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마을 따뜻하게 비춘 ‘클래식 음악 선물’
봉제마을 따뜻하게 비춘 ‘클래식 음악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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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 ‘실빛 음악회’
지난 24일 저녁 8시, 비온 뒤 맑고 쾌청한 가을 하늘을 수놓는 아름다운 선율이 낙산 공원을 물들였다. 첫 연주곡은 작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서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주제곡이었던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였다.

놀라온오케스트라 서희태 지휘자는 “우리 국민에게 가장 큰 희망과 용기를 줬던 곡을 첫번째로 골랐다”고 선곡배경을 설명했다. 누가 인정하고 주목하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창신동 봉제인들에게 안겨주는 선물이자 위로와 격려였다.

서희태 지휘자 요청을 받고 무료 재능기부에 나선 바리톤 김동섭은 ‘나는 거리의 만물박사(Largo al factotum della citta)’을 부르며 청중들 뒷편에서 등장해 곡에 맞는 경쾌한 재미를 선사했다. 그는 허리를 굽혀 낮은 자세로 공연장 바닥에 앉은 어린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악수하는 등 관객들과 함께 호흡했다. 세계 3대 콩쿨의 하나인 ‘뮌헨 콩쿨’ 성악 부문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음악가로는 파격적인 모습이었다.

소프라노 고진영이 부른 ‘거위의 꿈’은 음악회를 절정으로 이끌며 봉제인들의 가슴에 감동을 안겼다. 모든 관객들은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합창하며 뜻깊었던 ‘낙산 실빛 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관객들의 관람 수준도 훌륭했다는 평가였다. 음악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연주중 휴대폰 벨소리나 웅성대는 소음이 없고 무대 연주에 집중하며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관람객 수준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 봉제인들은 클래식 음악회가 주는 엄숙함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즐기며 소통하는 성숙한 관람 문화를 마음껏 누렸다.

서희태 지휘자는 행사가 끝난 뒤 페이스북에 “차경남 회장께서 저희를 감동시키셨고 그래서 시작되었지만 모두가 회장님의 발품으로 만들어진 음악회였다”고 전했다. 놀라온오케스트라 명예단장인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도 10시까지 자리를 지키며 시종 함께 했다.

그는 “음악회를 열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이번에는 서울봉제산업협회와 놀라온오케스트라 스텝들이 진행한 행사에 동참하면서 마음만 내어본 게 전부”라며 “서울봉제산업협회와 서희태 지휘자 등 모든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다음 놀라온 오케스트라 음악회는 오는 12월7일 열린다. 작년과 같이 사랑의 바이러스 연탄나눔 자선콘서트 형식으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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