그 만족감과 희열도 잠시, 다시 다른 명품을 구매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2) 일치의 욕구
명품이 한국사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로는 한국사회의 특징인 ‘일치의 욕구’에 기초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과 행위를 들 수 있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구입을 하면 괜히 구입을 안한 나만 뒤떨어지는 것 같고, 무시당할 것 같아, 결국 ‘적어도 남들처럼’ 사는 것으로 보이기 위해서 구입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명품을 사는 이유로 ‘주변에 뒤처지기 싫어서’, ‘유행이기 때문에’, ‘소속감을 주기 때문에’ 등이 있다.
3) 과시의 욕구
이것은 단지 사람들이 소비를 과거보다 더 많이 한다는 뜻이 아니다. 어느 사회든지 구성원들 간의 경쟁이 존재하는데, 현대 사회에서는 그 경쟁이 소비양식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 간의 경쟁에서의 승패는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고, 어떤 자동차를 타고, 어느 곳의 집을 샀는가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현재는 과거의 ‘생산양식’을 둘러싼 경쟁이 아닌, ‘소비양식’을 둘러싼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성격은 유행과 스타일이 대단히 빠른 속도로 번져가고 있는데서 알 수 있으며, 제품의 차별화, 문화의 다양성으로 이루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대도시와 같은 대규모 사회에서는 사람의 지위와 부를 나타내주는 것은 재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부를 소유하고 있고 사회적 명예도 바란다면, 반드시 그 부를 밖으로 내보여야 한다. 누군가에게 존경받고 싶고, 선망의 대상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과시적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이것은 명품 구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4) 미적 욕구
명품을 구매하는 원인으로 제품에 대해 느끼는 미적 매력을 들 수도 있다. 즉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명품구매를 생각하지 않고 명품을 하나의 멋진 예술품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유명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브랜드들 보다 특별히 디자인이 예쁘고, 세련되었기 때문에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5) 가치상승 욕구
비상류층의 명품구매가 늘어가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명품이 자신의 가치를 높여준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신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재화의 측면이다. 즉 개인의 가치보다 재화의 가치가 높다고 판단될 때 개인이 그 재화를 구매해 사람들 앞에 나서게 되면 재화의 가치로 인해 자신의 가치가 그 재화의 가치만큼 높아져 보일 것이라고 믿게 된다. 이 욕구는 달리 말하면 대접받고자 하는 욕구다. 한국 사회처럼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이 나보다 낫다는 것을 게 인정하기가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보다 못한 사람이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능력이나 가치에 대해서 쉽게 인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으뜸이라고 평가하는 가치를 자신에게 부여해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다른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으뜸가는 가치는 ‘부’이며, 이 ‘부’의 상징이 명품이기에 이러한 명품으로 치장하게 되면 자연스레 사회로부터 대접받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소유자의 측면이다. 즉 소유자는 자신의 가치보다 재화의 가치가 높다고 판단될 때 종종 자신을 더욱 개발해 명품의 가치 수준에 걸맞는 지위와 문화자본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의복이 사람의 행위를 규제하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예를 들면, 캐주얼차림 때보다는 고급정장차림을 하게 되었을 때 고급정장의 가치에 걸맞는 행위를 하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여기에서 노력의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언어의 선택, 지식의 습득, 직장생활에서의 승진노력 등으로 나타난다.
6) 미디어의 영향
한국에서의 명품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는데 한 몫 하는 것은 드라마와 방송국이다. 드라마에서는 나오는 배역 중에 주인공이건 악역이건 항상 상류층이 등장한다. 특히 멜로 드라마의 경우, 상류층 남자와 평범한 여자의 사랑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패턴 중 하나다. 드라마 안에서 상류층들이 누리는 화려한 생활은 TV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 제작진들은 상류층 배역들이 실제와 가깝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최고의 명차와 명품들을 소도구로 사용한다. 이렇게 사용된 명품들은 그 드라마가 인기를 얻을 경우에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구매욕구로 이어진다.
몇 해 전 상영해 국내에서만 165만 관객을 돌파한 헐리우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미디어 영향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 영화는 명문대학을 졸업한 소도시 출신의 ‘앤드리아’의 일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앤드리아는 세계 최고의 패션지인 ‘런웨이’에 취직하고도 촌스럽고 눈치도 없어 모두로 부터 무시 당하기만 한다. 급박하게 흘러가는 패션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세련된 패션스타일로 변신해간다. 앤드리아의 이러한 변신 과정은 영화의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영화가 흥행하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영화에 등장하는 각종 명품들이다.
이 영화는 세계 유명 패션 명품의 컬렉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렌티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