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저 현상은 예상과 달리 우리나라 섬유류 수출에 직접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속적인 엔화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경우 향후 우리 기업들의 경영난 가중과 출혈경쟁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엔저 현상으로 지난 5개월간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23%나 절상됐다. 작년 9월말 100엔당 1441원이던 원화 환율은 이달들어 1170원으로 급락했다. 2008년 10월 이후 4년4개월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엔화를 찍어내겠다’는 아베노믹스 정책으로 엔화 가치는 앞으로도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우리업체들은 일본 바이어들의 단가 인하 압력과 엔화 결제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가 인하와 관련해서는 더 싼 옵션의 대체 품목 개발이 모색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상대하는 유니클로 등 대형 일본 바이어들은 단가를 낮춰서라도 기본 물량을 채워야 하므로 급격한 오더 감소는 벤더와 바이어 양쪽에게 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 업체들은 이에 대비해 물량은 유지하면서 가격 인하 효과가 있는 더 싼 가격의 대체 품목 개발이 필수다. 일본에 연간 1000만 달러의 직물을 수출하고 있는 영텍스타일은 아직 직접적인 가격 인하 요구는 받지 않았지만 조만간 닥칠 것으로 보고 일찌감치 대체 품목 개발에 들어갔다.
이 회사 안동진 전무는 “해외에서 경쟁하는 일본 섬유류 품목은 대부분 우리가 겨냥하는 시장과 달라 바이어들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며 “일본으로 직접 수출하는 품목은 엔화 가치 하락만큼 줄어드는 물량을 더 싼 값의 직물로 대체해 기존 수출 물량을 유지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율이 불리해짐에 따라 현재 달러 베이스로 결재되는 통화는 일본에 유리한 엔화로 바꿔 달라는 요청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과거에도 계속해서 되풀이 돼 온 수순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현재 상황에 대해 對바이어 대응 역량을 키워 대처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해 온 수출 단가는 더 이상 내려갈 곳 없이 떨어진 상황이므로 단가 인하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대일 의류 수출 기업인 팬코의 이건후 대표는 “벤더는 이제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가격까지 내려왔다. 설령 1~2개 업체가 바이어 요구를 받아들이더라도 이에 동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올들어 니트류의 주 원재료인 면 가격이 10% 이상 올라갔고 해외 봉제 공장 인건비가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어 바이어들의 가격 인하 논리가 약해진 측면도 있다.
이 대표는 “이제는 바이어들이 시장 가격 인상 요인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업마다 바이어에 대한 대응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대일 의류 수출로 작년에 1억5000만 달러를 기록한 팬코는 올해 1억9000만 달러를 목표로 잡았다. 회사측은 현재 엔저 현상에도 불구하고 목표 달성을 낙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바이어들은 최근 엔저 현상으로 약 15% 안팎으로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어서 향후 우리 업체들의 대응 방안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체 품목 물량 유지하고 對바이어 역량 키워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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