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한국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흐린날만큼이나 지난 추석연휴기간은 우울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염원하던
‘추석명절’은 많은 소규모패션관련업체들에겐 우울
그 자체였던 것 같다.
대우그룹 유관 패션기업인 세계물산, 신성통상, 크레송
의 잇단 법정관리신청과 부도, 재산보존처분등에 이르
는 일련의 과정에서 수백의 협력사들이 심장을 조였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의 회생은 곧 하부구조의 패션산업을 살리는
바로미터라고는하지만 사실상 추석을 못넘기고 좌초하
는 소규모업자들이 부지기수일것으로 예측되면서 안타
까움을 사고 있다.
몇억원에 부도가 나는 업체보다는 몇천만원정도에 자금
회전이 어려워 부도가 날수밖에 없는 소규모영세업자
들이 생겨날것이기때문이다.
추석이 마침 맞물려 이래저래 자금이 절실히 필요한때
에 더구나 주요3개업체의 부도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물론 이들기업이 자체의 부실때문이 아니라 모그룹으로
인한 파장에 다친것이고 그동안 하부구조를 활성화하는
데 상당한 일익을 담당했다는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IMF라는 여건속에서 대형사가 살아남는 풍토가
마련됐다면 유관 협력사들도 함께 살아남을수 있는 제
도적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수억원에서 부터 몇천억원의 횡령이나 부도덕한 뇌물혐
의등이 공공연히 드러나면서 이젠 만성이 돼 주머니에
몇천원밖에 없어도 듣는 순간만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저 굉장히 많은 액수지만 우리와는 상관없는.”식
으로 인지된다.
그렇지만 셀수(?)없는 큰 돈의 부실에 따른 단죄는 가
볍다. 어찌됐든 패션소기업들은 몇천만원에도 문을 닫
는데 말이다.
IMF이후 부도기업이 회생하는 것이 당연한(?)논리로
받아 들여지게 됐다.
또 전 업계가 대기업이 살아야 하부구조가 살아남는다
는 논리를 내세워 일치단결해 ‘살리기’에 혼신을 다
해 왔다.
그 과정에서 협력사들은 자금회전이 어려워 죽을 만큼
고생해왔다. 최근 회생의 길에 들어선 기업들은 ‘효과
적인 구조조정의 결과’등을 내세우지만 사실상 많은
협력사들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동조’해주었기때문임
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 세계물산, 신성통상, 크레송의 재산보존처분과 더
불어 많은 소규모협력사들이 험한 여정을 함께 하게 됐
다.
무엇보다 빠른 쾌유와 함께 이들 기업이 소규모영세업
체부터 돌보는 마음씀씀이를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이 영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