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효과 지나치게 부풀렸다” 지적 잇따라
서진텍스타일, “우리 단일 매출액 아닐 것” 지경부, 중기청 등에서 주관하는 각종 R&D(연구개발)과제 추진 성과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성과를 부풀려 발표하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등 R&D과제가 여전히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해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경부가 지난달 30일 ‘스트림에서 발견한 섬유패션산업의 새로운 기술혁신’이란 제목으로 섬유패션 스트림간 기술개발과제의 우수 사례집을 발간하면서 시작됐다. 사례집에서 나타난 결과가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량적으로 나타난 가시적 성과를 비롯, 비교적 확인절차가 쉬운 유발 매출액이 부풀려지는 등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상황이 이런데도 각종 언론매체들은 4월 초부터 도배하듯 유발 매출실적 위주로 중점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2009년 9월, 최경환 당시 지경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R&D과제혁신’을 강조하며 ‘밑 빠진 독 물 붓기 식’ 예산지원을 막을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던 터여서 이번 결과물에 대한 실망감은 더했다.
우수 성공 사례집에 소개된 ‘직방형 초극세 특수 단면사를 이용한 고감성 파일류 제품 개발’ 과제. 구미에 소재한 제원화섬이 주관하고 도레이첨단소재, 영도벨벳, 효성이 참여한 사업이다.
지경부는 이 과제를 통해 시제품 출시와 제품사업화를 통해 누계 매출액이 565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주관기업인 제원화섬이 180억 원, 영도벨벳이 196억 원, 도레이첨단소재가 156억 원으로 나타났다.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든 실적이다.
본지가 사실 확인에 들어간 결과 제원화섬 누계 매출액은 20여 억 원 수준. 영도벨벳은 지난해 말부터 상품화가 전개되기 시작했다는 답변이었다. 계산대로라면 영도는 3~4개월 만에 196억 원의 경이적인 매출액을 올린 셈이다.
영도의 연간 총 매출액은 400억 원 안팎이다. 월 33억 원 매출로 볼 때 해당 개발제품이 연매출 전체를 차지한다고 봐도 150억 원에 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해당기업 개발팀 담당자도 의아해했다.
특히 제원화섬 과제 책임자인 A씨는 이미 1년 전 퇴사한 상태. 영업과 관리를 총괄하는 B씨에게 사실 확인을 해봤다. 그는 “나타난 매출액이 크게 부풀려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도레이첨단소재가 함께 개발에 참여했지만 결국 다른 파트너와 손잡고 상품화를 준비하고 있어 매출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우수사례인 ‘차별화 N/P 분할사를 이용한 직물 및 상품개발’. 서진 텍스타일이 주관하고 효성, 그린힐염직, 삼일기계, 시안물산이 참여한 사업이다. 기술개발 성과에 따른 누계매출액이 110억 원으로 발표됐다.
그 중 주관기업인 서진의 매출액은 43억 원. 이에 대해 서진의 책임 있는 경영자는 “서진 단일 매출액이 아닐 것”이라며 “정확한 매출을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전체 참여기업의 총 매출액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본지는 당초 믿기 어려운 매출액 순위가 높은 4개 과제를 선별, 사실 확인 절차를 밟기로 했지만 2개 과제로 충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경부는 개발대상 제품이 5년 후 국내시장 및 해외시장 점유율이 각각 95%, 80%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며 이 기간 중 예상 매출액이 15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밝혔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평가를 주관한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의 반응이 궁금했다.
이에 대해 산기평 김기원 화학섬유 평가 팀장은 “정상적인 설문조사를 통해 참여기업으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그대로 실었다. 문제가 있다면 참여기업들이 설문조사에 성실하게 임하지 못한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대답했다. 사례집을 배포한 섬산련 관계자 역시 “산기평에서 사례집을 받아 배포했을 뿐이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최중경 장관, 서영주 산기평 원장, 노희찬 섬산련 회장이 각각 발간사, 축사를 내걸고 발행된 ‘우수성공 사례집’은 신뢰를 잃게 됐다. 섬유패션스트림 간 개발사업은 지난2007년부터 시작, 지금까지 853억 원의 예산을 지원했으며 참여기업, 기관이 918개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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