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항소심서 듀폰에 승소…재심에 큰 기대
“9억20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슈퍼섬유 아라미드 섬유 영업비밀 침해와 전 세계에 아라미드 섬유제품의 생산과 판매 등을 금지한 판결을 파기한다. 재판을 다시 하라.”(미국 항소법원)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미국 듀폰과 벌여온 1조 원 규모에 이르는 아라미드 섬유 영업비밀 침해 항소심에서 승소하는 대반전을 이끌어냈다. 코오롱은 패소했던 1심 판결을 뒤집음에 따라 당장 큰 부담으로 떠올랐던 경영상 불확실성의 짐을 덜어 낼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지난 4일 미국 항소법원은 1심인 미국 동부법원이 코오롱에 아라미드 섬유 영업비밀에 관한 법적책임을 인정해 9억2000만 달러 배상과 전 세계에 아라미드 섬유제품의 생산과 판매 등을 금지토록 한 판결을 파기하고 재판을 다시 하라는 만장일치 판결을 내렸다.
코오롱 관계자는 “항소법원 판결은 1심에서 코오롱의 주장과 증거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판결이 내려져 재심이 필요하다는 취지와 함께 앞으로 진행될 파기 환송심과 관련 1심 재판을 맡았던 로버트 페인 판사가 아닌 다른 판사가 맡도록 해 사실상 코오롱의 손을 들어줬다”고 평가했다. 이는 듀폰 측에 유리하게 내려졌던 1심 판결을 완전 무효화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진행될 파기 환송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5년 간 펼쳐졌던 코오롱과 듀폰간 슈퍼섬유 법적공방이 원점으로 되돌려졌다. 코오롱과 듀폰 간 슈퍼섬유 공방은 지난 2009년 시작됐다. 듀폰은 1973년 케블라 브랜드로 아라미드 섬유 상용화에 나선 이후 2005년 후발주자 코오롱이 헤라크론 브랜드로 아라미드 섬유 생산 및 판매에 나서자 2009년 관련 기술을 빼돌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듀폰 측은 수차례 소송에서 ▲코오롱의 아라미드 섬유 생산 및 판매 금지 ▲변호사 비용 부담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등을 요구해 왔다. 이와 관련 미국 연방법원이 2011년 듀폰이 요구한 5000만 달러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지만 9억2000만 달러의 손실을 인정한다는 평결을 내리자 코오롱은 즉각 항소에 나섰다.
코오롱은 항소심에서 ▲듀폰이 영업비밀이라 주장하지만 영업비밀 임을 입증할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1심에서 코오롱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증거들이 배제됐으며 ▲잘못된 이론에 근거한 손해배상액 산정 등을 앞세워 듀폰측 논리에 대응해 왔다. 코오롱 관계자는 “향후 재심에서 1심 재판에서 배제된 증거들을 제출할 수 있게 돼 보다 공정한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